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리는 모두 예술가다 - 발칙한 예술가들 [도서]

여러분, 여기 제 글이 있습니다! 와서 읽어보시고 생각을 말씀해주세요!
글 입력 2021.08.07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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뭇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태어난 아기. 엄마 아빠를 알아보기 시작하는 순간, 험한 세상을 살아나가기 위한 하드 트레이닝이 시작된다.


요즘 필자는 하루를 보낼 때 사람이 얼마나 많은 ‘전제된 임무’를 수행하는지를 새삼 깨닫는다. 아침에 일어나면 이부자리를 정리해야 한다, 맛있는 밥을 짓기 위해서는 물을 얼마큼 넣어야 한다, 요즘 같은 날씨에는 선크림을 발라야 한다, 우산도 항상 갖고 다녀야 한다, 버스를 탈 때는 요금을 내고 인사를 해야 한다,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전화하면 안 된다 등... 다 합치면 몇천 개는 족히 될 만한 임무와 수행 방법이 뇌에 입력된 셈이다.


우리는 매일 수천 개의 미션을 정복하면서도 이렇다 할 부침(浮沈)을 느끼지 못한다. 심지어 미션이 존재하는지조차도 인식하지 못하며 살아간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우리가 이렇게 세상을 살 수 있는 것은 부모님과 선생님 – 좀 더 추상적인 단어로, ‘사회’가 쉬지 않고 사회화를 시킨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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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여덟 살이 되면 학교에 간다. 학교는 국어, 영어, 수학과 같은 지식적인 측면에서의 사회화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는 곳이기도 하지만,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친구, 선생님 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예의와 예절, 또래 관계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그리고 또 하나의 특징이 있다. 학교(school)는 그리스어 ‘스콜레(σχολη; schole)’에서 유래했다. 스콜레는 ‘공부하다’, ‘삶을 즐기다’, ‘여가를 즐기다’라는 뜻이다. 즉 학교는 삶을 즐겁게 사는 법을 배우고, 공부가 그 방법의 하나임을 깨닫게 해 주는 곳이다. 어쩌면 학교가 가진 숱한 특징 중 하나가 아니라, 학교의 본질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삶을 즐겁게 산다’와 ‘학교’를 나란히 놓고 생각한다? 아마 십중팔구 공감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공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혼내고, 밤늦게까지 공부만 시키고, 성적이 낮다는 이유로 혼내는 억압 그 자체인 학교를 기억할 뿐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도 어언 7년 가까이 되어가건만, ‘4차 산업 혁명에 대비’, ‘융합형 인재’, ‘창의성을 발휘하는 환경 조성’ 등속의 허울뿐인 교육 정책만 쏟아졌다. 실제로는 혼란만을 가중한 채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모든 학생이 나중에 연구원이나 박사, 교수가 될 필요가 없는데도 80점을 맞으면 90점을 맞아라, 90점을 맞으면 100점을 맞으라고 강요한다. 반대로 공부를 못하는 학생은, 누군가는 꼴찌가 되어야 하는 상대평가의 굴레 속에서, 늦게나마 시작하려는 의지도 꺾인 채 사회의 주류가 되지 못하고 주변인이 되어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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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회가 만들어낸 사회화 과정 커리큘럼은 이처럼 시스템에 적응하는 사람만 살아남고,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관심조차 주지 않는 무시무시함을 내포하고 있다. 책 ‘발칙한 예술가들’에서는 한 가지를 더 지적한다. 바로 어린 시절에는 누구나 가지고 있던 창의성, 창조성이 학교와 직장을 다니며 사라진다는 점이다.


안타깝게도 학교와 직장은 평범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을 예술가적 기질을 계발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억압하는 특성을 가진다. 학교는 이미 언급했으며 직장은 수직적인 관료제 문화가 개개인의 창조성을 뭉개버린다. 저자 윌 곰퍼츠는 비록 불가능할지라도 학교는 마치 예술 학교처럼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고, 회사는 지금보다 더 협동적인 분위기를 형성해야 하며 덜 수직적인 분위기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쯤에서 회의감이 들 것이다. ‘시스템이 바뀐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창조적인 사람이 될까?’ 당연히 모두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고, 누구나 학자가 될 필요가 없듯 누구나 예술가가 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이 책에서는 예술가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능력이란 존재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보통 사람과의 차별성이 존재하지만, 실천 불가능한 천재성은 아니라는 것이다.


세상에 이름을 남긴 예술가들은 전체와 부분을 동시에 보며 조화를 생각했고, 작품을 발전시켜나가기 위한 적절한 질문을 스스로 던지면서, 호기심을 가지고 실패를 반복했다. 자신이 인정받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을 가진 채로 용기를 내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작품을 선보였고, 종국에는 유용성이 0에 수렴하는 예술품을 값비싼 가치를 지닌 무언가로 둔갑시키는 데 성공한 사업가적 수완도 가지고 있었다.


어린 나이부터 어른의 마음에 드는 성과를 내기 위해 스트레스를 받았던 대부분에게, 저자는 창조성은 보통의 사람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것이라는 용기를 심어준다. 예술가들의 인간적인 면모는 우리 역시 생활 속에서 창조성을 계발하는 노력이 불가능하지 않음을 깨닫게 해 준다.


*


인상파 화가들은 제도권 하에서 보수성을 짙게 띠고 있던 전시인 프랑스 살롱 전에 몇 번이고 낙방한 경험이 있다. 살롱 전에 걸리지 못한 그림만을 모아 따로 연 전시회에서 대중은 인상파 화가에게 미숙하고 완성되지 않았다는 비난을 쏟아냈다.


만약 인상파 화가들이 날 선 비난을 듣고 그림을 접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미술 사조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인상파를 보기란 불가능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들도 두려웠지만 지치지 않고 대중에게 작품을 어필했다. 필자도 앞으로 예술가와 같은 삶을 살아보려고 한다. 그 첫 번째 노력으로 독자에게 이렇게 외치고 싶다. ‘여러분, 여기 제 글이 있습니다! 와서 읽어보시고 생각을 말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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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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