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리는 불안과 헤어질 수 있습니다 - 내 마음이 불안할 때

글 입력 2021.09.09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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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불안한 감정을 자주 느끼는 편은 아니다. 아니, 그렇게 믿어왔다.


누군가 내게 단 두 가지 선택지만을 주고 “당신은 일상을 지키고 안정을 즐기기를 택하겠습니까? 아니면 위험을 무릅쓰고 모험을 하는 것을 택할 건가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후자를 택할 것이다. 과거에 대한 고민이 후회와 자책이라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은 불안일 것이라고 믿었기에, 뒷일을 생각 안하고 모험을 즐긴 후 후회를 하는 스타일인 내게 심리적인 문제가 있다면 불안과는 거리가 멀 것이라고 여겼다. 지루함을 잘 느끼는 성격도 이 선택에 한 몫 했다.


때로 과한 자의식은 독이 된다. 그것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온전히 혼자일 때의 자신마저 어떤 성향인지, 상태인지를 정의하려고 든다. 자기 자신을 완벽하게 알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그렇게 억지스럽게 인식된 자아는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교묘히 포장되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나 자신이 만들어낸 환상 속에서 나는 불안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랬던 내가 어느 날 의문점을 갖게 된 이유는 바로 미루는 습관 때문이었다.


나는 잘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끝도 없이 뒤로 미뤘다. 그로 인해 결국 좋은 성과를 거머쥐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이만하면 됐어’ 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거의 없다. 그 자리에는 자기혐오만이 남겨졌다. 어떤 일을 성취함에 있어 과정에 이르는 대부분의 시간을 스트레스와 걱정으로 보냈고, 휴식을 취할 때도 해야 할 일에 대해 생각했다. 그러나 불안하단 감정은 딱히 들지 않았다. 내가 산만하고 게으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도중 우연히 한 방송을 보며 내가 게으른 완벽주의자의 기질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보통 ‘완벽주의자’라고 하면 나는 같이 한 시대를 풍미한 예술가의 이미지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신경이 조금 날카롭게 곤두세워져 있고, 세세한 부분까지 스스로 감독이 되어 마지막엔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무대를 완성하는 그런 사람 말이다.

 

그러나 나의 결과물은 끝없이 미루다가 가까스로 탄생한 것이기에 완벽주의라고 하기에는 한없이 부족했다. 후에 알게 되었다. 사실 성과가 높은 이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수정을 거듭하는 사람이며, 완벽주의는 ‘실패에 대한 끝없는 집착’이라는 또 다른 이름이었다는 것도.

 

이후 완벽주의를 불안감과 연결 짓는 여러 글들을 접하게 되었고, 내 안의 실체 없는 감정이 과연 불안에서부터 비롯된 것일지 궁금했다. 그 감정의 테두리라도 만져보고 싶은 마음으로 방법론적인 책을 찾고 있던 중이었고, <내 마음이 불안할 때>를 펼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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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키 마인드



저자는 불안을 통제할 수 없는 이유를 원숭이에 빗대어 설명한다. 불안을 통제하기 위해 우리가 벌이는 일들은 사실 일시적인 안도감만을 불러일으키는 안전전략이며, 이것은 원숭이에게 먹이를 주는 거나 다름없다며 뇌에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행위라고 강조하는 것이다.


왜 하필 원숭이일까. 원숭이에 빗댄 이유는 오래 전부터 어지러운 인간의 마음을 몽키 마인드에 빗대어 표현한 것에서 유래된 것이다. 마치 끽끽거리는 원숭이처럼 온갖 걱정들이 시끄럽게 울려 퍼지고, 원숭이가 이 나무 저 나무를 넘어 다니듯 의식이 제멋대로 휩쓸고 지나가는 현상을 의미한다.


우리는 이 몽키 마인드에 장악 당하면 보통 두 가지 실수를 저지른다. 첫 번째로 자신의 위협을 과대평가하는 것이며, 두 번째로는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저자는 몽키 마인드에 대한 저항은 부질없는 것이라고 확신했다. 몽키 마인드는 유구한 세월동안 두뇌 속 두뇌로, 우리의 통제를 벗어나 맹목적이고 자율적으로 실행된 것이다. 그러나 겁먹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불안을 통제할 수 있다. 불안은 더 이상 내면의 괴물이 아닌 ‘겁먹은 작은 원숭이’로 천천히 개념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불안의 세 가지 전제조건



 

불확실함에 대한 두려움: 100퍼센트 확실히 알아야 해.

완벽주의: 절대로 실수하면 안 돼.

과도한 책임감: 모든 이들의 행복과 안전을 지켜야 해.

 


저자는 책을 집필하면서 글쓰기에 대해 느낀 자신의 불안을 이 세가지 전제조건과 결부시켜 설명하였는데, 그 또한 오랫동안 불안 장애를 겪은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수월하게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앞서 말한 이 세가지 조건을 저자는 '몽키 마인드셋'이라고 부른다. 몽키 마인드셋에 따르면 저자의 불안은 이 전제를 바탕으로 했다.


"첫째, 내가 쓰려는 주제에 확신이 있어야 한다.

둘째, 내가 틀렸을 경우 사기꾼으로 전락한다.

셋째, 좋은 책이 나오지 않으면 사람들이 내게 실망한다"


나도 꾸준히 글쓰기 활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어느 정도 공감이 되는 부분이었다. 다만 나는 내가 겪는 감정의 실체가 불안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몰랐는데,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확실히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었다.


