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죽으란 법은 없다 -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도서]

닥치는 대로 부딪쳐 봐
글 입력 2021.07.28 07:02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젊은 나이에 연애를 많이 해야 한다고들 말한다. 그래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그래야 이성을 보는 안목을 기른다고.


이번 생에 연애란 글렀다. 너무나 멀리 있기에 두렵고, 움츠러드니 또 점점 멀어진다. 그러나 계속 이렇게 외로움에 몸부림치며 살 수는 없었다. 악순환의 굴레에서 빠져나오고 싶었다. 급히 친구에게 소개팅을 주선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친구에게서 내 예상을 벗어난 답변이 돌아왔다.


“넌 연애할 자격이 없어.”

 

 

 

사는 것과 죽는 것, 뭐 하나 선택하기 쉽지 않다



어쩌면 난 진짜로 자격이 없을지도 모른다.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습관 탓에 마른 몸에 배만 볼록하게 나왔고, 머리 스타일은 항상 거기서 거기, 친구들이 종류를 다 외울 정도로 적은 옷. 키도 작고, 어깨는 굽었고. 외형적인 부분을 차치하더라도 아량을 베풀기 불가능한, 나이가 스물일곱인데 직장이 없다는 점.


물론 친구는 그만큼 노력을 하라는 뜻에서 얘기한 것일 테지만, 중차대한 결정을 하거나 거사를 앞둘 때면 괜히 심장이 빨리 뛰며 ‘넌 자격이 없다’는 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역효과가 나타나고야 말았다. 친구가 ‘내 소중한 친구를 네게 소개해주기 그렇다’고 뒤이어 덧붙인 사족도 부작용의 발현에 한몫했다.

 


[크기변환][포맷변환]img.jpg


 

여기, 이웃 나라 일본에도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었다. 여태껏 무언가를 좋아해 본 적도 없고, 무언가를 위해 열심히 살아본 적도 없다.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은 무난하게 했기에 공부로 대학은 어떻게 갔지만, ‘내 삶’은 살아본 적 없는 열등감 덩어리라고나 할까.


정직원이 아닌 불안정한 파견사원 신세, 인생의 모든 것을 걸었던 남자친구와의 이별, 뇌경색으로 쓰러져 반드시 누가 옆에 붙어 있어야 하는 신세의 아버지, 이 모든 고민을 나눌 친구 하나 없어 먹는 것으로 해결하며 얻은 ‘뚱뚱한 외톨이’라는 딱지.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걸까? 내가 이렇게도 형편없는 인간이었나? 처음엔 물이 뜨겁지 않았다. 그래서 괜찮은 줄 알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가 끓는 물에 들어온 개구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현재의 삶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진 것이다.

 


3평짜리 원룸에서 조각 케이크에 초 하나를 꽂고 ‘Happy birthday to... me’ 청승맞은 노래를 부르며 스물아홉 생일을 축하하던 주인공. 장식으로 올려져 있던 딸기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주워 먹기 위해 고개를 숙이다가, 별 볼 일 없는 본인의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스친다. 걷잡을 수 없는 헛헛함이 밀려오고,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못생긴 얼굴에 70킬로그램이 넘는 서른 문턱의 패배자에게 남은 인생은 그저 내리막길뿐이다. 앞으로 한 살, 또 한 살 나이를 먹는다는 게 너무도 끔찍하고 두려워 견딜 수가 없다. 지금보다 더 밑바닥 생활이라면 그건 도저히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삶의 의지를 상실한 주인공은 극단적인 선택을 결심하지만, 죽는 것도 어마어마한 용기가 필요하다는 사실만을 깨달은 채 풀썩 주저앉아 고개를 떨군다. 살기도, 죽기도 참 쉽지 않다.

