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없어진 어이를 찾아서 - 결혼작사 이혼작곡 [드라마]

글 입력 2021.09.03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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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방송국에서 수년째 합을 맞춰온 라디오 DJ 부혜령(33), 라디오 PD 사피영(40), 그리고 맏언니 라디오 작가 이시은(50)은 사회에서 인정받는 의사, 변호사, 교수란 직업의 남편들과 함께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간다.

 

하지만 어느 날 예기치 못한 불행이 그녀들에게 닥쳐오고, 그녀들이 지켜온 사랑과 가족과 행복이 신기루처럼 한순간에 사라질 위기에 직면한다.

 

과연 그녀들은 이 불행을 극복하고 다시 행복한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최근 드라마 결혼 작사 이혼 작곡이 시즌 2로 마무리되었다. 드라마 제목처럼 부부들의 결혼과 이혼을 다루어 시청률이 16.6%까지 오르는 등 많은 관심을 받았다. 라디오 방송국에서 근무하는 세 여성은 겉으로는 완벽해 보이지만, 각자 가정에서 문제가 일어난다. 하필 그들의 남편 모두가 바람을 피워 이혼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심지어 라디오 DJ인 부혜령의 남편 판사현은 바람을 피운 상대가 임신까지 해버린다.

 

시즌 1에서는 점차 분열이 가는 부부들의 관계와 새로운 사랑에 설레는 남자들을 다루었다면, 시즌 2는 결국 이혼했으나 재혼한 관계가 그들의 상상처럼 쉽지 않아 일어나는 고난을 다루었다. 점차 심화하는 관계에서 이혼, 불륜, 질투와 같은 자극적인 소재에 인기를 얻었으나 인기를 얻는 만큼 시즌 2의 결말은 수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각자 불륜 커플이 갑자기 파트너가 바뀌어 결혼식장에 입장하며 무엇이든 상상 이상인 시즌 3을 기대하라는 말과 함께 종영해버렸다. 수많은 애청자를 당혹스럽게 만든 결말로 우리는 어떻게 다음 시즌을 기다려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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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한 결혼 작사 이혼 작곡의 애청자로 이 결말에 지독한 허탈감을 느끼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이혼, 불륜, 질투 같은 자극적 소재에 끌려가는 듯한 서사도, 개성 없이 일정한 톤으로 반복되는 인물들의 대사도 사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아니며 사소한 지적사항으로 보인다. (그러나 만약 대본집이 나온다고 한들 대사 주체가 없다면 누구의 대사인지 알아보기 힘들 것이다)

 

누군가는 이 드라마를 보며 용두사미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이 드라마가 용두사미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애초에 용의 머리로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펜트하우스와 비슷한 시기에 방송한 드라마인 만큼 ‘불륜’을 다룬다는 점에서 펜트하우스와 유사하면서도 모 배우의 부족한 연기력과 개성 없는 대사들로 오히려 재미는 떨어진다는 반응이 많았다. 아버지의 외도가 어머니의 탓이라며 오히려 어머니를 비난하는 장면이 나오거나, “남자 한눈팔 상황을 만들지 말아야죠.”, “사랑받고 싶으면 사랑받게 행동해요.”라는 등 2021년에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라고는 믿기 힘들 수준의 대사도 많았다. 외도에 오히려 당당한 남편들의 모습을 보며 마치 원인 제공을 아내가 한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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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징악, 흔히 말하는 “사이다”식의 전개라고 한다면 그것도 애매하다. 부혜령의 남편 판사현은 오히려 성격이 강한 전 부인에게 자신의 외도 상대와의 결혼 허락을 구하고, 결국 부혜령이 허락해주자 외도 상대에게 바로 달려가는 등 마치 그들의 사랑이 세기의 사랑이고 마치 전 부인이 그들의 숭고한 사랑을 방해하는 장애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피영의 남편 신유신 역시 새로운 사랑을 찾는다고 한들 자신이 가정에서 소홀히 한 게 무엇이 있냐며 오히려 사피영을 비난한다. 오히려 자신이 이혼을 반대하고, 결국 이혼을 했어도 전 부인인 사피영이 새로운 남자를 만날까 질투하며 떳떳한 척을 한다. 그나마 권선징악과 비슷한 서사를 이어가는 인물이 이시은의 남편이지만, 그는 그저 짝사랑하던 여성에게 버림받은 매력 없는 중년일 뿐이다. 그는 자아실현을 찾을 것처럼 이혼했으나 가정파괴범이 되었다.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인물들 사이에서 결말에서는 커플들이 바뀌어 결혼하고는 종영하니 더욱더 시청자들은 어처구니가 없다. 이해는 할 수 있다. 큰 충격을 주어야 시청자들이 다음 시즌까지 기다리고 챙겨볼 수 있으니까. <펜트하우스> 역시 시즌 2에서는 행복한 삶을 살 것 같던 심수련 눈앞에서 로건리가 불에 타지 않았는가. 그러나 <결혼 작사 이혼 작곡2>의 결말은 상식선을 벗어났다.

 

이야기란, 작품 속 인물은 몰라도 시청자는 그 이유를 알아야 한다. 이야기의 인과관계가 분명해야만 우리는 이야기가 마치 있을 법하다고 인식하고 몰입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드라마에서는 그 인과관계를 시원하게 걷어버리고 충격만 주고 떠나버렸다. 시즌 3을 기다리라는 무책임한 말과 함께.

 

연출에서도 아쉬움이 많았다. 드라마에서 김동미는 자신의 양아들 신유신을 짝사랑하여 자신의 며느리를 질투하고 결국 남편을 계획적으로 죽인다. 남편은 이에 억울한 듯 이승에 남아 귀신의 형태로 드라마에 종종 출연한다. 결국 시즌 2 마지막 화에서 손녀에게 빙의하여 자신의 부인인 김동미를 공격한다. 마치 귀신에 씐 듯한 연출이 마치 <전설의 고향> 같다. 권선징악의 연출이라기보다 촌스러웠다. 만약 계속해서 귀신을 소재로 쓴다고 한들 시청자는 공포를 느낀다기보다 그들이 우스꽝스러워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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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의 파트너가 바뀌면서 결혼한다는 엔딩은 창작자가 게을렀는지 의심하게 된다. 우리는 이들의 진정한 사랑을 보기 위해 <결혼 작사 이혼 작곡>을 보지 않기 때문이다. 불륜 남녀의 사랑 이야기에서 로맨스를 찾을 바에 <짝>을 보거나 로맨스 드라마를 찾아볼 것이다.

 

우리는 그저 이들의 관계가 어떻게 마무리되는지가 궁금하다. 그러나 시즌2 결말로 인해 결국 시청자는 충격과 함께 서로의 파트너가 바뀐 이유만 찾을 것이다. 시즌1와 시즌2의 전개로 볼 때, 만약 시즌3에서 바람난 남편들을 응징한다고 한들 속이 시원하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비윤리적인 소재를 다루는 만큼 이 드라마에서는 시청자들이 납득할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드라마에서는 근거가 부재한다. <결혼 작사 이혼 작곡>의 애청자로 마지막 정을 붙잡고 시즌3를 챙겨보겠지만, 앞으로의 이야기가 궁금하지는 않을 것 같아 허무하다.

 

 

[이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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