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우리가 사랑한 리더 - 축구에서 브랜딩을 찾다 #6

글 입력 2021.07.14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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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다시 직장을 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면 자기소개서를 쓰고, 면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여러 기업들에 대해 알게 된다. 당연한 일이다. 그들에게 나를 어필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추구하는 브랜드 가치나 조직의 이념에 내가 적합한 인재라는 것을 알려야 하니까. 흥미로운 점은 이들 대부분의 기업들이 구성원들에게 소위 말하는 ‘주인의식’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특히 스타트업 계열일수록 그 정도가 심하다.

 

물론 이는 고용주 입장에서 보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아니다. 직원들이 회사의 일을 마치 내 일처럼 발 벗고 나서준다면 그것만큼 고맙고 편리한 게 없을 테니 말이다. 다만 그렇게 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게 문제지.

 

 

“하여간에 요즘 것들은 애사심이 없어요. 내 회사다 생각하고, 항시 자기 일처럼 움직이고! 자기 돈처럼 아껴 쓰고!”

“자기 회사가 아닌데 어떻게 자기 회사라고 생각합니까?”

 

- 드라마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中

 

 

방금 언급한 대사는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의 한 장면이다. 다소 코믹하게 풀어내긴 했지만 사장과 직원들의 심정을 리얼하게 담아낸 장면이라 생각한다. 틀린 말도 아니다. 애초에 내 회사가 아닌데 어떻게 내 거라고 생각하고 일을 하겠나?

 

물론 ‘주인의식’이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하지만 주인의식을 갖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앞서 말했듯 내 회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주인의식을 갖는 건, 브랜드의 가치를 마음에 새기는 건 직원들의 몫이 아니다. 이건 리더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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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란 무엇인가? 그는 조직이나 단체 따위를 이끌어 나가는 사람이다. 특히 마케팅과 브랜딩의 영역에서 리더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앞서 우리는 리버풀과 바르셀로나, 코닥과 코카콜라 등의 사례를 통해 성공하는 브랜드와 축구팀에는 그들만의 독특한 신념,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있다는 걸 배웠다. 리더는 이러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설정하고, 여기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이다. 누구보다 앞서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추구하는 사람이다. 말하자면 브랜드의 성패는 리더에게 달려 있는 셈이다. 실제로 19/20 시즌 당시, 리버풀의 우승은 위르겐 클롭 같은 뛰어난 감독 덕분이었다. 애플과 디즈니의 성공은 스타브 잡스와 월트 디즈니 같은 뛰어난 리더가 있어서 가능했다.

 

하지만 리더의 역할이 이게 전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짐 콜린스 박사가 쓴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라는 책을 보면 리더쉽의 다섯 단계가 나온다. 1단계는 자신의 능력을 통해 조직에 생산적인 기여를 한다. 2단계는 팀원들과 협력하기 시작하고, 3단계는 목표 달성에 효율적인 방식으로 사람과 자원을 조직한다. 이렇듯 1~3단계까지의 리더쉽은 주어진 환경에 맞춰 최적의 성과를 내는 데 맞춰져 있다. 그리고 이는 우리가 흔히 ‘리더’라는 단어에서 떠올리는 이미지이기도 하다.

 

허나 4단계부터는 조금 다르다. 이들은 단순히 뛰어난 성과를 거두는 것을 넘어, 조직의 구성원들에게 비전에 대한 책임의식과 성취 욕구를 고취시킨다. 5단계에 이르면 리더는 개인적 겸양과 직업적 의지를 융합하여 조직이 지속적으로 큰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자신을 내던진다.

 

다시 말해, 진정한 리더는 가치를 추구하는 것을 넘어 가치를 조직의 구성원들과 공유해야 한다. 이를 통해 그들에게 목표의식과 성취욕구를 자연스레 부여하고, 조직이 이후로도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 19/20 시즌, 리버풀의 우승은 위르겐 클롭 감독만의 힘이 아니었다. 결국 경기를 뛰는 건 선수들의 몫이다. 클롭 감독은 리버풀 선수들에게 전술뿐만 아니라 그가 하고자 하는 축구를 꾸준히 공유했다. 선수들은 그런 클롭 감독의 철학에 공감했고 그가 원하는 축구를 실현하기 위해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그 결과, 그들은 마침내 그토록 염원하던 리그 우승을 달성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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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르센 벵거와 아스날


 

그렇다면 이제부터 진정한 리더의 모습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축구계에서 뛰어난 리더라고 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떠오른다. 앞서 언급한 위르겐 클롭 감독을 포함해 알렉스 퍼거슨, 요한 크루이프, 거스 히딩크 등등. 정말 많기도 하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아스날의 ‘아르센 벵거’를 빼놓고는 감히 리더쉽을 말할 수 없을 것이다.

