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쿠아로빅의 매력에 대하여 [운동]

마음 편하게 물장구치기
글 입력 2021.07.2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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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쿠아로빅이어야만 했는지



지난 1년 반동안 러닝 동아리에서 열렬하게 달렸던 역사를 뒤로하고 땅을 내려와 물에 들어왔다. 지금보다 키가 2-30cm 정도 작았을 때 초급 수영을 배웠던 적이 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나고 다시 수영장에 들어왔다. 이번에는 수영이 아니라 아쿠아로빅이다!

 

아쿠아로빅을 배우기 시작한 이유는 무릎 재활운동을 하기 위해서다. 대학에 입학한 후 동아리 사람들과 '달리러' 학교에 갔던 나는, 열정이 지나치게 과도했던 탓에 무릎 관절염과 족저근막염을 덤으로 얻게 되었다. 정형외과에 물리치료를 열심히 받으러 다녀도 하체 건강은 쉽게 나아질 기미가 안 보였다. 혼자 유튜브를 보고 집에서 무릎 운동을 하는 것은 재미도 없겠다, 물에서 물장구를 치며 재밌게 재활을 해보기로 다짐했다.

 

아쿠아로빅을 배우는 또 다른 이유는 늦잠자는 습관을 고치고 싶어서였다. 재택근무로 인한 자유로운 출퇴근 시간 덕분에, 신생아 이후 최초로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늦잠'을 합법적으로 즐겼다. 유치원 때부터 정해진 기상 시간에 맞춰 졸린 눈을 비벼가며 등원을 했고(오열을 동반하며), 고등학생 그리고 휴학 전의 대학 생활까지도 잔인한 기상 시간에 힘겨워했다.

 

그러나 휴학+재택근무 콜라보로 인하여 나의 기상 시간은 온전히 '자유'가 되었다. 하지만 이 자유로 인해 늦잠이라는 고질병을 얻고 말았다. 늦잠 타파를 위해 일단 수영장에 물을 적시러 갈 결심을 했다. 수영장의 아침 수업은 6시와 7시에 '수영'이 있었고 그 다음 8시가 '아쿠아로빅'이었다. 9시는 여성 전용 수영이었다. 9시는 근무상 출근을 해야하고, 6시와 7시에 일어났다간 '낮잠'에 빠질 것이 뻔했다. '깔끔하게 8시로 가자!'

 

 

 

어르신들이 동료가 되는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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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수업에 들어갔을 때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정말 듣던대로 아쿠아로빅은 어르신 분들만 수강하는 수업이었다. '아쿠아로빅은 만 60세 이상만 수강 가능합니다'라는 공지는 없었다. 그런데 수업에 계신 분들은 모두 나의 할머니 연세가 되시는 분들이었다.

 

래쉬가드를 입고 수영장 풀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가볍게 몸풀기를 하는 어르신 몇 분과 눈 인사를 했다. 처음 보는 젊은이인데도 환한 웃음으로 반겨주시는 것이 무척 감사했다. 선한 눈으로 활짝 미소를 보이시는 어르신들을 보니 마음이 활짝 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분들의 눈에서 마치 우리 할머니와 외할머니의 웃음이 보인달까.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손에서 5년간 자랐기에 그 미소가 굉장히 익숙했다.

 

수업이 시작되고, 나는 적당히 뒤쪽 라인에서 아쿠아로빅 동작을 따라하기 시작했다. 처음 따라하는 동작이라 스텝을 완벽히 따라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어르신 분들은 아주 자신감과 힘이 넘치게 스텝을 밟고 계셨다. 놀라웠다. 어르신들이 지치지도 않고 참 잘 따라하신다. 손녀뻘이 되는 사람으로서 그런 어르신의 모습들이 굉장히 훈훈하다고 생각했다.

 

'어르신'이라는 말을 떠올린다면 줄곧 '힘없는', '도움이 필요한' 등의 약자에 관한 이미지를 생각해왔다. TV에 나와 팔굽혀펴기를 잘하시는 어르신같이 특이한 사례가 아니면 '활력이 넘치는', '생기있는' 이미지를 떠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아쿠아로빅에 계신 어르신들을 보니 내가 색안경을 끼고 있었다는 것을 실감했다. 함께 수업을 듣는 어르신 분들은 굉장히 파이팅 넘쳤고, 밝았으며, 긍정적이셨다.

 

두 번째 수업에 간 오늘은 '자전거타기' 동작을 했다. 뒤에서 따라오시던 어르신이 "자전거 잘 타네~"라며 격려하시고 지나가셨다. 컨디션도 좋고 물장구 치는 게 재밌었을 뿐인데, 새삼스럽게 칭찬까지 들으니 기분이 몽글몽글해졌다.

