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I와 i의 대화

월간 白나경, 7월호 부록.
글 입력 2021.07.25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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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나쁜 사람에

더 가까운 편이죠?"


국어국문학 전공자이자 경영학 전공자. INTP이면서 ENTP. 부산 사람이면서 서울 사람. 모두 I를 지칭하는 키워드다. 자신을 '경계에 선 혼혈짬뽕존재'라고 지칭하는 I. 주변에서도 그녀에 대한 호불호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월간 白나경」의 창간 5번째 달을 맞이하여, 에디터 i가 그녀를 직접 만나보았다.

 

 

   안녕하세요. 「월간 白나경」 편집부 소속 에디터 i입니다.

   반갑습니다. 이렇게 뵙게 되니 기분이 묘하네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귀한 분을 모시게 된 만큼, 저희도 준비를 성심껏 했습니다.

   준비요? 저희 사이에 있는 이 거울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것도 준비한 것의 일부인데, 준비한 게 더 있어요. 오늘의 테마는 "I에게 묻는다!"거든요. 저희 잡지 기본 질문에 더하여 I씨 주변의 지인들에게 미리 질문 8개를 받아뒀습니다.

   8개? 긴 하루가 되겠네..


 

 

I N T E R V I E 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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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가 좋아하는 한강 풍경

 

 

[i가 준비한 질문 목록]

 

1.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

2. 글을 쓸 때 어떤 것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3. 소설을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혹시 써볼 계획이 있는지?

4. 가장 좋아하는 노래 혹은 앨범은 무엇인지?

5. 랩은 요즘에 취미로 계속 즐기는지?

6. 인간의 귀에 들리지 않는 소리 중 직접 들어보고 싶은 소리와 그 이유는?

7. 세상과 삶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가 있었는지?

8. 마지막으로, 5년 전의 자신을 만날 수 있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지? 

 

 

 

#1.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


   좋아한다는 게 이상형 뭐 그런건가?

   아니다. 뭐 이상형이 될 수도 있긴 한데 한정하지는 않아줬으면 한다. '어떻게 하면 당신과 친해질 수 있는가' 정도로 답하면 된다.

   사실 이 질문은 나의 인생 최대 관심사다. 내가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 아직도 미지수이긴 한데, 최근 한 가지 공통점을 찾은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다들 나에게 '되묻는 사람'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리액션이 좋으면 되는 건가?

   아니다. 단순히 리액션이 좋은 것과 되묻는 것은 매우 다르다. 나는 보통 관계를 시작할 때 내가 먼저 다가가는 경우가 절대 다수인데, 사람에게 다가간다는 것은 질문세례를 퍼붓는다는 것과 같다. 이때 상대가 되묻는다는 것은 내가 말한 이전의 내용을 기억하고 있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했으나 나의 이야기 역시 궁금하다는 뜻이다. 반면 질문에 대한 답을 하고 나서, 되묻지 않고 바로 자신이 이야기하고 싶었던 다른 주제로 넘어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이 부류의 사람들과는 잘 못 친해지는 것 같다. '되'묻는다는 것은 근본적으로는 수동적인 행위이므로 능동적인 나와 포지션이 겹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묻는다'는 것 자체로 적당한 관심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래서 좋은 게 아닐까.

   당신과 친해지고 싶다면 당신의 질문에 답한 뒤 되물으면 되는 건가? (웃음)

   단순하게 말하자면 그런 것 같다. 물론 되물은 후 내가 하는 말에도 관심이 있어야 한다. 나는 MBTI N형이므로 매우 관념적인 답변을 하는 경우가 많다. 내 답변을 지루해하지 않아야 한다.



#2. 글을 쓸 때 어떤 것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이 질문을 기다렸다. (웃음) 무조건 전달력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안 되는 거 아는데, '전달력'을 떨어트리기 위해.. 다시 말해 자신의 지식을 뽐내기 위해 쓰인 현학적인 글들을 정말 많이 혐오한다. 

   그 말대로면 대부분의 전공 서적들을 싫어할 듯한데.

   정확하다.

   본인의 글에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가?

   딱히 노력이랄 건 없지만 빡센 교수님이 내주신 과제가 아닌 이상 격식이나 검열 같은 건 최대한 안 하려고 한다. '의식의 흐름' 이라는 말이 바로 내 글에 해당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가진 생각의 흐름이 글을 읽는 독자에게 그대로 흡수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쓴다. 아, 그리고 같은 맥락에서 구어체를 굉장히 많이 쓴다. 평소에 혼잣말이 엄청 많은 편인데, 그걸 대본처럼 죄다 적어둔 것이 내 글이라고 보면 되겠다. (웃음)

   에디터와 대화하고 있는 지금도 '의식의 흐름'의 한 유형인가?

   듣고 보니 그렇다. 그냥 나는 모든 순간 나 자신과 대화하면서 나아가는 것 같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감정을 느끼는지 끊임없이 묻고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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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와 I의 그림자

 


#3. 소설을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혹시 써볼 계획이 있는지?