 

1886년 처음 창단한 아스날은 영국 내에서도 유서 깊은 명문 축구 클럽 중 하나다. 허버트 채프먼, 조지 그레이엄 등과 같은 뛰어난 감독들과 함께 수많은 우승컵을 들어 올린 아스날은 프리미어 리그 내에서도 빅4라고 불리며 단단한 입지를 쌓아왔다.

 

하지만 90년대에 접어들며 아스날은 부진에 빠졌다. 설상가상으로 당시 감독이었던 조지 그레이엄이 선수 영입 과정 중에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경질되면서 클럽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해졌다. 라커룸 분위기도 엉망이었고, 구단의 재정도 안정적이지 못했다. 팬들도 외면했다.

 

사실 이미 조지 그레이엄 시절부터 아스날은 재미없는 축구를 구사하기로 유명했다. 수비적인 전술과 함께 당시 스트라이커였던 이언 라이트에게만 의존하는 단조로운 플레이(롱볼 축구)를 보여주었다. 오죽하면 ‘지루하디 지루한 아스날(Boring boring Arsenal)’이란 별명이 붙었을 정도다. 이렇듯 가뜩이나 경기도 재미없는데 성적까지 좋지 않다면 팬들이 외면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아스날은 과거의 영광에만 도취된 평범한 클럽으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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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구세주처럼 등장한 사람이 바로 ‘아르센 벵거’였다. 프랑스 출신의 축구 선수이자 감독이었던 그는 아스날에 부임하자마자 체계적인 시스템을 도입하며 팀을 정비해 나가기 시작했다. 이후 수많은 우승컵들을 쟁취하며 아스날을 다시 명문 클럽으로 도약시켰다. 97/98 시즌에는 리그와 FA컵을 동시에 우승하며 더블을 달성하더니, 03/04 시즌에는 프리미어 리그 최초로 무패 우승을 달성했다.

 

허나 아르센 벵거가 뛰어난 리더인 건 그가 단순히 수많은 우승컵을 들어올렸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아스날의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도 생각했다.

 

우선 벵거는 재미없는 축구를 구사하는 아스날의 체질부터 개선했다. 전형적인 롱볼 축구에서 벗어나 짧은 패스와 선수들 간의 빠르고 유기적인 움직임을 바탕으로 한 일명 ‘벵거볼’을 도입했다. 보링(Boring) 사커가 아트(Atr) 사커로 탈바꿈하는 순간이었다. 조지 그레이엄과는 대비되는 벵거의 빠르고 역동적인 축구는 팬들에게 경기를 보는 재미를 돌려주었다. 팬들은 이러한 벵거의 축구를 두고 ‘아름다운 축구’라고 부르며 열광했다. 오늘날까지도 회자되는 아스날의 수많은 골 명장면들은 사실 이때 만들어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외에도 벵거는 팀의 미래를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했다. 그 중 하나가 새로운 구장을 건설하는 것이었다. 당시 아스날은 막대한 자본을 앞세운 다른 클럽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정 규모가 빈약했다. 이에 벵거는 장기적인 수익 확보를 위해 새로운 구장을 지을 것을 제안했다. 원래 사용하던 하이버리 홈구장은 규모도 작았을 뿐만 아니라 워낙 노후화 된 탓에 시설의 대부분이 사용하기가 어려웠다. 이에 벵거는 새로운 구장을 지어 보다 많은 관객을 수용하고 이를 관광 자원으로도 활용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구단의 수익을 늘리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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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그는 새로운 선수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도 집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티에리 앙리다. 그는 원래 유벤투스에서 그저 그런 선수 중 한 명이었으나, 아스날로 이적 후 벵거의 지도 아래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성장하여 아스날의 무패 우승에 기여했다.

 

한편 새로운 경기장을 짓기 시작하면서 선수단을 꾸릴 돈이 부족하자 벵거의 이러한 정책은 더욱 빛을 발했다. 특히 그는 유소년 선수들을 육성하는 데 관심을 많이 가졌는데 이때 성장한 선수가 바로 세스크 파브레가스, 반 페르시 등이다. 모두 각자의 포지션에서 최고로 불렸던 선수들이다.

 

덕분에 아스날은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들이고도 상당히 탄탄한 스쿼드를 유지할 수 있었고, 나중엔 이 선수들을 판매하여 막대한 이적료 수입을 올리기도 했다. 물론 어린 선수들의 부족한 경험 때문에 리그에서는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벵거의 이러한 안목과 투자는 아스날의 유스 시스템이 보다 선진적이고 체계적으로 자리 잡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이렇듯 아르센 벵거는 아스날의 역사에 있어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클럽의 현재와 미래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수많은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구단과 팬들의 염원을 실현 시킴과 동시에 체계적인 유스 시스템과 새로운 홈구장을 통해 아스날의 미래에도 대비했다. 그의 노력은 선수들뿐만 아니라 구단의 직원들, 팬들에게까지도 영향을 미쳤다. 벵거가 도입한 벵거볼은 그가 아스날을 떠난 지금까지도 아스날만의 독특한 아이텐티티로 남아 있다. 그렇기에 이 모든 노력과 성과를 비추어 봤을 때 벵거의 리더쉽은 가히 ‘단계 5의 리더’라고 불릴만하다.

