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춘섬 플레이스로 타임슬립! - 뮤지컬 판 [공연]

글 입력 2021.08.30 20:28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131.jpg

 

 

시국이 어지러운 조선 후기, 어둡고 조용한 밤 사람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어디론가 숨어들어 간다. 그곳에선 흥이 절로 나는 음악과 눈과 귀를 뻥 뚫리게 할 이야기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헤집어 놓는다. 그곳은 매설방.


2021년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 후기 이 매설방으로 온 나는 보름 동안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조선 공부를 하다가 문득 서민들의 놀 거리가 궁금해져 방문한 매설방은 생각보다 기상천외한 곳이었다.


매설방은 춘섬이 운영하는 주막이 밤이 되면 변해 만들어지는 곳으로 춘섬 플레이스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IMG_4492.JPG

출처 : 정동극장

 

 

이곳에서 만난 첫 번째 인물은 달수다.

 

달수는 양반가의 자제로 과거 시험에 몰두하는 척만 할 뿐, 공부는 제대로 하지 않고 그 대신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둘러보기 좋아하는 청년이다. 그 당시에 매관매직이 성행했었는데, 달수네 집안도 족보를 사들여 양반이 된 경우였다.

 

이를 좋지 않게 바라보던 달수는 서민들의 문화에 관심을 두게 되고 매설방에 이르게 된다.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아름다운 낭자를 따라가 보니 매설방이 있었다. 매설방에서는 서민들의 웃음을 책임지면서도 이루지 못한 욕구를 채울 수 있는 이야기들이 존재했다.

 

 

IMG_4489.JPG

출처 : 정동극장

 

 

세상에 흥미가 없었던 달수도 이곳에 들어와 진짜 세상이 무엇인지 발견하게 된다.

 

자신도 저렇게 속 시원하고도 재밌는 이야기를 전달해주는 전기수, 이야기꾼이 되고자 다짐하게 된다. 처음에는 흥미를 붙인 취미 정도로 생각하지만, 전기수 이호태 선생을 따라다니면서 세상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해주며 이것이 진정한 서민들에게 필요한 이야기임을 깨닫게 되어 계속해서 이 직업을 이어나가게 된다.

 

나 또한 이 매설방에서 벌어지는 무용, 인형극, 춤, 음악들에 빠져버렸다. 내시의 아내, 탐관오리의 부동산 투자, 새가 날아든다까지 내가 자주 들을 수 없는 한국 전통의 리듬을 만들어내는 전통 악기와 더불어 피아노, 드럼 등이 합쳐져 조화롭게 사람들의 마음을 심장 뛰게 했다.

 

조선에 역병이 돌아 흥이 났지만, 열심히 박수를 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까울 정도였다. 그 대신 달수와 호태, 분이 매설방 멤버들이 아주 열심히 뛰어 흥을 내주었다.

 

 

IMG_4491.JPG

출처 : 정동극장

 

 

그리고 달수와 함께 마주친 낭자, 이덕이 있다. 매설방은 기본적으로 재미난 소설을 맛깔나게 전기수가 이야기해주는 공간인데, 전기수가 빛나기 위해선 탄탄한 소설이 있어야 한다. 그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이 덕이다.

 

덕이는 다양한 소설 중에서 사람들이 흥겹게 들을 만 한 소설을 골라 직접 필사하여 매설방 멤버들에게 전달한다. 이를 읽고 전기수들이 맛깔나게 이야기하며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이 매설방의 이야기들은 결국 덕이의 안목과 직접 한 글자 한 글자 필사하는 노력으로 탄생하는 것이다.

 

덕이는 뿐만 아니라 직접 글을 쓰기도 한다. 필사를 넘어 진짜 자신의 글을 적기 위해 노력한다. 이를 응원하는 달수 덕분에, 깨끗한 붓으로 자신의 글을 완성해나간다. 덕이는 줄타기를 하고 싶어 하는 소녀를 이야기한다.

 

여자로서 줄을 타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에 절망하지 않고, 유리천장을 깨 당당히 줄을 능숙하게 타고 결국엔 하늘을 날며 자유를 느끼는 행복한 이야기를 그린다. 절로 흐뭇하게 미소가 지어지는 그런 글이었다.

 

 

IMG_4490.JPG

출처 : 정동극장

 

 

이 공간에서 만난 달수, 호태, 덕이, 분이, 춘섬, 그리고 매설방을 찾아준 모든 이들과 함께 하면서 나라가 정한 차별과 보이지 않는 차별로 힘겨워하고 좌절하는 인물들이 어떻게 희망을 찾고 삶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이상을 그리는지 그 모습을 함께할 수 있어서 좋았다.

 

가녀린 여성의 비운의 삶을 그리는 소설들의 결말을 바꾸어 당당하게 웃을 수 있는 그림을 그려 사람들과 함께 공감하며 현실의 가림막과 유리천장들에 잠시나마 눈을 가리고 안 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조선 시대에 존재했던 수많은 차별과 계급 문제, 혼란스러운 사회상을 직접 겪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며 다시 2050년으로 돌아가 현실에 존재하는 차별과 문제들을 해결할 힘을 얻었다.

 

팍팍한 현실에 힘든 자여. 춘섬플레이스, 매설방에 한번 갔다 오시게!

 

 

 

컬쳐리스트 이수진.jpg


 

[이수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