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넷플릭스 'D.P.' 1편 [문화 전반]

군대 이야기 1편, <D.P.>와 <더 퍼시픽>
글 입력 2021.09.03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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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가 인기라고 한다. 넷플릭스를 해지한 입장에서 얼마나 재밌는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여러 매체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걸 보니 인기 있는 건 맞겠지. 주변 군필자 친구들도 보고 나서 재밌다고, 꼭 보라고 나에게 몇 번씩이나 권유를 했다. 유행이면 괜히 반발심이 생겨서 굳이 굳이 안 보는 습관이 있어서, 한창 유행할 때는 괜히 보기가 싫어진다.

 

그래서 종종 한창 유행이 지나고 나서야 사람들에게 ‘그거 진짜 재밌던데’하고 화두를 띄우면, ‘그걸 이제야 봤다고?’하는 핀잔을 듣기도 한다. 진짜 재미 없어서 안 보는 것들도 있긴 하다. <하트 시그널>과 같은 연애 관찰 예능이 유행일 때 군대에 있었는데, 연등(취침시간 이후로 TV를 보게 해주는 것) 때 동기들이 꼭 그걸 틀었다. 그러면 턱을 괴고 심드렁하게 보다가 그냥 훽 자버렸다. 프로그램 제작자 분에게는 죄송하지만, 취지나 참여하신 분들의 심정을 도통 이해할 수 없었던지라, 어쩔 수 없었다. (환승연애 1화도 반쯤 보고 껐다. 난 이런 종류의 프로랑 안 맞는 것 같다.) 하지만 D.P.는 달랐다. '군대'라는 소재는 병역의 의무를 다한 대한민국 남자에게 있어선 지나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군대하면 떠오르는 것들



‘D.P’. 군무 이탈 체포조. 군 생활 하면서 한 두 번 들어봤던 집단이다. 대게 ‘사복을 입고 밖에 돌아다닌데’라는 식의 부러움이 섞인 말이긴 했지만 말이다. 실제로 사단 훈련소에 있을 적에는 전 기수 훈련병 중 한 명이 탈영을 해서 D.P조가 출동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실제로 출동했는지는 모르지만, 탈영병이 있었다는 건 사실이었다. D.P.는 아마 그리 유쾌하지 않은 이야기일 것 같다. 군대라는 폐쇄적인 집단에서, 탈영이나 군무이탈 같은 범법 행위를 다루는 드라마라면 암담하고 우울할 것 같다. 요컨대 군필자들이 목격한 부조리, 악습, 사회에선 경험하기 힘든 폐악 같은 것들이겠지. (관람한 지인들도 그렇다고 하는 걸 보면 예상이 맞는 것 같다.)

 

여러분들은 ‘군대’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가. <태양의 후예>에 나오는 유시진 대위 같은 멋진 군인을 떠올리시는 분도 계시겠고,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참 군인’의 모습도 떠오르시는 분도 계시겠다. 나에게 군대는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은 곳이었다. 유시진 대위만큼 잘생긴 장교들은 없었지만, 그만큼 훌륭하신 지휘관도 만나봤고, 군인 정신이 투철하신 간부와 같이 임무를 수행하기도 했으며 좋은 선후임과 동기들도 만났다. 그럼에도, 가끔 군시절을 떠올리면, 21살까지 내가 품고 있던 무언가를 상실한 기분이 든다. 내가 군대에서 목격한 부조리와 인간 군상, 사회와의 단절, 의미 없는 반복 작업 등을 겪으면서 반짝 반짝 빛나던 하나의 가능성을 잃어버린 느낌이다.

 

 

 

일본군을 죽이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건 아주 잘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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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퍼시픽>은 공전의 히트를 친 전쟁 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후속작이다. 후속작이지만 2부의 개념은 아니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가 유럽 전선을 배경으로 한다면 <더 퍼시픽>은 2차세계대전 당시 미해병대가 참전했던 태평양 전선을 배경으로 그리고 있다.

