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한번쯤은 악역이 되어도 괜찮아 - 인류 모두의 적

글 입력 2021.07.20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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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항상 그곳에 있고, 너 또한 그곳에 있다. 우리가 존재하는 이 공간이, 시간이 보잘것없는 일상 속 일부분일지라도 어느 누군가에게는 중요한 사건의 시발점이 되고, 그 작은 움직임이 세계의 흐름을 바꿀 수도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이 그러하다. 들어도 보지 못한 한 인물의 등장은 세계사의 한 획을 그었고, 지금의 세계를 있게 했다고 봐도 될 것이다. 이 인물의 이름은 '헨리 에브리'. 갑자기 등장해 세계를 흔들어놓고 홀연히 사라져 더욱 유명해진 인물이다.

 

그는 바다를 누비며 온갖 악행을 일삼는 해적이었다. 물론 지금은 해적이라는 말을 들으면 힘없는 테러리스트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하지만 그 시절의 해적은 바다를 지배하는 진정한 강자였다. 오죽하면 그에게 해적왕이라는 별명이 붙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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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인도를 거점으로 삼고 인도에 들어오고 나가는 모든 것을 장악했다. 16~17세기의 인도는 향신료와 옷감을 적극적으로 내세우며 세계 무역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지리적으로도 아시아와 유럽의 중간지점이었고, 볼록 튀어나온 영토의 형상은 바다 건너 사람들이 접근하기에 용이했다.

 

동양과 서양의 문명이 만나는 찬란한 황금의 도시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오죽하면 아시아의 문명들이 험난한 산을 넘고 드넓은 사막을 건너서까지 무역로를 개척했을까. 무역이 활발한 만큼 전 세계의 재물과 사람이 모여드는 황금의 도시에서 무법자들은 호시탐탐 굴러다니는 금은보화를 노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헨리 에브리는 굴러다니는 황금을 주웠다! 하지만 그가 주운 것은 단순한 황금이 아니었다. 황금보다 더 귀한 무언가였다.

 

평소처럼 바다 위에 떠있는 황금을 수집하고 있었던 그는 하필이면 인도의 공주를 건드려버린다. 에브리는 그가 저지른 행위가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킬지 알지 못한 채 늘 하던 대로, 숨 쉬는 것처럼 범죄를 저질렀다. 인도는 이 사실을 알고 분노하여 영국과의 관계를 끊어버렸다. 단순히 에브리가 영국인이라는 이유였다.

 

영국은 가만히 있다가 한대 얻어맞은 꼴이 되었고, 영국과 인도의 무역을 주관하던 동인도 회사는 재빨리 이를 수습하기 위해 노력했다. 인도 왕실과 협상을 하여 인도를 지키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임무에 걸맞은 권한도 함께 말이다. 막강한 권력을 손에 넣은 동인도 회사는 선포했다.

 

 


헨리 에브리는 인류 모두의 적이다!



나는 오늘도 같은 하루를 보냈다.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고 나갈 준비를 마친다. 아침 먹을 시간에 잠을 더 잔 덕분에 오전 내내 꼬르륵거리는 배를 움켜잡고 오전 업무를 한다. 점심이 되면 또 밥을 먹고, 잠깐의 휴식을 취한 후에 오후 업무를 시작한다.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어느새 해는 자취를 감추고 있다.


아, 오늘도 하루가 끝나가는구나.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저녁을 준비한다. 시계를 보니 하루가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왜 이렇게 시간은 빨리 갈까. 매일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내가 하찮게 느껴진다. 그래도 불평은 오래가지 않는다. 어차피 하루는 끝나고,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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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내가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 의문이 생긴다. 남들과 똑같은 삶을 살아가고 매일 같은 삶을 살아가지만 어째서인지 남들보다 더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주변을 둘러봐도 나보다 더 좋은 음식을 먹고 나보다 더 행복한 하루를 보낸다. 나는 이렇게 똑같은 틀에서 버둥거리고 있을 뿐인데 말이다.

 

그러나 일상을 지키는 나의 행동이 세계를 움직이고 있다.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내가 속한 조직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늘 같은 업무를 하고 같은 사람을 만나도, 내가 그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에 조직은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무리 거대하고 정교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기계도 베어링 하나 때문에 고장이 나고, 돌아가지 않는 작은 톱니 하나 때문에 움직이지를 못한다.


결국 내가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 하루를 무사히 마무리 짓는 단순한 행동으로 세계는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헨리 에브리도 몰랐을 것이다. 평소에 아무 생각 없이 해오던 일(범죄)인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자신도 모르게 세계를 움직이게 되었다. 한낱 해적에 불과하던 그가 전 인류의 적으로 선포된 이유는 간단하다. 어제도 저질렀고, 엊그제도 저질렀기에 오늘도 저질렀을 뿐인데 결과는 엄청났다.


어쩌면 내일의 '인류 모두의 적'은 내가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오늘 하루가 지루하고 내가 작게만 느껴져도 하루 만에 '인류 모두의 적'이 될 수도 있다는 꿈을 가지고 살아가자.


내 존재가 세상의 흐름을 바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면 한 번쯤은 악역이 되어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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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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