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운도 지지리도 없다고 생각이 든다면 이 영화를 [영화]

글 입력 2021.08.12 10:09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복(福), 내지는 행운을 마다할 사람이 있을까?

 

복권, 주식, 코인이 성행하는 요즘,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행운을 기대하는 심리가 어느 정도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복(福)주머니에 돈만을 채우는 삶이 과연 행복할까? 영화는 복(福), 즉 행운은 쫓아가야 할 무엇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있는 무엇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찬실이(강말금)는 처음 만난 이름 모를 사람에게 포옹을 해달라고 할 만큼 삶에 지치고 외롭다. 그녀는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 일을 하며 열심히 살아왔지만 나이 마흔에 집도, 가정도, 돈도 없는 서글픈 현실과 마주해야 했다.

 

당장 돈 한 푼 없는 찬실이는 자신과 함께 일하던 영화배우 소피(윤승아)의 집 가사도우미로 일하게 된다. 소피의 집 창문으로는 가파른 언덕배기에 집들이 늘어져있는 달동네가 보이는데 평평한 곳에 위치한 소피의 집은 용달차 한 대 올라가기도 힘든 좁은 달동네에 세 들어 사는 찬실이의 집(방)과는 대비된다.

 

영화에서 배경으로 자주 등장하는 이태원은 부촌과 달동네가 함께 있는 독특한 풍경의 동네인데 이는 마치 소피와 찬실이의 모습 같기도 하다.

 

 

22.jpg

 

 

소피의 불어 선생이자 단편영화감독 김영은 그런 찬실이의 외로움을 조금은 달래줄 사람처럼 보인다. 김영과 찬실이는 모두 영화 일을 하다 현실의 높은 벽 앞에 멈춰 서 있다. 이들은 같이 술을 마시고 걸으면서 조금씩 친해지게 되고 찬실이는 김영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 하지만 찬실이의 마음처럼 이들의 관계는 사랑으로 맺어지지 않는다. 다만 좋은 친구가 된다.

 

찬실이는 영화감독이지만 내세울 만한 영화 한 편 만들지 못했다. 또 자신과 일하던 친한 배우의 가사도우미로 일한다는 점도 꽤나 서글픈 일일 것이다. 더하여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사랑을 표현하지만 실패하고 만다. 그녀 나이 40이다. 일도 사랑도 바람처럼 원하는 데로 흘러가지 않는다.

 

영화가 반환점을 돌았을 때쯤 갑자기 제목이 떠올라 ‘복 없는 찬실이를 비꼬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결말부로 가면서 그 생각이 틀렸음을 자각했다. 찬실이는 복이 많다. 주변에는 항상 그녀를 걱정해 주는 사람이 있고 같이 작품을 하자고 말하는 동료 친구들이 있다.

 

맛있는 요리를 해주시는 주인집 할머니가 있으며 귀신같이 나타나는 장국영이 찬실이가 다시 일어나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조금은 방황하지만 그녀의 주변에는 항상 ‘좋은’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찬실이에게 그들은 다시 겨울을 이겨내고 봄을 기다릴 수 있게 하는 난로일 것이다.

 

 

33.jpg

 

 

찬실이에게 때때로 나타나는 장국영은 자신이 정말로 좋아하고 원하는 게 뭔지 깊이 생각해 보라고 제언한다.

 

자신이 정말로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필자의 경우도 어떤 일을 좋다고 하면서도 정말 좋아하는 일인지, 좋다고 마음먹어서 좋은 건 아닌지, 좋아 보이니까 좋은 건지 등 진심을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영화도 글도 가끔은 정말 좋다가도 너무 어렵게 다가오는 순간에는 싫어지기도 한다.

 

찬실이는 청춘을 바쳐 영화에 몸담았지만 이렇다 할 결과를 내지 못했다. 그렇기에 더욱 숱한 방황을 했을 터인데 잘 이겨내고 또다시 봄을 기다리며 시나리오를 쓰는 그 투지와 열정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주인집 할머니의 말씀처럼 그저 하루하루를 ‘애써서 사는’ 걸까?

 

연속되는 실패와 좌절 속에서 그에 매몰되지 않고 유쾌하게 살아가는 찬실이는 분명 잘 될 것이다. 그녀가 좋아하는 오즈 야스지로 감독처럼 잔잔한 일상의 영화들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는 영화감독이 될 수 있으리라. 이런 찬실이처럼 살아간다면 우리들도 방황하고 실패하더라도 분명 원하는 바를 찾고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안타까운 내용을 침울하게만 그렸다면 기성 영화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영화였겠지만 찬실이만의 유쾌함과 아름다움으로 작품을 보는 순간순간 관객들을 미소 짓게 만드는 특별한 영화이다. 찬실이의 맑고 착한 마음씨, 그리고 그녀를 미소 짓게 하는 주변 사람들은 세상 누구에게도 줄 수 없는 가장 큰 복이다.

 

그래서 찬실이는 복도 많다.

 

 

 

박도훈 에디터.jpg

 

 

[박도훈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79164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E-Mail: artinsight@naver.com   |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Copyright ⓒ 2013-2022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