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들이 추는 TANGO [영화]

글 입력 2021.08.01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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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ngo. 1983년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 수상작이자, 첫 번째로 오스카상을 받았던 이 영화에는 서로 다른 시간대에 겹치지 않고 36개의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8분 남짓의 아주 짧은 영화였지만, 제대로 보기 위해서 대여섯 번 넘게 돌려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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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에서 탱고가 흐르면서 영화가 시작되며, 공을 집 안으로 떨어트린 아이가 공을 줍기 위해 창문을 넘어 들어온다. 그리고 아이의 행동이 반복되면서 차츰 다른 캐릭터들이 나타난다.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아주머니, 검은 안경의 좀도둑, 술 취한 사내, 운동하는 남자, 기저귀 갈아주는 어머니, 급하게 성행위를 하는 남녀, 청소부, 전기수리공, 할머니 등으로 좁은 방은 가득 찬다. 이들은 탱고의 박자에 맞추어 끊임없이 방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똑같은 행위를 반복한다.


이 캐릭터들은 각각 인생의 단계들을 의미한다. 캐릭터들은 일정한 박자의 탱고 리듬에 맞추어 고정된 공간에서 미리 설정된 동선에 맞춰 자신의 움직임들을 반복한다. 이러한 반복은 별다른 의식 없이 기계처럼 반복되고 무기력한 일상의 반복을 의미하는 듯했다.

 

영화는 인간의 숙명을 비유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감독은 현대사회에 사람들이 서로에게 얼마나 무관심한지를 드러내었는데, 이 36개의 캐릭터들이 한정된 공간 안에서 움직일 때 부딪히거나 겹치지 않고 서로를 의식하지도 않으면서 각자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는 것에 소름이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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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짧은 단편 영화를 위해 감독은 약 16,000 장의 셀에 직접 드로잉과 페인팅을 하고, 수십만번의 옵티 컷 프린트 노출 공정을 거쳤다고 한다. 이 필름을 만드는데 하루에 16시간씩 7개월이 걸린 것이다. 캐릭터들의 동선이 겹치지 않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지.


낭만적인 시선을 끄는 음악인 ‘탱고’와, 일상적인 이야기를 주로 소재로 하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를 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끝까지 냉철함을 잃지 않고 있었다. 한 명의 관객으로서 나는 ‘행동의 반복’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대중에게 지루하다는 느낌을 주었을 수도 있겠다고 느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오히려 반복이라는 모티브를 관객들이 정면으로 마주하게 하면서, 상호 소통이 단절된 채 기계처럼 반복되는 소시민의 일상을 비판하고, 상기시키고자 했다. 비평가는 이 영화를 두고 “철두철미하고 순수한 시각 실험가의 리포트다”는 평을 남겼다.


리브진스키 감독이 한정된 공간을 수많은 행동으로 채운 점 또한 인상적이다. 한정된 좁은 공간 만으로 일어나는 모든 행동을 담기에는 한계가 있었고, 그래서 리브진스키는 공간의 배치를 활용하였다. 화면 가장자리를 넘어 카메라 앞이나 뒤쪽에 있는 공간에 여러가지 요소들을 배치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캐릭터들은 행동을 취할 때 뒤쪽 벽에 있는 창문과 문, 방 양쪽에 있는 문, 찬장, 식탁 등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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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끝날 때에도 시작할 때처럼 서서히 인물들이 사라진다.

 

창문 너머로 들어와 공을 가지고 나가던 소년의 행동이 멈추고, 마지막으로 침대에 잠시 누웠다가 일어나던 노인이 일어나 소년이 사라지면서 남긴 공을 주워 문을 열고 방을 나가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이 종료 전의 짧은 순간은 영화 내에서 최초로 반복되지 않은 시퀀스이다. 원래대로라면, 그 공을 가지고 나가는 것은 소년의 역할이었다. 서로에게 무관한 인물들 간에 아주 사소한 상호작용이 일어나도록 한 감독의 장치가 꽤 신선했다. 노인이 든 공을 보며 나는 묘한 쾌감과 작은 희망을 느꼈다.


개인주의가 만연한 현대 사회 속에서, 서로에 대한 아주 사소한 관심이 남아 있다는 희망 말이다.



[이나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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