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함께' - 사진전 Prism [미술/전시]

단 한 장의 사진이 갖는 힘을 치열하게 탐구한 노력이 엿보인, 어느 동아리의 전시회
글 입력 2021.07.21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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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은 저마다 마음속 투명한 공간을 갖고 있습니다. 이 공간은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다양한 색깔로 채워지곤 합니다. 시간이 지나서 우리 모두가 마주하는 색깔은 어쩌면 온갖 색이 뒤섞인 회색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우리가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지금껏 남겨온 나만의 고유한 색깔은 무엇일까, 그 속에 담긴 감정은 어떤 형태일까.


- 전시 소개 中

 

  

햇볕이 따스함을 넘어 슬슬 따가워지던 어느 날 오후였다. 남들보다 조금 늦게 간 군대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필자보다 한 살 어린 맞선임이 전시회를 연다는 소식에 안국역 근처의 한 갤러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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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사진 연합동아리 ‘인화’의 열다섯 번째 전시 이름은 ‘Prism’. 햇빛을 프리즘에 통과시키면 빨간색부터 보라색까지 연속된 띠가 만들어진다.

 

우리는 일곱 가지 색으로 인식하지만 실제로는 인간이 구분할 수 없는 범위에서 끊임없이 색이 변하고 있다. 무지개색처럼 감히 숫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다채로운 매력이 듬뿍 담긴 전시회 속으로 들어가 보자.

 

 

 

1. 피사체에서 나를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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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을 보는 나의 시선들로

한층 더 나를 이해하게 된다.

 

'중첩' - 전원우

 

  

전시의 초반부에서는 ‘내가 누구인지’를 탐구한 작품을 볼 수 있었다. 그중 주황빛이 도는 능소화를 위에서, 아래에서, 멀리서, 가까이서 찍은 사진을 겹쳐 놓은 ‘중첩’이라는 작품이 인상 깊었다.

 

얼핏 보기에는 시점을 달리하지 않고 한데 어지러이 피어있는 꽃을 포착한 것처럼 보이지만, 여러 장의 사진을 가장 잘 어울리는 순서로 투명도를 적절히 조절하여 합쳤다. 겹치는 작업도 공이 많이 들었겠다고 생각했다.


꽃은 어디에서 봐도, 누가 봐도, 어디에 있든 변함없는 꽃이지만, 눈에 들어온 물체가 우리의 마음속에 남기는 자취는 순간순간 다르다. 피사체에 대한 감상은 다를지라도 그것이 꽃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며 각자의 생각 또한 나름의 의미를 가진다.


마찬가지로 ‘내가 누구인지’ 평생에 걸쳐 끊임없이 탐구하는 인간에게, 그 사람을 스치고 지나간 모든 인연의 생각은 나를 규명하는 어렵고도 긴 문제의 실마리는 아닐까. 마치 ‘중첩’에서 하나하나의 각도에서 찍은 꽃의 모습이 작품 하나를 이루듯, 다양한 시선들이 씨실과 날실이 되어 치밀하고도 단단한 나를 이루는 것은 아닐까.

 

 


2. 편집을 통해 극대화된 자연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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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은 마치 프리즘처럼

내가 몰랐던 나의 색을 이끌어 내준다.

 

'행복했던 날들이었다' - 민유진

 

  

인간이 만든 모든 것은 자연에서 나온다. 인간 그 자체가 자연이기도 하니까. 전시의 후반부에서는 사진가가 자연이 가진 순수한 색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프레임을 구성하고 편집한 작품을 관객에게 선보인다.


예컨대 ‘밤의 색’이라는 작품은 도시를 상징하는 현수교와 시골을 상징하는 별빛 가득한 밤하늘을 합성하여 쏟아져 내릴 듯한 별빛을 구현했다. 또한 ‘태몽’은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빠르게 움직이는 물고기의 역동성이 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순수한 파란색 배경을 만나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햇빛, 식물이 만드는 초록빛, 흙이 만드는 황톳빛, 불이 만드는 붉은빛 등, 자연물이 가지는 고유의 색감이 살아나게끔 고민한 흔적이 엿보였다.

 

필자는 ‘행복했던 날들이었다’가 기억에 특히 남는다. 마치 파스텔을 뿌려놓은 것 같은 영롱한 색깔의 하늘 아래 두 명의 소녀가 손을 잡고 저 멀리 하늘을 바라보며 서 있다. 단색광이었던 자신을 사진 속의 하늘처럼 화려한 빛으로 만들어주었을 사진가의 친구들. 그들을 향해 렌즈를 들어 올렸을 사진가의 마음이 어땠을지 상상해보게 하는 작품이었다. 비교적 어둡게 표현된 인간의 모습과 대비되어 광활한 하늘이 더 부각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

 

전시회의 마지막에는 출사하며 서로를 찍어준 사진이 붙어 있었고, 미처 전시하지 못한 사진을 엽서 형태로 만들어 방문객에게 증정하고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잊고 있었던 우리 주위와 자연의 모습을 회원들은 쉬지 않고 포착해주었다. 덕분에 모처럼 눈이 편안해짐을 느꼈다.

 

전시의 전반부부터 후반부까지 벽에 걸린 사진을 쭉 따라가다 보면 이야기가 하나로 연결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군대 선임 말에 따르면 사진을 전시하는 순서를 회원들끼리 상의해서 정했다고 한다. 또한, 전시할 작품은 촬영부터 인화, 프레이밍까지 모두 각자 준비했다고 한다.

 

동아리라고 해서 수준이 낮지 않을까 하는 편견을 일거에 날려준 전시였다.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이, 또 다른 좋아하는 사람에게 사진이 가진 힘을 배우고, 배운 걸 토대로 연구하여 나타내보고, 어려우면 회원들끼리 머리를 맞대는 작업이 이토록 매력적인 전시를 만들어냈다. 그래서 작품이 주는 감동과 더불어, ‘함께’의 위력을 다시금 깨닫는 시간이었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도 '인화' 동아리의 'Prism' 전시회를 방문하여 사진의 매력에 홀리는 기분을 느끼길 바란다. 오프라인 전시는 종료되었지만, 온라인을 통해 상설 전시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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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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