책을 읽는 내내 저자는 끊임없이 희망을 불어넣는다. 불안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대신 현명하게 대응하는 법을 배우면 불안에 대한 회복력이 커지고, 미래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열린다며 따뜻한 말로 나를 고무시켰다. 그 말이 단순한 위로의 말이어도 마음에 잔잔한 울림이 있었겠지만, 정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내린 결론이 뒷받침하는 것이어서 무거운 내용을 다룬 책임에도 불구하고 지치지 않고 페이지를 넘길 수 있었다.

 

 

 

안전 전략


 

당장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장기적인 이익을 희생하거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반대되는 행동을 하는 것이 바로 안전 전략이다. 안전 전략을 파악하고 그것을 행하지 않는 것이 몽키에게 바나나를 주지 않고 궁극적으로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지름길이다. 무엇이 안전 전략인지 파악하는 것에는 두 가지 사실에 집중하면 된다.


1. 일시적인 안도감만 제공하는 행동을 반복한다.

2. 이 행동은 삶의 목표 및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


안전 전략은 말 그대로 우리에게 안전한 기분이 들게 만든다. 행동적, 심리적 안전 전략은 실제로 잠깐이나마 불안을 경감시킨다. 그러나 이 반복되는 불안의 사이클로 인해 우리는 만성적인 스트레스와 불안을 경험하게 된다.


안전 전략은 크게 주위를 분산시키는 것, 이완하는 것, 걱정하는 것으로 나뉜다. 예를 들어 불안을 느끼는 일을 미뤄두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람들과 교류하고, 다양한 취미 활동을 통해 일상을 바쁘게만 보내려 애쓰는 것은 주위 분산에 해당한다. 명상을 하거나 운동을 하는 것,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사람과 함께하는 것은 이완에 해당한다.

 

그러나 몸과 마음의 이완은 정신적, 신체적 건강에 필수적인 것이 아닌가?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다음 설명을 읽고 나서는 납득할 수 있었다. 그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불안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 불안을 실제 닥친 위협으로 오인하고 회피하는 방식으로 이완을 택한 것은 안전 전략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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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은 심리적 안전 전략이다. 걱정은 우리의 불안을 덜어주지 않고 안전 전략이라니, 의구심이 들었다. 그 순간 한 티벳 속담을 떠올렸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걱정을 한다고 해서 걱정이 없어지는 걸 우리가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걱정이라는 것 자체를 안하고 사는 사람들은 찾기 힘들 것이다. 걱정은 우리에게 실제로 닥친 위험을 외면하는 것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걱정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걱정하는 동안 진짜로 두려워하는 대상을 잊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저자는 우리가 일상에서 취하는 안전 전략이 무엇인지 리스트를 작성해보고 자신의 행동과 생각을 관찰할수록 우리가 몽키에게 먹이를 주는 패턴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다.


나는 왠지 확신에 차 있는 작가의 어투에서 바퀴벌레 떼에 후레쉬를 비추자 뿔뿔이 흩어져 달아나는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마침내, 확장 전략



몽키 마인드셋과 안전 전략에서 멀어지는 방법은 그것과 정반대인 확장 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안전전략을 버리고 확장전략을 세우는 것에 처음에는 더 큰 불안을 느끼겠지만, 점차 반복의 과정을 통해 불안 경보는 잦아들고 대처 과정에서 회복력이 높아질 것이다.


완벽주의를 예로 들었을 때, 몽키 마인드셋은 자신이 무언가를 잘 했을 때에만 자신에게 만족한다. (조건적 자기 수용) 이에 대한 확장 마인드셋은 자신이 잘 하는 일도 못하는 일도 있는 것이 당연하며, 실수가 자신의 가치를 결정짓지 않는다(무조건적 자기 수용)는 것이다.


사실 나는 이 부분을 읽을 때 조금 의문이 들었다. 자신을 채찍질하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수용한다면 자기 발전 또한 기대할 수 없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편재되지 않고 중용을 지키는 일이란 참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다시 깨달았다.


자만심과 자기혐오 사이에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제자리를 찾아 유영하는 것, 강박과 부지런의 차이를 잊지 않는 것, 자신이 연료로 삼은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인지하고 어떤 방식으로 소진할 것인지를 내 삶의 주인이 되어 결정하는 것. 어려운 일이지만 괜찮다. 나 자신을 잘 다루는 것은 평생의 숙제니까. 이 비극적인 사실적 진술 앞에서 이것이 우리 모두의 공통과제라는 걸 잊지 않고, 감정을 잘 달래주며 살아가는 게 중요한 것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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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을 덮자, 문득 어릴 적 차가운 물살을 가르며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가 떠올랐다. 자유형까지는 쉽게 배우던 내가 배영에 들어서자 물에 뜨는 법을 잊은 사람처럼 허우적대며 한참을 고생한 기억이 선하다. 이후 가라앉을 위험을 감수하면서, 과감히 몸에 힘을 빼는 법을 익히면서부터는 더 이상 배영이 두렵지 않아졌다.


물을 다루듯 나의 마음을 다뤄본다. 편안하게 힘을 풀고 마음을 들여다본다. 몇 가지의 실패가 나를 정의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으며 우리 모두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되뇌어본다. 편안함에 이르기까지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겠지만,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마침내 나를 감싸 안았던 포근한 물결을. 결국엔 물살을 가르고 나아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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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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