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좋아하는 마음에 관하여 - 아트인사이트 Vol.1 [도서]

글 입력 2021.08.22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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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삶


 

나는 종종 다른 이의 삶이 궁금하다. 내 옆의 친구, 매일 보는 가족, 지나가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감정을 느끼는지 궁금하다. 똑같이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사는 것 같지만, 어느 순간 우리는 각자 전혀 다른 날들을 보내고 있음을 깨닫는다.


프랑스어 수업에서도 그랬다. 파리에서 가장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하는 시간이었다. 따끈따근하고 부드러운 빵이 가득한 빵집, 푸르른 공원과 잔잔히 흐르는 센 강, 밤을 밝히는 에펠탑에 대해 미숙하지만 진심을 담은 프랑스어들이 이어졌다.


그런데 한 미국 친구가 ‘파리의 커피가 좋아요. 아주 맛이 좋아서 매일 카페에 들려 커피를 마시는 시간이 좋아요.’라고 답했다. 순간 나는 ‘무슨 소리지. 카페 갈 때마다 커피는 맛이 없던데’ 마음으로 속삭였다. 그리곤 생각했다. 친구의 파리는 내가 느끼는 파리와 얼마나 다를까. 그 친구의 눈으로 도시를 바라보고 싶었다.


좋아하는 인디밴드 ‘9와 숫자들’도 이런 노래를 불렀다.

 

 

우린 같은 노래를 들으면서도

다른 몸짓으로 춤을 추고

같이 똑같은 하루를 보내고서도

서로 다른 일기를 쓰지 

 

- 9와 숫자들, '석별의 춤' 中



그치. 우린 하나부터 열 끝까지 참 다르다. 같은 걸 보고도 다른 생각을 하고,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가끔은 그래서 다른 이의 일기장이 궁금해진다. <아트인사이트 Vol.1>는 누군가의 일기장을 두 장, 세 장씩 조심스레 빌려온 이야기다. 그날 마음이 끌리는 소제목을 따라 책을 펼치면, 처음 보는 이의 솔직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 사람은 무엇을, 어떻게 좋아하는지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조금, 어쩌면 많이 그에 대해 알아갈 수 있다.

 

 

 

Part 1. 내가 좋아하는 것


 

[꾸미기][크기변환]미술관.jpg

 

 

‘좋아하다’라는 말을 떠올리면, 좋아하는 대상에 대한 생각으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좋아하는 게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은 쉬우면서 어렵다. 좋아하는 크고 작은 대상 중에 어떤 것을 골라야 나에 대해 잘 설명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된다.


질문을 받은 짧은 순간 열심히 고민해 보지만, 답은 보통 정해져 있다. 전시 보는 걸 좋아해요,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이 책의 몇몇 저자들도 ‘전시’를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취미와 관심사가 같은 사람을 발견하는 것만큼 신나는 일이 없다. 집중해서 글을 읽어내려 갔다.


예술 작품을 감상하면서 드는 생각과 감정에 집중한다는 그들의 말에 공감했다. 전시의 주제, 메시지에 주목해보기도 하고, 관람의 주체인 나에 집중해보기도 하고, 때로는 전시의 구성과 동선을 고민해 본다는 이야기들. 나와 비슷했다.


하지만 어떻게 처음 전시를 좋아하게 되었는지, 사연은 모두 달랐다. 부모님을 따라서, 우연히 받은 티켓으로, 전공 공부를 하면서, 다 다른 시작이었다. 어떻게 전시를 감상하는지 방법도 달랐다. 수첩에 그때그때 드는 생각을 글과 그림으로 적기도, 집으로 곧바로 달려와 긴 줄글로 정리하기도 했다.


나와 같은 것을 좋아하지만, 다른 면이 있는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재미있었다. 다음에는 나도 그때 수첩을 꼭 쥐고 전시회를 보던 그분을 떠올리며 따라 해볼지 모른다. 분명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어쩌면 또 다른 전시 감상법이 될 수도, 아니면 이내 포기하고 아무것도 들지 않고 전시를 보는 나로 돌아갈 수도 있다. 둘 다 좋다. 새로운 길을 찾고 직접 해보는 건 좋아하는 것을 질리지 않고 꾸준히 좋아할 수 있는 방법이다.


책을 읽다 보면 생각지 못했던 대상들을 만나는 재미도 있다. 이를테면 한 저자는 ‘비효율’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비효율은 꼭 걷지 않아도 되지만, 걷기로 했던 시간들이다. 길을 헤매 돌아가도 산책을 할 수 있어 기분이 좋고, 누군가와 헤어질 때 바로 돌아서지 않고 데려다주면서 마음이 충만해진다고 했다.


좋아하는 대상은 생각하기에 따라 바다처럼 넓어질 수 있었다. 대단한 취미가 아니더라도 일상의 작은 순간들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하면, 좋아하는 것들의 리스트가 길어지고, 내 세상이 더 넓어진다. 나도 작은 순간순간들을 발견하고,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Part 2.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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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좋아하게 되면, 그 대상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을 아끼고 사랑하다 보면 좋아하는 마음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생각하게 된다. 왜 다른 것도 아닌 이게 가장 좋을까, 내 마음에 어떤 부분을 건드리는 걸까, 나의 경험과 관련된 부분은 있을까. 다양한 생각으로 뻗어 나간다. 그리고 이내 이렇게 깊은 생각으로 이어지게 한 소중한 것을 나만 누리긴 아까워진다. 그래서 주위에 열심히 ‘영업’하고,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어진다.


