[Opinion] '잘 부탁드립니다'를 외치는 아이돌 연습생에게 [문화 전반]

오은영 박사가 80명의 딸에게 전하는 멘탈 케어 솔루션 <등교전 망설임>
글 입력 2021.09.13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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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가 걸그룹 연습생들의 멘토로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 <대화의 희열 3> 등에 출연하며 아이와 부모의 양육 코칭은 물론, 어른이들의 마음을 통찰력 있게 해석하며 많은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오은영 박사가 걸그룹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방과 후 설렘>과 프리퀄 <등교 전 망설임> 연습생들의 감정을 케어하는 멘토로 등장했다. 그리고 <등교 전 망설임>에서 연습생들을 지켜보던 오 박사는 연습생들이 습관적으로 말하는 "잘 부탁드립니다"는 인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아이들이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하더라. 난 그게 너무 충격적이었다"

 

"인생의 주도권을 갖는 주인이 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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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프로그램 역사상 최초로 멘탈케어 코치 제도를 둔 것과 오은영 박사가 연습생 아이돌의 감정을 케어하는 스페셜 멘토로 참여하는 것도 신선했지만,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나 경연 시 으레 말하는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말을 한번도 곰곰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오 박사의 반응은 적잖이 놀라웠다.

 

"내가 부모라면, 엄마라면 그 말이 제일 속상했을 것 같다"라며 실수한 것에 대해서는 속상하지 않고, 틀릴 수도 있지만 잘 부탁드린다는 그 한마디가 너무 가슴이 아팠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종종 나이가 평균 아이돌보다 훨씬 어린 친구들이 데뷔했다는 소식을 접하면 놀랍기도 하지만 썩 유쾌하지 않을 때가 더 많았다. 아이돌 연습생 시스템을 직접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몇 년 이상을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혹독하게 연습하고 경쟁하며 마음 졸였을 것을 생각하면 재능과 노력이 대단하면서도 왠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10대 중반쯤 되는 어린 친구들이 카메라 앞, 심사위원 앞을 막론하고 "잘 부탁드린다"라며 고개 숙여 인사하는 모습은 왜 아무렇지 않았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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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비단 아이돌 서바이벌에만 적용되는 얘기가 아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꿈에 대한 도전이라는 명목 아래 당연히 주도권은 뽑아주는 사람, 평가자, 최종 결정권자 등 잘 보여야 하는 사람에게 있다. 당연한 순서며 나를 보여줘야 하는 서바이벌이나 경쟁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기에 갑을 관계처럼 보이기도 하고, 미묘한 주도권이 보이는 듯한 방식 자체를 논의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또한 대학교 수업안에서도, 인턴십이나 수많은 면접장에서도, 승진 등 회사 팀 내에서도 잘 보여야 하는 사람은 늘 존재해 왔다. 하지만 그 사람, 그 시스템을 잘 보여야 하는 사람 내지는 잘 보여야 하는 곳으로 보고, 내 미래의 주도권을 온전히 그 사람에게 넘겨버릴 것인가, 그럼에도 주체성을 가질 것인가의 문제는 비단 아이돌 친구들에게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물론, 사람이 너무 뻣뻣하면 사회생활은 어떻게 하며, 원하는 목표는 어떻게 얻어내냐며 잘 보여야 하는 대상에게 잘 부탁드린다라는 말을 사회생활 속 습관처럼 따라붙는 미덕으로 여길 수도 있다. 이미 너무나도 당연해진 잘 부탁드린다라는 말 하나에도 사사건건 태클을 걸면 사회생활을 어떻게 하냐며 모든 행동과 태도에 주체성을 강조하는 것에 의미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사회 속 경쟁 상황에서 주체성을 지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안 현대인들은 사회적 자아와 원래의 자아를 구분하는 노력을 이어왔고, 그 행위가 유행처럼 떠오른 게 본캐 부캐 나누기 같은 현상이 아닐까 한다. 그런 방식으로라도, 마음속 꿈틀거리는 주체적인 삶에 대한 열망을 이어가면 됐다고 생각한 데서 "잘 부탁드린다"라는 말이 아무렇지 않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잘 부탁드립니다에 집중하다 보면 본래 추구했던 목적에서 멀어진다. 잘 보이려 노력하는 을의 처지에서는 나 다운 퍼포먼스를 보여주기가 점점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 보여주려 했던 목적과 방향에서 멀어지고, 그 괴리로 인해 벌어진 결과로 후회하는 것은 을에게만 해당한다. 아쉬움도 을의 몫이다.

 

주체성이 빠진 노력에 오 박사가 안타까움을 표한 것이 이해된다. 승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면이 너무 다뤄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하는 오 박사는 마지막에 이런 말을 덧붙였다. "그 말부터 바꿔줄 것이다. 잘 부탁합니다가 아니라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제가 마음껏 해볼게요"라고 말이다.

 

물론 요즘은 대부분의 소속사에 아이돌의 춤과 재능 등의 능력뿐 아니라, 멘탈을 관리하는 트레이너 상담사나 인성교육 담당자가 따로 있다고들 한다. 하지만 늘 그렇듯 외적으로 보이는 것이 중요한 이 사회에서 심리적 요소 같은 내면적인 영역은 대중의 시선에 없었다. 그와 관련된 논란이 터질 때만 양지로 나오고 화제가 되어 많은 사람의 비난을 받거나 조롱거리가 됐다. 국내 서바이벌 프로그램 역사상 정신과 담당의가 메인 멘토인 프로그램은 처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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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프로그램에서 보여줄 오 박사만의 시선이 더욱 궁금해졌다. 과연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 온, 아이돌 경쟁 프로그램 속 당연시되던 모습들이 어떻게 재학습되어야 하는지 말이다.

 

그런 취지에서 이번 프로그램은 큰 의미가 있다. 기회의 결정권이 나에게 없어 보이는 상황일지라도, 기회를 위한 노력에 어떤 의미를 스스로 부여할지, 어떤 방식으로 상황을 주도할지 결정하며 나아가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오 박사의 시선으로 바라본 아이돌 연습생의 혹독한 경쟁 상황이, 그리고 그녀가 제안하는 솔루션들이 일상에서도 숱하게 마주하는 경쟁 상황 속 어른이들에게도 해답이 될지 모른다.


 

[고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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