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대답해드립니다.

글 입력 2021.07.2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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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누구나 자기소개를 할 시간이 온다. 새 학기가 되었건, 처음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건, 어느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건, 나를 처음으로 드러내는 자리에 서 무방비 상태로 나를 조리 있게 설명해야 할 때가 누구나 한 번쯤은 찾아온다. 대략 30초 남짓밖에 하지 않지만 오히려 30분 같은 그 시간은 매해마다 반복적으로 겪고 있으면서도 매해 어렵고 또 무섭다.

 

자기소개하는 순간에도 자신을 알 수 있다. 나는 주목 공포증이 있어 준비되지 않은 채로 사람들 앞에 서면 어찌할 바를 모르는 타입이다. 말도 잘 안 나오고 뒷목도 뻣뻣해진다. 나를 내보이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그걸 정제된 말로써 조리 있게 표현하는 것은 성격상 많이 어려웠고, 그래서 그를 대체할 수단으로 글을 택했던 것 같다. 입 밖으로 내어진 말은 다시 담을 수 없지만 글은 수정과 교정이 가능하니까.

 

몇 번이고 이 플랫폼을 통해서 나에 대해 글을 쓴 적이 많아 이번엔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까 고민이었다. 요즘은 글감으로 삼을 일상 소재가 많이 없어 애먹을 시점에 돌연 '자기소개'라는 주제로 글을 쓰게 되었지만, 당최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따라서 내가 나를 바라봤던 그동안의 글이 아니고, 타인이 내게 듣고 싶은 이야기에 관해 쓰는 것이 좀 더 전파력과 전달력에 용이할 것 같아, 인스타그램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를 통해 내 지인들에게 나에 관해 궁금한 점을 질문으로 받고, 이 글에 쓸만한 질문을 옮겨 심도있게 답변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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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요즘 최대의 관심사는?


 

몇 년 전부터 꾸준한 관심사는 한국 현대문학이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들의 저서를 읽고 내 감정을 색다르게 인식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이 부분에 관심을 두고 내적으로 많이 성장한 것 같다.

 

내가 나의 입장뿐만 아니라 타인의 생각과 관점을 두루 아우를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해 꼭 말하고 싶었고, 요즘 새롭게 관심 갖게 된 것은 다큐멘터리 및 시사 프로그램인데 우리 사회의 이면을 낱낱이 보여주는 것 같아서 흥미가 붙었다.

 

우리가 바라봐야 하지만 바라보지 않았던 것들, 바라보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직시해주는 수단이라 마음이 자꾸 간다. 또한  '사람'의 이야기라 흥미롭다.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고, 벌어졌었고, 앞으로 벌어질 수도 있는 상황들을 비판적으로 다루고 있는 점이 내 성향과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

 

 

 

Q. 글 영감은 어디서 받나?


 

다양한 곳에서 받는다.

 

나는 생각이 정말 많은 타입일 뿐만 아니라 호기심도 많고 분석적인 타입이어서 하나의 현상을 보고 다각도로 조명하는 것이 거의 일상화됐다. 아트인사이트에 쓴 글만 해도 내가 책과 음악, 그리고 영화에서 글 영감을 자주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미디어를 통해 나를 돌아보고, 내 주변의 삶에 이를 적용하는 것을 좋아라한다. 또한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내 의견과 대치 시켜 여러 의견을 수용하고 이를 글로 풀어쓰는 것을 즐긴다.

 

 

 

Q.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위해 글을 쓰나?


 

어떤 사람들이 봐주면 좋겠고, 내 글이 사람들에게 어떤 작용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딱히 없는 것 같다. 아직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도 아니거니와 그 바람을 갖고 글을 쓴다는 게 철저한 목적성을 띠고 있는 것 같아 조심스럽다.

 

요즘 쓰는 글은 대부분 내가 보고 들은 것들을 내 언어로 풀어내 많은 이들에게 전달하는 성격을 갖고 있는데, 이러한 과정에서는 한없이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해야 하므로 애를 먹는다. 내가 느꼈던 감정을 내 글을 통해서도 고스란히 전해지길 바라는 아주 단순하고도 해결하기 어려운 마음이다. 따라서 내가 보기에 좋았던 것을 그것을 경험하지 못한 남들에게도 보기 좋게 설명하려면 얼마나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절실하게 깨닫는 나날이다.

 

아트인사이트와 문화재단의 시민기자단 활동을 하면서 감정의 추상을 논리의 언어로 치환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어려움을 깨달았고, 요즘은 계속해서 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글을 쓰는 것 같다.

 

 

 

Q. 자신이 안쓰러울 때가 있나요?


 

자기 연민을 달고 사는 사람은 아니지만, 가끔 나 자신에게 동정하는 경우가 있다.

 

나라는 존재에 막연한 연민과 자기혐오를 일삼았던 적은 아주 오래전에 있었으나 이제는 그 연속적인 우울함에서 탈피하게 됐고, 요즘 내가 나를 연민하게 되는 경우는 내가 해야할 일이 너무 많아서 뭘 자극받을 새도 없이 태스크를 처리하는 것에만 몰두해있을 때인 듯싶다.