 

 

 

(2) “우리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일합니다” - 디즈니


 

지난 2014년, 신한은행 신입사원 연수와 관련되어 흥미로운 기사가 보도되었다. 해당 기업에서 신입사원들은 한곳에 몰아놓고 가혹행위에 가까운 연수를 실시했다는 내용이었다. 신입사원들은 기마 자세를 한 채로 수십 분 동안 ‘주인의식’이라고 제목이 붙은 글을 소리쳐 읽어야 했고, 심한 경우에는 얼차려를 받기도 했다. 가만 보면 이게 군대인지, 회사인지 헷갈릴 정도다. 심지어 요즘은 군대에서도 이렇게 안 한다.

 

이 기업의 리더는 세뇌의 방식으로 조직의 가치와 이념을 구성원들에게 주입했다. 하지만 이런 방식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암기한 지식과 이해한 지식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해한 지식은 오래가지만, 암기한 지식은 그 순간이 지나면 빠르게 휘발된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신한은행의 리더쉽은 실패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그런 식으로 ‘세뇌’하는 게 아니다. 그런 식으로 세뇌된 브랜드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구성원들과 공유되었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반감이나 안 품으면 다행일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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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디즈니의 사례는 가히 흥미롭다. 디즈니의 브랜드 가치는 무엇인가? 그건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들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놀이공원을 운영한다. 이러한 디즈니의 브랜드 가치를 잘 알려주는 사례가 1937년 개봉한 세계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다. 당시는 경제 대공황과 함께 2차 세계대전의 전운이 감돌던 시기로 많은 이들의 삶이 팍팍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당시 월트 디즈니는 모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요구하는 선전물 대신 애니메이션을 만들겠다는 자신의 꿈을 밀어붙였다. 심지어 파산도 몇 번이나 했었다. 하지만 디즈니와 그의 직원들은 이 작품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기어코 세상에 선보였다. 그리고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1937년 당시 기준, 무려 800만 달러가 넘는 돈을 벌어들인 것이다.

 

이러한 디즈니의 집념에는 오로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브랜드 가치가 배경으로 있었다. 그리고 이 가치에는 그의 직원들도 함께 공감했다. 당시 디즈니의 직원들은 회사의 파산으로 월급조차 받기 어려운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진해서 월급일을 미뤄가면서까지 작업을 지속했다. 디즈니의 가치를 이해하고 공감하지 않았더라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한편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디즈니의 기본적인 가치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일례로 디즈니랜드에 놀러 온 한 어린아이가 풍선을 놓쳐 울고 있자 직원 한 명이 다가와 ‘미키마우스가 마법을 부려 가저다 준 거야’라고 말하며 새로운 풍선을 건네주었다. 어떤 청소부는 쓰레기통을 비우며 ‘여러분의 즐거운 추억이 가득 차 넘쳐 버렸기 때문에 치우고 있다는 말을 했다. 조금 오글거리긴 하지만 그래도 놀라울 따름이다. 그들이 이런 말을 할 수 있었던 건 아마도 그들이 진심으로 사람들이 행복하길 바라며 일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듯 디즈니의 모든 직원들을 사람들이 행복하길 바라는 월트 디즈니의 신념과 가치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공감한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앞서 언급한 직원들의 호의와 따뜻한 말들은 결코 나타날 수가 없다. 실제로 디즈니의 리더쉽과 관련된 책을 찾아보면 이러한 브랜드 가치를 공유하는 의지와 노력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디즈니에는 수많은 ‘월트 디즈니’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일하는 디즈니의 레스토랑 직원, 청소부, 안내원, 애니메이터 등 모두가 디즈니의 리더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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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은 기본적으로 설득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진정한 설득은 주입식 암기 교육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상대방을 향한 이해과 공감에서 출발한다. 그런 의미에서 신한은행의 리더쉽은 실패했고, 디즈니와 아르센 벵거의 리더쉽은 성공했다. 자기 직원조차 제대로 설득하지 못하는 리더가 어떻게 수많은 고객들을 상대하고, 자신의 브랜드를 선택하도록 설득할 수 있겠나?

 

진정한 리더는 단순히 좋은 성과를 거두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조직의 구성원들과 브랜드가 가진 철학과 신념을 공유하고, 그들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이를 통해 조직의 구성원 모두가 리더가 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 나아가 조직 전체가 리더 없이도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을 조성해야 한다. 진정한 리더(쉽)의 존재. 바로 이것이 성공하는 브랜드의 네 번째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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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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