하지만 내 뜻대로 되진 않는다. 나에게 좋은 것이라고, 타인에게도 꼭 좋은 것은 아니다. 내가 느낀 벅차고 기쁜 감정을 신나게 이야기해도, 상대는 시큰둥할 때가 있다. 괜히 서운해진다.

 

책 속의 한 저자는 좋아하는 것에 대해 말하고, 공유하는 것이 누군가에겐 불쾌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좋아한다고 말하면, 그 대상 자체가 나로 여겨져서 평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고 했다. 이렇게 무언가를 좋아하는 일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그럼에도, 또 다른 저자는 말했다. 겁먹지 말고 충분히 음미하자고. 그는 한 수업에서 겸손이 미덕인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은 그 순간을 즐기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운이 좋아서 그랬을 거야, 빨리 다른 일을 해야 해 하면서 말이다.


타인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때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게 아니다. 나만 좋아하나? 괜히 풀 죽을 필요 없다. 자신 있게, 당당하게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좋아하는 날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글을 쓰는 건, 내가 무언가를 마음껏 좋아하는 방식이다. 한 저자는 잘 아는 것에 대해 쓰기보다, 규명해내고 싶은 것들에 대해 쓰게 된다고 말했다. ‘좋아하지만 왜 그런지는 아직 잘 모르는 것들’이라 정의했다. 그 말에 공감이 가서 웃음이 나왔다. 글을 쓰다 보면 어떤 부분이 좋았는지 더 파고들고, 세세하게 생각해 보게 된다. 글을 마무리했을 때, 마침내 내가 왜 그것을 좋아하는지 조금은 알겠다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Part 3. 좋아하는 것이 우리를 바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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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을 깊이 좋아하게 되면, 그것을 좋아하기 전과 후, 나는 다른 사람이 된다. 취향도 물론 변하지만, 나의 생각과 가치관도 영향을 받는다. 좋아하는 것에서 느낀 점을 일상과 삶에 대입해보게 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와 왓챠에서 드라마 보길 좋아한다는 저자도 그랬다. 드라마처럼 자신의 삶과 현재의 상태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졸업을 앞두고 복잡한 심경이 꼭 떡밥을 잔뜩 뿌리고, 회수하지 않은 드라마 같다고 했다.


드라마에서 갈등이 생기면 회차를 건너뛰었던 내가 떠올랐다. 머리 아픈 일은 회피하고 싶었다. 인생에도 어려운 일이 생기면 다음 화로, 그다음 화로 넘어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저자도, 나도 드라마를 통해 배웠다. 마음이 피곤해도, 주인공들의 고난을 꾹 참고 지켜보면, 그들은 이겨낸다. 인생이 망할 것 같아도, 어떤 때는 용감하게 맞서서, 또 어떤 때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서, 다양한 갈래로 문제는 해결되기 마련이었다.


저자도 마냥 행복하기만 한 해피엔딩을 더 이상 바라지 않게 되었다고 말한다. 개연성이 없어서 중간 하차하는 드라마가 되진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새로운 위기가 오는 것이 운명인 이 드라마’에서 실수에서 배우고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그가 정의한 새로운 ‘해피엔딩’이었다.


좋아하는 것은 이렇게 우리를 변화시킨다. 시련에 도망치지 않고, 용감하게 삶 앞에 마주 설 용기를 준다.

 

 

 

다르고 비슷한 우리의 이야기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듣고 보니 처음에 소개한 9와 숫자들의 노래, ‘석별의 춤’이 다시금 떠오른다. 저마다 다른 사람들에 대한 가사였다. 하지만 그건 노래의 도입부였다. ‘석별의 춤’은 우리가 다르다는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우린 다른 신들을 믿고 있지만

같은 소망을 기도하고

다른 비와 바람을 맞는다 해도

서로 같은 계절을 느끼지

 

무난한 길을 함께 거닐던 우리

막강한 힘에 함께 맞서던 우리

쳐진 어깨 감싸주시던 그대

크게 흥얼거리던 익숙한 우리만의 멜로디...

 

- 9와숫자들, '석별의 춤' 中


 

그렇다. 우리는 다르다. 그런데 그래서 같기도 하다. 서로 다른 것을 좋아해도, 좋아하는 마음으로 하나가 된다. 쓴 커피를 왜 좋아하는지 알 수 없지만, 좋아하는 커피의 향을 맡고, 한 모금 머금을 때 얼마나 기쁘고 가득 찬 마음일지는 느낄 수 있다. 관심이 가지 않아도 좋아하는 것에 대해 귀 기울여 듣고, 그 마음을 상상하다 보면 좋아하는 이유도 알 수 있게 된다.


책에는 그림 그리길 좋아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나는 그림을 보는 걸 무엇보다 좋아하지만, 그리는 건 영 좋아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는 나의 마음에 분명히 와닿았다.


디지털 그림을 그려보고 싶어서 매일 몰래 전자기기 가게 앞에서 태블렛을 훔쳐보았던 사람. 생일날 드디어 태블렛을 선물받은 그에게 직원들이 “그리 오래 바라보더니 드디어 사게 되는구나, 축하해” 말해주었던 순간. 나는 그 순간의 떨림과 행복한 감정을 정확히 알 것 같다.


<아트인사이트 Vol.1>는 다르지만 비슷한 우리의 이야기다. 9와 숫자들의 노랫말처럼, 다른 비와 바람을 맞아도 같은 계절에 서 있는 우리. 세상이 조금은 아름다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함.jpg


 

[이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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