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시공간을 넘어 이어진 아름다운 연대 - 사라진 소녀들 [도서]

글 입력 2021.07.31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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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삶을 살고자 하던 차에 우연히 기차역에서 주인 잃은 가방을 발견한 그레이스, 영국 특수작전국의 유일한 여성 간부이자 이때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던 여성 요원 팀을 지휘하는 엘레노어, 홀로 어린 딸을 키우다 우연히 엘레노어에게 첩보원으로 발탁된 마리.

 

《사라진 소녀들》은 이 세 여성의 시점을 오가며 전개된다.

 

이리저리 얽힌 시점과 이들의 관계는 결국 독자에게 여성의 연대를 보여준다. 특히 그레이스는 마리, 엘레노어와 전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사이이다. 그럼에도 그저 우연히 기차역에서 엘레노어의 가방을, 그리고 이름 모를 여성들의 사진을 발견한 이후로 그들에게 알 수 없는 유대감을 느낀다.

 

이처럼 치밀한 서사구조는 독자들이 그들의 상황에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 마리, 엘레노어, 그레이스의 이야기가 각각 시간 순서대로, 그러나 파편적으로 떨어져 진행되기에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일의 진실에 다가가는 그레이스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는 마리와 엘레노어를 중심으로 한 당시 여성 요원들에게 일어날 일들을 미리 알 수 있게 된다.


 

"그들의 노력은 수백 명의 목숨을 구했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수천 명의 연합군은 침공 작전에서 그들을 기다리는 독일군과 그대로 맞서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 낸 것이 누구인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본문 중에서

 

 

책의 배경이 되는 제2차 세계대전, 즉 1940년대에는 여성의 지위가 지금보다도 더 낮았다.

 

그렇기에 여성 요원을 임무에 투입하자는 엘레노어의 제안에는 불신과 차가운 반응만이 돌아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국장이 그의 제안을 받아들여 엘레노어는 직접 여성 요원을 발탁하고, 그들을 훈련시켜 프랑스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했으나 결과는 좋지 못했다.

 

영국 특수작전국 소속 요원들은 모두 '비밀 요원'이라는 똑같은 자격으로 작전에 임했으나 남성 요원의 실패는 작전 중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으로, 여성 요원의 실패는 다른 이유가 아닌 그들의 성별이 여성이기 때문에 생긴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엘레노어는 본인이 지휘한 소녀들의 안위도 알지 못한 채 즉시 직위 해제된다.

 

또한 마리와 조시를 포함한 여성 요원들은 어떠한 지위도 없이 그저 사망 추정자, 실종자로 여겨진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음에도 처음부터 없었던 일이라는 듯 안개 속에 파묻힌 것이다. 그렇게 누군가의 노력이 없었다면 영영 감추어져 있었을 일이 마리, 엘레노어, 그레이스의 노력으로 뒤늦게 조금이나마 빛을 보게 된다.

 

아무것도 남은 것 없이 사라져버린 소녀들이 시공간을 뛰어넘은 여성들 간의 연대로 다시 살아난 것이다. 결국 이들의 노력으로 여성 요원들은 사망 추정, 실종에서 '작전 중' 사망으로 직위가 변경된다.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싸웠던 요원들이 이름을 되찾을 수 있게 된 데에는 또 다른 치열한 싸움이 필요했다는 점이 조금은 화가 나기도,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정부에서 여자요원특수전담반을 실패한 실험으로 결론 내린 모양이야."

 

실패한 실험. 엘레노어는 그 말을 듣자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현지에 배치된 소녀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훌륭히 완수하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싸웠다. 아니, 실패는 소녀들도 요원들도 아닌 본부의 몫이었다.

 

- 본문 중에서

 

 

이처럼 팜 제노프의 《사라진 소녀들》은 각종 시련에 용기 있게 맞선 여성들을 보여주며 그 어느 때보다 서로의 연대가 필요한 지금, 우리에게 크나큰 감동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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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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