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도 있는 삶을 살자가 내 인생의 모토이다.
언젠가부터 나는 인생의 유한함,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 시간, 순간, 오늘, 내 하루에 대한 소중함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나의 하루를 얼마나 알차게 잘 그러니까 밀도 있게 보내느냐로 귀결되었다. 하루를 꽉 채워서 내 시간을 아주 잘- 사용하고 싶은 것이 나의 바람이다.
샤워를 할 때에도 뉴스를 틀어 놓고 씻는다. 머리를 말릴 때에도 유튜브를 통해 어떤 정보를 습득하고자 한다. 일을 하는 동안 빨래가 돌아가길 원한다. 나는 동시에 멀티태스킹이 되는 것을 매우 좋아하는 사람이다.
알고 있었다. 쉬는 날 보는 유튜브도 넷플릭스도 책도 결코 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하루하루를 밀도 있게 살아가다 보면 너무 열심히 살게 된다. 가끔 주변의 누군가들이 말한다. 조금 쉬면서 가라고, 조금 천천히 가라고.
주변의 누군가가 봤을 때는 나는 너무 열심히 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너무 무리하게 달리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던 찰나에 읽게 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생각을 끄기란 정말 어렵다. 밀도 있게 하루를 보내다 보면 생각은 늘 꼬리에 꼬리를 문다. 아주 사소한 것들부터 점점 커져 내 인생의 방향과 내 주변의 인간관계에 대한 것까지 늘 아주 많은 생각으로 뻗어 나간다. 그런데 이 생각을 끄는 연습이라니?
이 책에선 네덜란드 사람들이 행하는 닉센을 통해 생각 끄기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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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센 :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심지어 생각조차 잠시 꺼놓는 네덜란드 휴식법
작가는 네덜란드에 살고 있는 폴란드 여성으로 네덜란드인의 삶에서 닉센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생각을 잠시 멈추고 끄고 쉬는 것으로 자신을 충전하면서 자신의 삶을 평안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의식하지 않아도 이미 닉센을 하고 있으며, 닉센을 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 사회적 환경, 문화적 환경을 갖추고 있음을 책에서 소개한다. 작가의 네덜란드 사랑, 자랑이 아주 듬뿍 담겨 있는 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현대 사회의 사람들은 왜 이렇게 바쁠까.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은 하루에 해야 할 일들이 수백 가지가 된다. 나라는 한 사람이 가진 여러 가지 역할을 수행하는 데 몸도 마음도 지치게 된다.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일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바쁜 삶 속에서 오히려 바쁘지 않거나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을 때 죄책감을 느끼고 잘못하고 있다고 느낀다는 것에 대해서 콕 집어낸다. 이 시선에 대해 아주 공감하는 바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나는 자발적 바쁨과 비자발적 바쁨을 모두 가지고 있으니 그래도 조금 나은 삶이라고 생각한다.

생각이 많은 나, 하루가 바쁜 나, 좀처럼 가만히 있지 못하는 나, 가만히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이 아까운 나는 이 책에 거는 기대가 컸다. 정말 생각을 끌 수 있다면,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에 힘이 있어서 나를 채워주고 나를 충전시켜주고 나를 회복시켜 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설렘과 기대를 가지고 책을 읽었다.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생각을 끄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길, 그리고 생각을 끄는 행동을 통해 내가 얻는 것에 대한 진한 설득을 해주길 바랐으나 조금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책에서 알려주는 닉센의 방법들은 특별하지 않다. 너무 특별하지 않아서 음.. 이런 것들이라고?라는 실망을 갖기도 했다. 단순하고 이미 아는 것들.
- 휴식 취하기
- 자기관리
- 몽상
하지만 여기에 덧붙여 무엇이 닉센이 아닌지, 그리고 집에서, 직장에서, 공공장소에서 닉센하는 법에 대해서 작가는 알려준다. 그로 인해 이미 알고 있는 것이었을지언정 한번 실행해볼까? 하는 실행의 힘이 되어주었다는 점에서는 책의 도움을 받았다.
일요일 새벽 혼자 조용히 조명을 켜고 의자에 다리를 한껏 웅크리고 책을 읽는 그 시간이 좋았다. 하지만 그 순간도 나는 닉센을 하지는 못했다. 책을 읽고 있으면서도 이 순간이 좋으면서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이 넘쳐났다. 오늘 뭐 먹지, 오늘 뭐 입지., 오늘 뭘 하면 즐거울까, 의미 있을까, 놓친 건 뭐지, 집안일 뭘 해야 하더라 이 같은 수많은 생각들이 나를 휘감았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아주 잠시라도 닉센을 하고 싶었다. 생각을 꺼보고 싶었다. 의식적으로.
그래서 나는 작은 접이식 쇼파침대에 옆으로 털썩 쭈구리고 누웠다. 음악도 없고 유튜브도 없고 TV도 없고 스마트폰도 없다. 그냥 누워서 멍하니 앞을 바라보았다. 고요한 적막과 익숙하지만 조금 낯선 내 방의 풍경들, 그리고 또 꼬리에 꼬리를 물어오는 생각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색한 고요함이 나쁘지 않았다. 좋은 시도였다.
바쁘게 사는 하루가 좋다. 밀도 있는 삶을 사는 것이 좋다. 그렇지만 가끔은 생각을 끄는 것이 나에게 도움이 된다고 나를 제대로 설득해 주었으면 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만큼 나를 설득시키지 못했다. 그래도 작은 시도를 할 수 있게는 해 주었다. 닉센을 시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가끔은 스위치를 끄는 사람이 되길. 멍 때릴 줄 아는 사람이 되길 바라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