   맞다. 소설 쓰는 것을 좋아한다. 전공이 무색하게도 읽고 쓰는 행위를 접은지 꽤 됐는데, 대학에 입학한 이래로 글이 죄다 과제로 작성한 레포트뿐이다. 고등학생 때는 소설(산문)을 주로 썼었다. 질문에 대한 답을 하자면, 물론 계획이 있다. 언제 공개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인터뷰 자체가 어쩌면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겠다.

   4년 만의 소설 계획 발표 치고는 스포일러가 너무 짧다. 조금 더 말해달라. 어떤 내용인가?

   노코멘트하겠다. (웃음)



#4. 가장 좋아하는 노래 혹은 앨범은 무엇인지?


   내가 바로 그 유명한 K-pop 고인물이다. 추억이 담긴 노래를 묻는 건가, 아니면 음악 자체의 완성도를 말하는 건가, 그것도 아니면 요즘 많이 듣고 있는 노래를 묻는 건가?

   안 물어봤으면 큰일 났겠다.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고픈 노래로 하자.

   (잠시 고민) 오늘은 뭔가 이 노래를 추천하고 싶다. '농담'이라는 곡인데, 5년 전 내가 중학교 2학년일 때 국내 시장에서 슬슬 떠오르던 시기의 랩몬스터가 낸 믹스테이프 중 6번 트랙이다. 당시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던 친구가 랩몬스터를 소개해줬는데, 이 곡을 듣고 '랩'이라는 것에 큰 관심이 생겼다. 음원 사이트에 발매된 건 아니라 사운드클라우드에서 찾아들어야 할 거다. 이 믹스테이프 앨범 전체가 꽤 퀄리티가 좋다.

   그 노래 요즘 듣고 있는데, 정말 좋다. 하지만 곧 여혐 논란이 생긴다던데?

   맞다. 근데 나는 문제가 되는 성병 언급 가사를 썩 좋아하지는 않아도, 여성을 본인이 직접 어떻게 해보겠다거나 본인에게 여자가 많다는 식의 표현을 한 건 아니므로 엄청나게 큰 잘못을 했다고는 생각 안 한다. 그 표현을 쉴드 쳐줄 생각은 없지만, 나머지 가사들이 너무 멋졌었다. 라임을 너무 센스있게 잘 맞춰서 감탄스러울 지경이다. 랩몬스터를 아이돌로서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나도 이런 가사를 쓰고 싶다는 생각에 랩에 입문하게 됐었다.

   어쩌다 보니 힙합계에서 제일 경멸하는 '아이돌 랩'을 듣고 랩에 입문하게 된 셈인가?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웃음) 근데 진짜 가사와 플로우가 멋있다. 꼭 가사를 보면서 들어 보길 추천한다. 랩 스킬 자체나 톤은 모르겠는데 그 속도와 가사 퀄리티가 정말 좋다. 언어유희의 정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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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실에서 랩 연습을 하는Ⅰ

 


#5. 랩은 요즘에 취미로 계속 즐기는지?


   랩몬스터를 계기로 중학생 때 랩에 입문해 고등학교 힙합동아리에 가입했었고, 대학에 와서는 모든 노래를 직접 만들어 공연하는 힙합동아리에서 활동했었다. 워낙 관종(관심종자) 기운이 강한 편이라 무대에 설 기회를 여러 번 가져봤다는 것에 지금도 매우 감사하고 있다. 하지만 가사를 직접 쓰는 게 버겁기도 하고.. 랩이라는 음악 양식을 좋아하는 것이지 힙합 문화를 좋아하는 건 아니라서 지금은 노래방에서 취미로만 즐기고 있다. 

   음원 발매 계획이 있다던데?

   그건 확실히 있다. 졸업할 때쯤 음반 하나를 발매해보는 게 최대 목표다. '데뷔를 해서 성공을 하고 flex를 하겠다' 이런 느낌은 아니고, 뭔가 내 머릿속에 가끔씩 있는 이미지들을 현실에 구현해보고자 하는 꿈이 있다.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음반이 될 거다. 뮤직비디오도 내가 직접 짠 시나리오로 찍어보고 싶다. 주변에 노래 잘 부르는 친구들이 많아서 피처링도 여러 명 구할 생각이다.



#6. 특이한 질문이 있었다. '지구가 회전하는 소리'처럼, 인간의 귀에 들리지 않는 소리 중 직접 들어보고 싶은 소리와 그 이유는?


   뭐라고? (눈을 의심) 지구가 회전하는 소리... 

   그냥 들을 수 없는 소리 중 듣고 싶은 소리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하다.

   그런 거라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뇌가 나를 봤을 때 어떤 소리를 내는지 궁금하다. 그러니까, 뇌가 일할 때 나는 소리? (웃음) '심장 뛰는 소리'는 너무 일차원적이고 식상하다. 사실 누군가를 만나면 지각 작용은 뇌에서 일어날 텐데, 왜 뇌에서는 소리가 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봤다. 뇌에서도 분명 소리가 날 텐데. 어쩌면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보다 훨씬 더 고차원적인 '호감의 신호'가 아닐까.



