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D.I.Y : 앨범 발매 도전기 ① [음악]

글 입력 2021.08.01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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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Prologue


 

‘버킷 리스트’.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을 적은 목록을 가리키는 말이다. 굳이 이렇게 사전적 정의를 소개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들어는 봤을 단어이고, 작성해본 경험도 있을 것이다. 정녕 그렇지 않더라도, 누구나 마음속에 꼭 해보고 싶은 일들이 있을 것이다. 나에겐 ‘음원 발매’가 항상 1순위였다.


내가 처음 노래를 써 내려간 것은 15살 때의 일이다. 당시 학교 밴드 동아리원이었던 나는 해외의 유명한 록 밴드들이 너무 멋있어 보였다.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간 노래를 누군가에게 들려준다는 것이 나에게는 낭만이자 로망이었다. 그들의 모습을 닮고 싶은 마음에, 그들을 따라 해보고자 한 것이 작곡의 시작이었다.

 

 

당시의 내가 우상으로 삼던 영국의 록 밴드 '오아시스(Oasis)'.

그들처럼, 그리고 곡 제목처럼 나는 로큰롤 스타가 되고 싶었다.

 

 

이후로도 음악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무언가, 혹은 남기고자 하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때마다 코드와 멜로디를 만들고 가사를 써 내려갔고, 이러한 삶을 산 지 10년째가 된 지금은 곡 수만 수십 곡에 이르게 되었다.


한 번쯤은 음원 발매를 해볼 법도 한데 지금까지 그러지 않은 이유는 프로급이 아닌 나의 음악이 모두에게 공개된다는 것이 부끄럽고 두려웠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나의 머릿속과 공책 그리고 휴대전화 녹음기에만 담겨있는 나의 음악을 누군가에게 들려줄 정도의 퀄리티로 만들어 내는 것에 대해 그저 막막할 뿐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넓은 세상에서 더 많은 것을 알게 된 후로는 더더욱 자신이 없어졌다.


그럼에도 이제 와서 음원을 발매해야겠다고 다짐한 이유는, 언제나 나의 버킷리스트 1순위이기 때문이다. 내가 존경하던 수많은 음악가처럼 될 수는 없어도, 그 누구도 나의 음악을 인정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나의 음악으로 유명해지고 성공하고 싶은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고, 그저 내가 행복해서 하는 일이라면 망설일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을 정말 긴 시간이 지나고서야 깨달았다. 그 무엇보다도, 나의 음악을 들려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 바로 ‘나’ 자신이다.


음원 발매와 더불어, 꼭 하고자 했던 것이 한 가지 더 있었다. 음원 발매를 위해 준비하는 과정부터 발매하는 그 순간까지 모든 과정을 아트인사이트에 기록할 예정이다. 이전부터 막연히 음원을 발매해야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지만 도전조차 섣불리 하지 못했던 이유 중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정보가 한없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프로 뮤지션에게는 최고의 프로듀서진과 엔지니어진이 함께하지만, 나 같은 아마추어에게는 그러한 여건이 없다는 것이 프로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이러한 큰 벽이 생기는 이유 역시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그중에서도 정보의 부족을 1순위로 꼽는다.


내가 음원을 발매하는 과정 역시 아마추어로서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내가 기록한 이 과정들을 보고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누군가가 나처럼 정보의 부족으로 인해 포기하는 일이 없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로 남기고자 한다.

 

 


1. 앨범 컨셉 정하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전반적인 앨범에 대한 컨셉을 정하는 것이다. 발매하기로 결정한 곡이 준비되어 있다면 쉽게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발매할 앨범에 대해 전반적인 기획을 한 후 곡 작업을 하는 것이 더 완성도 높은 앨범을 만들 수 있다.


대부분의 음원 유통사에서는 앨범의 분류를 수록곡 수로 정하고 있다. 보통 1~2곡 내외의 곡을 수록하는 앨범을 싱글 앨범, 4~5곡 내외의 곡은 EP 앨범, 10곡 이상의 곡은 정규 앨범으로 칭하고 있다. 정규 앨범은 수록해야 할 곡 수가 많아 그만큼의 시간과 자본이 필요하다. 반면 싱글 앨범은 곡의 수가 적은 만큼 더 빠른 주기로 앨범을 발매할 수 있다.


음원 자체가 아닌, 음원이 모여있는 앨범을 놓고 봤을 때, 나는 정규 앨범을 선호하는 편이다. 하나의 앨범 속 트랙리스트 안에서 각 음원이 가진 이야기가 합쳐져 앨범이라는 하나의 큰 작품을 만들어내고 싶었다. 비틀즈의 여덟 번째 정규 앨범인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에서는 음반 전체를 하나의 가상 밴드의 공연으로 표현하였고, 뮤즈의 일곱 번째 정규 앨범 ‘Drones’에서는 수록 음원들을 하나의 스토리로 이어지는 느낌을 주기 위해 각 곡의 시작과 마무리의 코드와 음을 매끄럽게 연결하는 것에 신경 썼다고 한다.


나는 EP 앨범을 선택하였다. 정규 앨범에 비해 부담도 덜 하면서 앨범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남길 수 있는, 정규 앨범과 싱글 앨범의 장점만 모아둔 형태라고 생각해서였다. 또한, 나의 음악을 들어줄 누군가를 위해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는 앨범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획한 것이 바로 ‘시리즈 앨범’이다. 각각의 음원을 모아 하나의 앨범으로 이야기를 만들었다면, 더 넓은 의미로 각각의 앨범을 모아 전체적인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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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중음악계에서 시리즈 앨범으로 큰 사랑을 받은 

빅뱅의 'MADE' 시리즈(상)와 방탄소년단의 'Love Yourself' 시리즈(하).

 

 

하지만 시리즈 앨범만으로는 내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명확히 정리하여 마무리 짓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의 마지막 앨범으로 시리즈 앨범들의 주제를 하나로 모을 수 있는 ‘리패키지 앨범’을 만들기로 했다. 국내 대중음악계 내 리패키지 앨범은 아이돌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쉽게 표현하자면 직전 앨범에 대한 연장선으로, 기존 음원들에 신곡이 추가된 형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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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의 미니 5집 'Parallel'(상)과 미니 5집의 리패키지 앨범인 'Rainbow'(하).

때론 리패키지 앨범이 기획사의 상업적 용도로 발매된다는 비판도 존재하지만,

두 앨범의 타이틀곡은 서로 같은 코드진행과 멜로디를 사용, 가사의 유기적인 연결 등

또 하나의 음악적인 표현으로 사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획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꼭 기존 계획에 맞추어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가령 작곡을 하는 단계에서도, 하우스 스타일의 음악을 만들고자 하였는데 더 좋은 리듬을 찾다 보니 디스코 음악이 된다고 해서 전혀 낙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계획은 언제든지 더 좋은 방향성이 떠오를 때마다 유기적으로 변할 수 있다.


앨범에 대한 전체적인 기획을 구상했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음원 작업에 들어갈 준비를 해야 한다. 본격적인 작업 과정은 다음 회차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이호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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