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 꿈은 돈 많은 근로자 [사람]

글 입력 2021.09.10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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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인의 꿈이라 불리는 것이 하나 있다면 그건 바로 ‘돈 많은 백수’일 것이다. 쉴 틈 없이 바쁜 직장인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백수까지, 모두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돈 많은 백수가 되길 희망한다. 그렇기에 일확천금을 꿈꾸며 로또를 사고, 본격적인 재테크를 시작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돈 많은 백수의 삶에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한다.

 

나 역시 친구들과 이러한 얘기를 입버릇처럼 하기도 했고, 때로는 벼락부자가 된 상상을 하며 행복에 젖어있기도 했다. 그리고 상상 속의 나는 부족함 없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나에게 있어 돈 많은 백수는 어디까지나 사람들과 주고받던 농담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를 진심으로 여겼던 사람의 비중이 훨씬 컸고,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그 이유에는 직장생활이 싫어서 또는 돈이 많으니 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가 대부분이었다.

 

사람은 일을 무조건해야 한다는 가치관을 지닌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사람이 자신을 완성하는 과정에 분명 일은 큰 영역을 차지한다. 이때, 사람이 하는 일에는 소득을 위한 일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일인 공부와 유아의 일인 놀이도 포함된다. 학생은 눈앞에 놓인 공부를 해야 하고, 성인은 자립을 위한 소득 활동의 일을 해야 한다. 사람은 나이에 맞는 저마다의 일을 계속해서 수행해왔고, 앞으로도 이 모든 활동은 이어질 것이다. 이는 현대에서만 해당하는 게 아닌 먼 과거에서부터 지속해온 사실에 근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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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람이 일해야만 하는 이유를 세 가지로 추렸다. 첫 번째는 퇴화하지 않기 위해서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은 되지 못해도 오늘보다 못한 내일은 되지 말자는 뜻이다. 뜻하지 않게 몇 년 전 백수가 된 지인이 있다. 현재 자신이 처한 환경에 큰 불만 없이 시간이 흐르는 대로 살아가는 모습은 내게 많은 걸 일깨워주기 충분했다. 그의 삶을 보며 사람은 일해야 하는 존재인 동시에 너무도 쉽게 퇴화하는 존재임을 절감할 수 있었다.

 

한 공동체에 소속되지 못하고, 혼자 제자리를 거닌다는 건 우리에게 엄청난 악영향을 미친다. 사회적 의사소통의 부재는 뇌를 무지하게 만들고, 현재를 직시하지 못하게 한다. 사회 활동을 수행하던 지난날의 자신에 갇혀 현재의 판단과 미래에 대한 시각을 흐리게 하고, 최종적으로 육체적·정신적 능력을 고물처럼 악화시킨다.

 

퇴직한 장년이 노후에 일자리를 구하는데 젊은 시절보다 힘이 드는 것도 비슷한 예로 볼 수 있다. 많은 장년이 자신이 과거에 했던 일에 비해 노후에 해야 하는 일이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에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는 시야를 좁히고,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는 행동을 보인다. 젊은 시절 긴 시간 동안 사회에 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짧은 시간의 백수 생활은 한 사람의 육체적·정신적 능력을 빠르게 퇴화시킨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노후에 일자리를 구하려면 하루빨리 과거의 지위를 잊으라고 말한다. 즉, 과거에 무엇을 했느냐보다 현 상황과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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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사회적 인간으로서 완성이다. 앞서 말한 것의 연장선으로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서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사회적 활동을 이어나가야 한다. 작가 허지웅의 말처럼 어떤 공동체 안에서 일을 하며 얻게 되는 삶의 다양성이 인간을 사회적 인간으로 완성한다. 그러기 위해선 하나의 공동체 안에 속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제 몫을 해야만 한다.

 

사회학적 관점에서 인간은 한 집단 속에서 태어나 여러 집단에 소속되고, 새로운 집단을 형성하면서 생애의 궤적을 그려나간다. 가족, 친구, 학교, 회사 등 여러 사회집단과 개인이 맺는 관계가 그러하다. 그렇기에 개인은 사회적 활동(일)을 통해 집단과 끊임없이 관계하며 살아야 하는 존재이다.

 

세 번째는 자아실현을 이루기 위함이다. 너무 뻔한 답변이라 적을지 말지 고민했지만, 결국 모든 사람의 최종 목표는 자신의 이상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함에 있다고 생각해 마지막으로 배정했다. 자아실현을 위한 이상적 가치의 발견, 이상적 가치의 발견을 위한 개인의 소질과 역량 발휘, 이 모든 것의 근원은 단연코 일에 있다. 즉, 사회적 활동은 필수적으로 동반될 수밖에 없다. 일하면서 자신이 바라는 이상적 가치를 발견하고, 삶의 과정에서 집단과 관계를 이루며 어떻게 올바른 방법으로 실현해야 하는가를 생각할 수 있다. 결국, 자아실현을 이루기 위해서는 일을 수행해야 한다.

 

*

 

예전에 모든 일은 한 번에 왔다가 한 번에 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우선순위를 정하기도 막막할 만큼 바쁜 순간이 쓰나미처럼 지나가면, 시간이 멈춘 것처럼 지루하기만 한 한가한 순간이 오는 것 같다는 느낌을 꽤 많이 받아서였다. 이러한 순간들을 여러 번 반복하면서 상황에 따라 한가해지고, 바빠지길 바라는 간사한 마음이 자주 들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 취준생의 명목으로 꽤 오랜 시간 백수 생활을 보내고 있는 내가 지난날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바빴던 때가 더 사람다웠다. 바빠서 힘들었지만 어떻게든 해낸 자신을 보며 기특하기도 했고, 활력있는 삶을 사는 것 같은 기분에 뿌듯하기도 했다. 이리저리 움직였던 시간은 분명 의미 있는 시간이었고, 잠을 줄여가며 만든 결과물은 득이 되어 남았다. 그때의 시간이 축적되면서 나는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

 

물론, 휘몰아치는 일들에 지치는 순간도 오겠지만, 그럴 땐 잠시 앉았다 다시 일어나 사회의 문을 두드리려 한다. 나는 여전히 일확천금을 꿈꾸며 벼락부자가 되길 희망하지만, 그런 순간이 오더라도 꾸준히 일은 하고 싶다. 내 꿈은 돈 많은 근로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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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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