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림책으로 한 번 더 따스히 머금어 보는 위로의 노래 - 도망가자 [도서]

도망가자, 우리가자, 그 다음에 돌아오자
글 입력 2021.08.25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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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가자 표1.jpg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여름 바닷가.

푸른빛 바다가 흰 거품을 내며 철썩이고

모래알들이 군데군데 금빛으로 반짝인다.

 

그리고 그 위를 걷는 이들이 보인다.

사람 하나와 흰 강아지 하나.

 

사람은 신발 두 짝을 손으로 들고 걷고 있으며

흰 강아지는 천천히 그 뒤를 따른다.

 

살짝 시선을 왼쪽으로 옮기면 책의 제목, '도망가자 Run with me'가 쓰여 있다.

 

 

 

책 <도망가자>를 펼치며


 

그림책 <도망가자>는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의 노래 <도망가자>의 노랫말에 곽수진의 그림을 얹어 완성되었다. 책을 펼치자마자 왼쪽 하단에는 ‘일러두기’라는 말과 함께 간략한 책 소개와 감상 팁이 있다.

 

 

· 이 책은 <도망가자>의 노랫말에 그림을 얹은 책입니다.

· <도망가자>는 가수 선우정아가 2019년 12월 12일에 발표한 정규 3집 앨범 의 수록곡입니다.

· 노래<도망가자>와 함께 본 책을 감상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그림책 <도망가자> '일러두기' 中

 

 

노래와 함께 책을 감상하는 만큼, 그림책에 대한 감상에 앞서 선우정아의 노래 <도망가자>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고 싶다.


 
 

노래로 듣는 선우정아의 <도망가자>



앞서 일러두기에서 보았듯이, 노래 <도망가자>는 가수 선우정아가 2019년 12월 12일에 발표한 정규 3집 앨범의 수록곡이다. 사실 이 노래를 처음 듣게 된 것은 지난 10일 밤, 무언가에 이끌린 듯 보게 된 한 영상에서였다.

 

 

*영상 속 노래를 감상하며 이어지는 리뷰글을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도망가자.

어디든 가야 할 것만 같아

넌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아

괜찮아.

 

우리 가자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대신 가볍게 짐을 챙기자

실컷 웃고 다시 돌아오자

거기서는 우리 아무 생각 말자

 

너랑 있을게 이렇게

손 내밀면 내가 잡을게

있을까 두려울게

어디를 간다 해도

우린 서로를 꼭 붙잡고 있으니

 

너라서 나는 충분해

나를 봐 눈 맞춰줄래

너의 얼굴 위에 빛이 스며들 때까지

가보자 지금 나랑

 

도망가자

멀리 안 가도 괜찮을 거야

너와 함께라면 난 다 좋아

너의 맘이 편할 수 있는 곳

그게 어디든지 얘기해 줘.

 

너랑 있을게 이렇게

손 내밀면 내가 잡을게

있을까, 두려울 게

어디를 간다 해도

우린 서로를 꼭 붙잡고 있으니

 

가보는 거야 달려도 볼까

어디로든 어떻게든

내가 옆에 있을게 마음껏 울어도 돼

 

그 다음에

돌아오자 씩씩하게

지쳐도 돼 내가 안아줄게

괜찮아 좀 느려도 천천히 걸어도

나만은 너랑 갈 거야 어디든

 

당연해 가자 손잡고

사랑해 눈 맞춰줄래

너의 얼굴 위에 빛이 스며들 때까지

가보자 지금 나랑

 

도망가자

 

- 선우정아, <도망가자> 노래 가사

 

 

노래의 제목이자 첫 소절, ‘도망가자'. 이 네 글자에 그만 눈물이 터져버렸다. 툭툭 담담히 내뱉는 독백 같은 노래 가사가 요 근래 나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았다. 며칠간 형체 없이 부유하는 많은 생각 때문에 번잡하다고 느껴지는 요즘,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떠나고 싶다고.

 

심장이 먹먹해졌고 단전에서 끓어오르는 어떤 울렁거림 때문에 많이도 울었다. 노래를 듣고 울음을 삼켜내며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주륵주륵 울어본 적은 처음이었다. 당황스러웠지만 그런대로 내버려 두었다. 그리고 울음 끝에 찾아온 정적 속 평안함에 자연스럽게 젖어들었다. 후련했다. 스스로를 짓누르고 있는 어떤 불편한 감정들을 울음으로 대신 게워낸 듯했다. 분명 오랜 시간 묵혀둔 울음이었다. 그렇게 몇 분간 소리 없는 울음 끝에 알게 됐다. '지금, 나에겐 이런 위로가 필요했구나.'

 

노래 <도망가자>는 처음부터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서는 '도망가자'라는 말을 한다. 그리고 이어서 '괜찮아, 충분해, 가보자, 달려도 보자, 마음껏 울어도 돼, 안아줄게, 네 곁에는 함께 눈을 마주쳐 주고 묵묵히 손을 잡아주는 이가 있다'라고 말한다.

