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예술가처럼 생각하라 - 발칙한 예술가들 [도서]

글 입력 2021.08.02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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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란 어떤 사람들을 말하는 것일까?


빛나는 아이디어, 타고난 재능, 섬세한 관찰력 등...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된 여러 가지 능력들이 먼저 떠오른다. 예술이란 것을 한 단어로 단정 지을 수 없는 것처럼, 사람, 즉 예술가도 그렇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누군가 나에게 예술가라는 존재를 어떠한 이미지로 나타내보라고 한다면 꽤 고정된 이미지로 표현할지도 모르겠다.


예술가를 이미지만으로 상상해보자면, 나는 언뜻 영화 <소공녀>의 주인공인 미소가 떠오른다. 먹고 살기 위해, 형편에 맞춰 하고 싶지 않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과 달리 그녀는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생활이 궁핍해져도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가치를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환경이나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전진하며, 그렇게 쌓아올린 그녀만의 견고한 세계는 때로는 어쩔 수 없이 이기적일지라도 감히 탓할 수 없이 고귀하다.


자신의 작품을 만들던 공간을 ‘팩토리’라 칭하며 돈과 물질주의를 창작 활동의 주제로 삼았던 앤디워홀과 같이, 사업가와 같은 면모를 지녔던 예술가들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화가도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캔버스와 물감이 필요하다. 예술가들은 결코 타협하지 않고, 의미 있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일에만 몰두하는 자들일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발칙한 예술가들>은 이‘그렇지만은 않다’라는 사실에 집중한다.


<발칙한 예술가들>에서는 회화와 조각, 설치 미술 및 행위 미술은 물론 영화와 광고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막론하고, 감각과 영감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모든 창조적인 행위를 '예술'로 정의한다. BBC 아트 디렉터이자 예술 전문 저널리스트인 윌 곰퍼츠는 위대하고 때로는 발칙하기까지 한 예술가들을 소개한다. 예술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예술가들에 대해 사람들은 으레 놀라운 재능과 뛰어난 감각을 타고났을 것이라고 짐작하지만, 이는 명백한 오해일수도 있다며 예술에 보다 친밀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다.

 

1부에서는 저명한 예술가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 다루고, 2부에서는 우리가 예술가가 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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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는 으레 조르주 쇠라가 그랬듯 예술을 위해 은신처에 들어간 채로 지내기도 하고, 윌리엄 터너가 그랬듯 폭풍우가 치는 바다 한가운데에서 배의 돛대에 자기 몸을 묶기도 하고, 콘스탄틴 브랑쿠시가 그랬듯 수천 킬로미터를 걷기도 한다. 예술가는 결코 타협하지 않으며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일에만 몰두한다. 예술가에게는 용기와 고귀함이 넘친다.

 

그런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그래,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책을 읽으며, 예술가들은 더 이상 영화의 주인공처럼 낭만적으로만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들은 끝없이 두드린 사람, 자기 자신에게 집요하게 따져 물은 사람, 돈의 무게와 가치를 무엇보다도 날카롭게 꿰뚫고 있는 사람, 때로는 초라한 낭만보다 우아한 전략을 선택할 줄 아는 사람, 실패에 익숙한 사람, 그럼에도 선뜻 먼저 다가가며, 용기 내어 도전하는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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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예로 우리에게 익숙한 빈센트 반 고흐가 있을 것이다. 그는 낭만적인 이미지로 느껴지는 보헤미안 화가이다. 고흐가 자신의 남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들과 그들의 우애는 지금까지도 유명하다. 그러나 사실 고흐는 사업가와 같은 면모를 지니고 있었으며, 예술 작업의 상업적 측면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지독한 가난에 시달렸던 생활 보호 대상자가 아니라, 미술상이었던 남동생 테오와 협력 관계를 맺은 벤처 사업가였다.