#7. 세상과 삶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가 있었는지?


   엄청난 변화가 있었던 것 같지만 기본적으로는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을 가른다면 나는 항상 '나쁜 사람' 쪽에 속해 왔다. 기본적으로 타인에게 관심이 없고 무조건 '나'가 모든 생각의 중심에 있는데다, 이 모든 걸 알면서도 딱히 나를 고치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되겠지"가 나의 말버릇이다. (웃음) 그런데 하나 변한 것은 예전에 비해 과거에 대한 집착이 많이 희미해졌다. 예전에는 추억팔이를 통해 현재를 버텨 내는 느낌이었다면, 현재는 과거는 과거로 처박아두고 현실을 사는 것 같다. 

   그래서 에디터와도 연락이 뜸했나?

   아무래도? (웃음) 이제는 과거가 필요 없다는 생각까지 든다. 고등학생 때까지는 너무 심하게 과거에 매여 있었는데, 쿨타임이 차서 해방된 것이 아닐까. 다른 측면에서 보면 한층 더 매정해진 것 같다. 낭만을 잃어 가는 것 같아서 슬플 때가 있다.

   매정해졌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

   더 이상 멜랑꼴리한 기분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단적으로 작년 말에는 초등학교 6년간 썼던 일기장들을 모조리 폐지함에 넣어 영영 없애 버렸다.

   그건 좀 매정하긴 했다.

   미안하다. (웃음) '지금' 나에게 의미가 없으면 그냥 관심 자체가 안 가고 거추장스러운 느낌이다. 그게 사람이든, 물체든. 그래서 요즘 태어나서 처음으로 의식적인 인간관계 정리를 시작한 것 같다. 

   인간관계 정리라고 하면?

   그동안은 몇 년 이상 알고 지냈으면 무조건 믿고 계속 가야겠다는 마음이 강했는데, 요즘은 왜 굳이 그렇게까지 안 될 관계를 끌고 가나, 또는 이 사람은 나를 조건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인데 나는 왜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주고 있나, 하는 생각이 앞선다. 헌신할 마음을 잃는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아직까지는 그런 '손절'을 구체적으로 실천하지는 않지만, 조만간 그렇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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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5년 전, 중학교 2학년이었던Ⅰ

 


#8. 마지막으로, 5년 전의 자신을 만날 수 있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지?


   글쎄. 이미 만난 것 같은데. (웃음)

   그러네. (웃음) 만난 김에 하고 싶은 말을 해 보면 될 것 같다.

   당시의 나는 정말 심각한 수준으로 예민한 사람이었다. 내가 기억하는 바가 맞나.

   조금은? 많이 까탈스럽긴 하다.

   솔직히 다시 돌아가도 그 때는 그렇게 살 것 같긴 하지만, 그 예민함을 제발 소중한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데에 써 주기를 바란다. 사실 지금도 이기적으로 사는 거나 남 눈치 볼 줄 모르는 건 매한가지라 훈계질은 삼가야 할 듯하고, 소중한 사람일수록 더 표현해라 정도만 말하고 싶다.

   그게 다인가? 조금 싱거운 듯한데.

   그리고 의도적으로 눈치를 안 보는 건 좋은데, 눈치 자체가 없는 건 좀 키워야 할 것 같다. 그런데 나도 이건 이후 5년을 살아내면서 얻은 거라, 5년 전의 당신에게 요구하기는 좀 그렇긴 하다. 마지막으로 그 말도 해주고 싶다. 당신은 향후 5년, '타인'이라는 존재를 배우면서 굉장히 극심한 고통을 겪게 된다. 당신이 그동안 남에게 준 상처에 대한 죗값이라고 생각하고 버텨 내라. 그러면 결국에는 성장한다.

   (흘겨 보며) 저주인가?

   아니다. (웃음) 그냥 일종의 예방주사랄까. 부디 당신이 삶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행복했으면 해서.. 반대로 당신은? 해 주고 싶은 말이 없나?

   오늘 대면의 감상을 남기자면, 매일 날이 서 있는 나보다 훨씬 더 여유가 느껴지는 것 같다. 말은 여전히 많지만. (웃음) 다만 열렬히 사랑하는 무언가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맞나?

   (침묵)

   외부에 더 이상 날을 세우지 않는 건 좋지만, 당신이 반복되는 삶에 무뎌지지 않게 해 줄 뮤즈 하나 정도는 만들어 두는 것을 추천한다. 사람이든, 취미든, 목표든. 참고로 나는 지금 반 친구들과 함께 애니메이션에 빠져 있다. 나는 친구들만큼 애니메이션 작품들에 진심은 아니지만 친구들 덕분에 그림을 시작하게 됐고 이 삶이 너무 행복하다. 나도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나에게 정말 필요한 말이었다. 꼭 기억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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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Kiel

인터뷰이 Lucia

포토그래퍼 Nari

어시스턴트 白(し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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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나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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