 

휴학 전 대학수업에서 '노년학'을 수강하며 노인의 은퇴 그리고 여가와 삶의 가치를 다룬 적이 있었다. 아쿠아로빅을 통해 이론이 아닌 현실에서 어르신들과 함께 호흡함으로써 그 가치를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즉 끊임없이 어르신 스스로의 삶과 건강을 케어하고, 새로운 도전과 모험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나와 같은 젊은 사람들이 이 수업을 더 많이 들을 수 있다면 좋겠다. 아쿠아로빅을 통해 소박하게나마 세대 간 화합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음 놓고 물장구 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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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은 체력 소모가 너무 심하다. 한 바퀴를 돌고 오면 숨이 가빠서 잠시 힘겹게 숨쉬는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폐활량이 좋지 않은 탓이긴 하지만. 반면 아쿠아로빅은 절대 얼굴을 물에 적시지 않는다. 그래서 머리가 완전히 젖을 일도 없고, 물 먹을 일도 없다. 숨가쁘게 힘들지도 않다. 그저 물 안에 들어가 동동거리며 선생님의 동작을 그대로 따라하기만 하면 오케이다.

 

어릴 때부터 줄곧 할머니와 목욕탕에서 물장구를 치고 놀았던 역사가 있다. 이 때문인지 계곡이든, 수영장이든, 바다든 일단 물만 있으면 신이 난다. 수영장에 들어가면 은은한 락스 냄새, 첨벙첨벙 물이 튀는 소리가 좋다. 금방이라도 뛰어들어가 물장구를 치고 싶은 심정이다. 아쿠아로빅은 이런 소망을 200% 채워준다. 굳이 수영처럼 숨 가쁘게 또는 고통스럽게 몸을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


 

근육의 긴장 및 이완, 운동의 즐거움, 체력향상 및 건강유지를 위한 레크리에이션적 요소가 가미된 레포츠이다. 아쿠아로빅에는 심폐 컨디셔닝, 근육 컨디셔닝, 관절 유연성 운동과 가동범위 운동 등 체력과 전반적인 신체 기능증진에 이로움을 주는 다양한 수중 운동 프로그램들이 포함되어 있다.

 

- 「스포츠 백과」의 '아쿠아로빅' 중에서

 

 

아쿠아로빅(Aquarobic)은 말그대로 수중에서 즐기는 에어로빅이다. 따라서 무조건 신나게, 활기차게 물 속에서 물장구를 치는 것이다. 물장구를 사랑하는 나는 그야말로 '물 만난 물고기'다. 어깨와 양팔, 허리와 다리를 힘껏 움직여도 물의 부력과 수압 덕분에 편안한 상태로 운동을 할 수 있다. 무릎 관절과 발목이 특히 안 좋아 땅에서는 쉽게 하지 못할 동작들을 물에서는 매우 쉽게 완성한다. 이것이 참 재밌다. '드디어 이렇게 격한 움직임을 실현할 수 있다니!'

 

아쿠아로빅에서는 맨몸 운동도 하지만 주로 '봉'을 잡고 하는 동작을 한다. 예를 들어 봉을 잡고 앞으로 밀면서 다리를 차거나, 봉을 밀고 당기며 팔 운동을 하거나, 봉에 기대어 물 속에서 중심을 잡는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물 안에서 봉을 계속 쥐고 있어야 하는데, 사실 이것만으로도 열량 소모가 분명히 크다.

 

물 안에서 온갖 동작을 하다보면 우리집에서 키우는 구피들이 생각난다. '아, 구피들이 헤엄치는게 정말 편했구나.' 땅보다 물이 훨씬 안정된 곳임을 깨닫는다. 아무리 물장구를 쳐도 몸에는 전혀 무리가 가지 않고, 오히려 카타르시스처럼 편안함만 느껴진다. 물살을 가르는 맨살의 감각이 자연스럽다. 그러고보니, 우리는 모두 어머니의 뱃속 양수 속에서 나온 사람들이다. '물'에서 살지 않고서야 이 땅을 밟을 수 없었던 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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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을 할 때 또 다른 재미있는 요소로는 바로 '노래'다. 앞서 언급했던 어르신 분들이 나를 제외한 전체 수강생인지라, 대부분 트로트를 틀고 아쿠아로빅을 진행한다.

 

K-POP에 진심인 나는 평생 아이돌 노래만 들어왔다. 허나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나라의 역사 깊은 트로트 감성을 알게 됐다. 4분의 4박자를 기본으로 하는 트로트를 듣다보면 아쿠아로빅 동작에도 왠지 더 힘이 실리고, 박자에 따라 동작들이 딱딱 떨어지는걸 실감한다. 작년에 대한민국을 휩쓸었던 트로트 열풍 덕분에 이질감없이 재미있게 트로트 노래를 들을 수 있어 좋다. 내가 듣는 한국 대중가요의 장르가 더욱 많아지고 있다.

 

이번 여름, 열심히 물살을 가르며 아쿠아로빅과 더욱 친해지려고 한다. 몸도 마음도 청량해지는 개운한 감각을 놓치지 않고 싶다. 어르신들과 동료가 되는 수업이자 마음 놓고 물장구 칠 수 있는 '아쿠아로빅'은 매력적이다. 덤으로 평소에는 듣지 못했던 트로트까지 섭렵할 수 있다니, 금상첨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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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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