테오에게 쓴 편지에 그는 자신의 상업적 성공의 의무를 완전히 받아들이는 내용을 비롯해 작품을 창작하는 대가로 지원금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림으로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나의 절대적인 의무이다.’, ‘그 어떤 경우에도 중대한 의뢰를 거절하지 않을 것이며, 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요구 사항에 맞춘 작품을 그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재작업을 할 수도 있다.’ 몇 가지 문장만 읽어도 그에게 사업가의 면모가 있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예술가의 일은 다른 사업가의 일과 같다고, 저자는 말한다. 미래를 전망하며 행동하고, 독립적인 태도를 견지해야 하며. 경쟁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야심차게 경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고 전한다.


예술은 경쟁할 수 없는 분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자신의 브랜드를 알릴 기회 등은 경쟁에 뛰어들었을 때 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작업을 하기 위해서 예술가들은 자유로운 공간과 시간이 필요하고, 이윤은 자유를 벌어다 준다. 그리고 자유는 예술가에게 가장 가치 있는 재화인 시간을 확보해주는 것이다.


또한, 그들은 집요한 사람들이었다. 화려해보이고 만사에 초연한 태도로 일관하는 듯싶지만, 타고난 재능이 있다고 해도 매번 완성하는 작품이 그들 마음에 전부 온전히 들어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자신의 마음에 쏙 드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초인이 아니었다. 오히려 완벽함은 없다는 것을 일찍이 깨닫고, 마치 토머스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하는 것과 같은 자세로 임하며 포기를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저자는 이들의 근성에 ‘뼈를 입에 문 개’라는 표현을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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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짓 라일리는 1960년대 옵아트 운동의 선구자로, 색과 형태, 빛 사이의 관계를 탐색하는 우아한 추상 회화 작품을 만들어냈다. 작품에서 보이는 통제력과 정적인 분위기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그가 국제적인 스타덤에 오르기까지 꽤 순탄한 여정을 걸어왔을 것이라고 짐작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순탄한 삶과는 거리가 멀었다. 수많은 시행착오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집요한 구석과, 실패에 다른 방식으로 다시 시도하고 부딪혀본 경험이 그를 성공의 길로 이끌었다.


십년간 밝은 색채의 그림을 그리던 그는 이별의 슬픔과 성공하지 못한 화가라는 슬픔에 휩싸인다. 그렇지만 그는 그림을 놓지 않고 그 마음을 담아 캔버스를 검은색 물감으로 덮는다. 그리고 완전히 추상적인 방식으로 다시 시도한다. 캔버스 위에서 3분의 2 지점쯤 내려온 위치에 수평선을 그려 넣은 것이다. 선의 아랫부분은 반듯한 선이지만 윗부분은 비대칭적인 곡선을 그리다 끝이 난다. 그는 이것을 비대칭적이고 역동적인 성질을 지닌 인간관계에 빗댄다. 공간적이고 형태적이며 인간적인 이 상호작용을 <키스>(1961)라고 이름 붙이고, 마침내 자신의 길을 찾는다.


오늘날 창조성이란 것은 미래의 번영에 핵심적인 요소라며, 전 세계가 창조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인다. 우리 모두에게도 창조성이 내재되어 있으나, 그것을 발견해내는 것은 쉽지 않다. 저자는 뛰어난 창조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삶을 실험실처럼 여겨야 한다고 말하며, 이전의 작업이나 경험에서 고수해야 할 요소와 버려야 할 요소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브리짓 라일리는 그가 회화에서 가장 매력적으로 여겼던 색채를 버림으로써 한 단계 진보해나갈 수 있었다.


 

모든 아이는 예술가다.

문제는 어른이 되어도 예술가로 남아 있냐는 것이다.


- 파블로 피카소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바로 창조성이었다. 미술사적 의의나 탄생 배경에 대해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이 키워드를 중심에 두고 모든 내용이 이어지니 감상하실 때 참고하시길 바란다. 창조성은 모두에게 있으나, 자기 자신이 집중할 대상을 찾아내는 데 탁월했던 사람들이 바로 예술가라며, 저자는 창조성이 활짝 펼쳐질 공간, 기존의 방식과 다른 방식의 접근을 꿈꾼다. 창조성은 민주주의에 목소리를 부여하고, 문명에 형태를 부여한다. 우리의 상상력과 재능을 이용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을 때, 우리들은 특별해질 수 있고 삶은 더 풍성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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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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