 

<더 퍼시픽>과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분위기는 판이하게 다르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는 미 공수부대의 전우애, 용맹한 군인들의 모습,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도 발휘되는 군인 정신을 그리고 있다. 반면 <더 퍼시픽>은 전쟁의 참혹함에 주목한다. 문명과는 동 떨어진 태평양 전선은 매일 같이 비가 쏟아지고, 보급은 끊겼으며 일본군의 악랄한 전쟁 수법으로 병사들은 지칠대로 지친다. 등장인물들은 전쟁의 당위성보단 적에 대한 증오심에 불타오르기도 하고, 전우가 죽고, 적국의 시체를 유린하는 모습을 보며 본인의 인간성에 대한 회의감을 가지기도 한다. PTSD로 괴로워하는 병사들을 가감 없이 묘사하기도 하고, 시체의 묘사 수위도 상당하다.

 

<더 퍼시픽>은 영광스러운 승리에 주목하지 않는다. 병사들의 다친 영혼에 집중한다. 작중 초반 류마티스를 앓으면서도 참전했던 유진 슬레지가 종전 후 대학 입학 심사를 받던 도중 ‘해병대에서 대학 등록에 도움이 되실만한 것들을 뭘 배우셨나요?’라는 접수원에 질문에, ‘일본군을 죽이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건 아주 잘하거든요.’ 라고 대답한다. 유진에게 전쟁이 어떤 의미였는지, 그가 전장에서 잃어버린 인간성을 대변해주는 장면이다.

 

<더 퍼시픽>은 상을 수상할 정도로 작품성은 인정 받았지만, (전작에 비해 상대적으로)흥행에는 실패했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용맹한 모습과 달리 피폐하고 상처 입은 군인들의 드라마에 집중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군대에서 무언가를 잃어버린’ 감각을 늘 지니고 있던 나에겐 <더 퍼시픽>도 흥미롭게 다가왔다. 전쟁을 겪은 세대는 아니지만, 군대라는 집단에 있다 보면 입대 전에 가지고 있던 ‘무언가’를 상실했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그렇다고 <밴드 오브 브라더스>가 보여준 전우애를 안 느꼈다는 건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무언가를 잃어버린 감각이 더 클 수밖에 없지 않은가.

 

 

 

본연의 모습을 묘사하는 것


 

D.P.를 본 친구들 중 몇몇은 자기 군생활 시절을 보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면 군필자들은 늘 그렇듯 ‘네가 다닌 건 군대도 아냐’라며 서로 자신이 겪은 부조리를 자랑하곤 한다. 나 역시 그러긴 하지만, 어딘가 울적하게 느껴진다. ‘내가 더 악습이었어’라고 뽐내다니. 아이러니한 상황일 수밖에 없다. 군대에서 명예로운 임무를 수행한 것을 자랑하기 보단 ‘나 때는 말이야-’하고 본인이 당한 부조리를 웃으면서 말하는 모습은 군필자들의 트라우마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한국 드라마 속 군대는 어떠했는가. 나는 별로 유쾌하게 받아들인 기억은 없다. 군대를 소재로 한 로맨스 드라마들(여러분들이 떠올리실 종류의 드라마)은 단 한 편도 본 적이 없다. 굳이 군대를 그렇게 소비해야 되는 싶은 생각도 들고, 내가 보고 싶은 매체 속 군대는 적어도 내가 체험했던 모습과 유사했으면 한다. 유튜버 장삐주의 ‘신병’ 시리즈가 인기가 많은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 아닐까.

 

D.P.는 시청할 생각이다. 유행인 드라마긴 하지만, 큰 맘 먹고 이미 넷플릭스도 다시 결제했다. 모든 화를 다 보고 이 글에서 미처 다 풀지 못한 ‘군대에서 잃어버린 무언가’에 대해 쓸려고 한다. 그 때에 기억을 더듬으며 글을 쓴다고 생각하니 조금 갑갑해지기도 하지만, 짧은 26년의 시간에서 무려 2년을 할애했던 때다. 지금의 나에겐 그때의 시간을 진술하는 것이 그른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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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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