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동화 같은 삶을 꿈꾼다면 [영화]

우리라는 동화
글 입력 2021.08.01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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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어공주는 전도연이 1인 2역을 맡아 자기 자신(김나영)과 억척스러운 엄마 역(조연순)을 모두 해낸다는 점에서 그녀 자체에 연기력이 돋보이는 영화이다.

 

또 그런 나영이 지긋지긋한 현실에서 도피한 뒤 알 수 없는 힘으로 과거 부모님의 사랑을 두 눈으로 목격하게 된다는 판타지적 요소 역시 영화를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하지만 무엇보다 영화는 그런 판타지적인 요소를 통해 현실 그 이전에 늘 존재해왔던 우리의 한때 동화적인 삶에 집중한다.


영화는 처음 남편이 빚보증을 서준 이의 장례식장에서 연순이 곡을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대학 등록금까지 날리게 된 상황에서 연순은 땅을 치고 울고 나영은 그런 엄마를 말릴 수밖에 없어 보인다. 곧 화면은 트럭을 타고 이사를 하는 나영과 연순을 비춘다.

 

그리고 연순은 딸에게 이렇게 말한다. 대학은 나중에 가면 돼. 이에 나영은 계속 이렇게 되뇐다. 대학은 나중에 가면 돼. 대학은 나중에 가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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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곧 흘러 나영은 어엿한 직장인이 되고 남자친구 역시 생긴다. 하지만 자신과 엄마가 똑 닮았다는 남자친구의 말에 발끈하고 자신은 지긋지긋한 현실이 싫다며 자신이 결혼할 일은 절대 없다고 말하는 나영은, 더는 아름다운 동화를 꿈꾸지 않는 어른이 되었다.


그런 나영은 어느 날 갑자기 병든 몸을 이끌고 훌쩍 떠난 아버지를 찾아 제주도로 향하고 어찌 된 영문인지 알 수 없지만, 그곳에서 과거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 이야기를 두 눈으로 목격하게 된다. 서로에 대한 애정이란 찾아볼 수 없던 두 사람이 쳐다만 봐도 쑥스러워하던 그 시절을 바라보는 나영은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영화는 결국 결말에 이르러 다시 시간이 정상적으로 흐르게 되고, 아픈 남편을 찾으러 온 연순이 그를 조금은 용서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하지만 지긋지긋한 현실은 계속될 것이고 아마 그녀의 남편은 오래 살기 힘들 것이다. 또 나영에게 대학은 여전히 저 멀리 있을 것이다. 또한, 과거 그들의 애틋한 사랑이 아무리 있다고 한들 결국 그들이 감내해야 하는 건 눈앞에 있는 현실 그 자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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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이 영화가 우리의 삶에 남기고 간 온기는 우리 모두 한때일지라도 삶의 동화적인 순간을 꿈꿀 수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모두 다 행복하게 살았더래요, 라는 행복한 결말은 삶에서 찾기 힘든 법이다. 신데렐라는 갑작스러운 결혼에 행복하지 않았을지 모르고 오랜 잠에서 깨어난 공주는 어쩌면 사랑 그 이상을 원하게 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하지만 때때로 평범한 현실에 마법 같은 순간이 찾아오고 그 순간들이 우리 삶에 잠시 머묾으로써 우리는 계속되는 일상 속 단잠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언젠가는 그 동화 역시 현실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도, 그래서 지긋지긋하고 더는 견딜 수 없는 한계에 다다른다고 하더라도, 그 한때의 추억으로 우리는 살아가는 것이다.

 

한때는 순간이지만, 기억은 영원하기에. 빛바래진 현실이라도 우리의 것들은 한때는 모두 분에 넘치게 아름다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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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중간중간 계속해서 바다를 자유롭게 누비는 과거 해녀 시절의 연순을 비춘다. 그녀는 해녀가 될 수밖에 없던 자신의 운명을 원망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그녀의 모습은 두 시간 가량 영화 분량 속에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이는 어쩌면 지긋지긋한 현실마저 우리란 동화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말하는 건 아닐까. 우리는 모두 각자의 동화를 착실히 살아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영화의 제목마저 해녀인 연순을 뜻하는 <인어공주>가 된 것은 아닐까.



[신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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