 

 

 

죽으란 법은 없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린 주인공의 눈에 들어온 것은 라스베이거스. TV를 통해 비치는 라스베이거스는 웃음과 행복이 가득하고, 환락과 유흥으로 가득한, 빛과 화려함의 도시였다. 문득, 주인공의 마음속에서 결심 하나가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어차피 죽을 거라면 서른이 되기 직전, 스물아홉의 마지막 날,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고 생각되는 그 멋진 순간을 맛본 뒤에 죽는 거야. 카지노에서 전부를 잃어도 상관없다. 내 인생의 전부를 걸고 승부를 펼쳐 보는 거다. 그리고 땡, 서른이 되는 날 미련 없이 목숨을 끊는다. ‘1년, 내게 주어진 날들은 앞으로 1년이야.’


 

라스베이거스에서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스스로 부여한 시한부. 주인공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경비를 마련하기 시작한다.

 

고수익을 가져다주는 첫 번째 일자리는 호스티스였다. ‘아마리’라는 가명도 짓는다. 손님과 본격적으로 합석을 시작하며, 아마리는 부러움을 사는 지위에 있는 손님도 밤에는 일에 대한 걱정을 덜어주고 얘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함을 알게 된다.


점차 얘기를 들어주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 아마리는 자신을 서서히 사랑하기 시작한다. 낮에는 파견사원, 밤에는 호스티스로 눈코 뜰 새 없는 삶을 살지만, 라스베이거스로 떠날 시간은 점점 다가온다. 이윽고 주말에 할 수 있는 두 번째 고수익 일자리인 누드모델 자리에 지원한다.


처음에는 ‘그냥 집으로 가버릴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꺼려졌지만, 수강생들의 화폭에 펼쳐진 자신의 다양한 모습을 보며 내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나쁜 일임을 깨닫는다. 아마리는 상대를 존중하는 법을 배우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의 말에 동요되지 않는, 바람직한 나만의 잣대를 정립해나가고 있었다.

 


[크기변환][포맷변환]PM_Strip_2014_Cosmo_North_Dusk_260B_Web72DPI.jpg



여생은 ‘뚱뚱한 외톨이’로 보낼 줄 알았던 아마리가 고치를 뚫고 나와 새 삶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장면은 독자에게 감동을 준다. 삽화가 없지만 분명 아마리의 눈빛 또한 달라졌을 것이다. 단순히 삶을 언제 끝내겠다는 결심 때문만은 아니다. 사소해 보이는 목표 설정 하나가 사람을 이렇게 바꿨다.


아마리가 돈을 한푼 한푼 모으는 과정은, 노력해도 삶이 별반 나아지지 않는 절망의 세대인 지금의 20대에게 짜릿한 대리만족을 선사한다. 아마리는 ‘객관적으로 당신은 안타까운 처지에 놓여 있으니 지금보다 더 노력하라’는 채찍질도 아니고, ‘당신 정도면 훌륭하다’는 식의 적극적인 칭찬도 아닌, ‘힘든 인생에도 분명 돌파구는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나그네의 조언을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다.


아마리가 틀어박혀 있던 집에서 벗어나 의욕적인 삶을 사니 친구도 생기고 돈도 벌고 썸도 탔다. 뭔가 하기 시작했다는 점도 중요하지만, 뭔가를 하면서 몰랐던 ‘나’를 발견하고 자존감을 끌어올렸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누군가가 내게 자격을 준 적이 없기에, 마침내 그 자격을 내가 부여하기로 했다. 며칠 전, 난생처음으로 소개팅을 하게 되었다. 짧은 시간 안에 단점을 개선하지는 못했고 연애로 이어지지도 않았지만, 내가 가지고 있던 장점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처음이 어렵지, 한발 내디뎠으니 다음 발부터는 순조로울 것이라는 자신감도 생겼다.


내친김에 다이어트도 본격적으로 시작해보기로 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 중에도 혹시 모든 의욕이 사라지고 하루하루가 비참한 분이 계신다면, 당장 끌리는 것부터 과감히 시작해보기를 권한다. 시간을 제한해도 좋다. 아마리와 나처럼, 살아갈 용기가 샘솟을 것이다.

 

 

 

박대현.jpg

 

 

[박대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88974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1.09.16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부일로205번길 54 824호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1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