 

그 다음에 돌아오자 씩씩하게.

 

결국은 이 말을 듣기 위해 노래를 듣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분명 단어들은 평범하지만 무언가 힘이 느껴진다. 어떤 상황에도 흔들려도 되니, 언제나 너의 존재와 함께하는 이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그게 바로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일 수도, 나 자신일 수도, 심지어 이 노래 자체가 될 수도 있다.

 

노래 <도망가자>가 특별한 이유는, 각자에게 특별한 위로를 주는 노래이기 때문이다. 노래를 듣는 사람마다 처한 상황과 마음은 모두 다를 것이다. 그러나 노래는 결국 평범하지만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넨다. 세상의 가시 돋친 말들을 잠시 잠재우고, 몸과 마음에 쥐었던 힘을 스르륵 빼고선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천천히 씩씩하게 일어서서 다시 숨을 쉴 수 있게 한다.

 

이것이 바로 선우정아의 노래 <도망가자>가 주는 위로의 힘이 단단하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이제, 그림과 함께 감상해보자.

 

 

 

그림으로 보는 곽수진의 <도망가자>



이번에는 그림과 함께 노래를 감상하였다. 멜로디는 빠르지 않기 때문에, 노래가 흐르는 대로 한 장씩 넘겨가며 두 귀로 노랫말을 곱씹고 그림을 한눈에 담으며 천천히 감상할 수 있었다. 곽수진 작가의 그림을 보며 듣는 <도망가자>는 또 다른 감성에 젖어들 수 있어 새로웠다.

 

<도망가자>의 노랫말에 입혀진 곽수진 작가의 그림에는 어떤 사람과 흰 노견 한 마리가 등장한다. 탁자에 놓인 사진을 통해 어렸을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오랜 시간 동안 주인공과 함께한 노견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여행을 떠난다.

 

 

*아래 사진은 그림책 <도망가자>속 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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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길을 따라 발맞춰 걷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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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곳을 바라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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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눈을 마주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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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공간에서 잠이 든다.

 

 

선우정아의 묵직하면서도 담담한 노랫말이 곽수진 작가 특유의 따뜻한 그림체와 만나면서 훨씬 더 몽글몽글한 장면으로 연출되었다. 곽수진 작가는 그림책 맨 끝 '작가의 말'에서 그림에 대한 설명을 덧붙인다.

 

 

<도망가자>의 노랫말에 입혀 그린 그림이 '오랜 시간 내 곁을 지켜준 노견과 동행하는 마지막 여행'에 대한 그림입니다. 지금은 제 곁을 떠났지만 한때 함께였던 반려묘에 대한 제 개인적인 감정도 이 그림들에 녹아있습니다. (중략)

 

힘들 때마다 내게 힘을 주던 반려동물에게 이제는 내가 힘을 주고, 아픈 현실로부터 함께 도망도 갔다 씩씩하게 돌아오는 모습이 바로 그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은 변할 리 없지만 사랑하는 이와 함께했던 추억은 영원히 마음속에 남아 내게 힘을 줄 테니까요.

 

- 곽수진 '작가의 말' 中

 

 

오랜 시간 함께한 사람과의 '마지막 여행'은 어떨까. 괜히 상상도 해보지만 아직까지는 감당하지 못할 슬픔만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이와 함께했던 추억은 영원히 마음속에 남아 힘을 준다'라는 곽수진 작가의 말에서 노래와 그림이 전하는 위로의 힘도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선우정아의 노래로 위로를 얻고, 곽수진 작가의 그림으로 힘을 얻는 것으로 보아 그렇다. 노래와 그림을 통해 우리는 어떤 특정한 추억이나 순간을 떠올리며 그것들로 슬픔, 행복, 애정, 위로 등 마음속 울렁거리는 감정을 붙잡아 풀어낼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인지 노래와 함께 감상하는 그림책이 전하는 위로의 힘은 더욱 크다. 언제든 생각날 때마다 다시 그림책을 펼쳐 노래를 들으며 감정을 머금고 보듬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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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작가의 말' 중 선우정아의 말을 빌려 모든 이들에게 전하고 싶다.

 

 

소중히 여기는 그 마음들이 부디 계속 따뜻할 수 있기를. 저에게 수없이 함께 도망갔다가 함께 돌아오자고 손 내밀어 준 사랑하는 이와 지금 따뜻한 당신에게, 이 책이 예쁜 행복이 되길 바랍니다.

 

- 선우정아 '작가의 말' 中

 

 

지금 이 순간, 지치고 힘들어 어딘가 훌쩍 떠나버리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그림책 <도망가자> 한 편이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아트인사이트 신송희 컬쳐리스트.jpg

 

 

[신송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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