 

아무리 바쁜 걸 즐기는 나라고 해도 지치면 꼭 쉬고 싶을 때가 있는데 현실적으로 그게 안 될 때 본인을 안쓰럽게 여기는 것 같다. 또한 그 밀린 태스크를 다 처리하고 났을 때 그간 내가 해왔던 일들을 다시 복기하면서 이걸 어떻게 해냈지? 라는 안도감을 가짐과 동시에 그를 견딘 나에게 연민을 느낀다.

 

 

 

Q. 당신 만의 벅참을 견디는 방법?


 

나는 나 자신이 한계에 치닫는 걸 잘 못 느끼는 편이다.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느낌도 못 받고, 몸에 이상이 와야 체감하는 타입이다. 기본적으로 바쁜 상태를 선호하기 때문에 힘에 부치는 감정은 늘 탑재된 것 같고, 내 선택으로 내 일정을 조율하기 때문에 바쁘다는 이유로 함부로 칭얼대는 편도 아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포인트에서 '와, 더는 못 하겠다.'라는 생각이 막연히 스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그 일을 잠시 손에서 놔버린다.

 

글을 기고하다가도 도저히 안 될 것 같을 때 차라리 자고 일어나서 다음날 쓰기도 하고, 시험공부를 하다가도 못할 것 같으면 그냥 내려놓는다. 억지로 질질 끌고 갔을 때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걸 알기 때문이다. 가끔 이렇게 일이 벅차면 내 컨디션 자체도 지하 던전으로 가라앉는데, 기분마저 침체하면 그 상황 자체를 모면하려고 하는 편이다.

 

운동을 통해 몸을 힘들게 만들어 잠을 푹 자거나, 책을 읽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낙하하는 기분을 애써 다잡으려고 노력한다. 어렸을 때 생각이 너무 많고, 우울함도 잘 탔었던지라 한 번 우울감을 느끼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나 자신을 갉아먹었기에 한 몇 년 동안 그 꼬리를 자르려고 부단히도 노력했다. 그 결과로 지금은 나를 덮치는 우울감은 크게 경험하지 못한다. 어떤 측면에서는 다행이지만, 친한 친구는 돌연히 변해버린 내 모습에 적응이 안 된다고 누누이 말하기도 한다.

 

 


Q. 당신을 달리게 하는 원동력은?


 

뻔한 말이겠지만 '멋진' 사람들을 통해서다. 어렸을 땐 눈으로 보이는 것만이 멋지다고 생각했지만 경영과 기획을 전공하면서는 보이지 않는 손길들의 노력이 얼마나 값진지 알게 되었다. 눈에 보이는 결과를 만들어내지 않았더라도, 본인이 맡은 바를 출중히 해내는 사람들이 요즘엔 정말 멋있다고 생각한다.

 

말이 나온 김에 정리하자면, 내가 생각하는 '멋진' 작업과 '멋진' 예술은 의식의 측면에서 한 발 나아간 것들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조명하는 것.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 이유처럼, 개인의 작업에서 발화점을 생성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기 때문에 용기 있는 작업을 하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좋아한다.

 

특히나 코로나 19로 인해 위축되는 예술계 속에서도 아티스트들은 멈추지 않고 창의적으로 전진해나가는 행보를 보여줬기에, 답답한 현실에서도 멈추지 않고 자신의 할 일을 할 뿐인 멋진 사람들을 언제나 지지한다.

 

 

 

Q. 당신만의 목표는?


 

추상적인 목표를 먼저 말하자면 떳떳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하는 말과 쓰는 글을 가만 짚다 보면 내가 만든 것과 나 사이의 거리가 있다는 걸 느낀다. 내 이상향을 말과 글로 나타내다 보니 본래의 내 모습과는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그 차이를 좁혀가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겠다. 세밀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구체적이고 선형적인 목표는 계속해서 글을 쓰는 것이다. 어쩌다 보니 글을 계속 쓰고 싶게 됐다. 어디에 속해있든 나만의 언어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는 내 이름으로 된 책을 꼭 써보고 싶다.

 

*

 

나를 향한 나의 질문이 아니라, 타인이 발제한 질문을 곱씹고 되짚어보면서 좀 더 성심성의로 날 되돌아볼 수 있었다. 이 순간조차도 내가 나를 더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아 의미가 남다르다.

 

내 주변에서 나에게 하고 싶은 말들이 이렇게나 많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최근 들어 사람을 사랑하는 행위 자체를 저어하고 있던 내게 오늘의 질문들로 하여금 그동안의 감정들을 성찰하게 했다. 꼭 질문이 아니더라도 내게 응원과 안부를 짤막한 메시지로서 보여주고 있던 사람들에게 너무도 무심했음을 인정하고 반성했다.

 

늘 사랑을 담아 전해주는 사람들에게 같은 마음의 크기로 보답해야겠다.

 

 

[이보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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