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실리 칸딘스키, Composition Ⅷ(1923), 캔버스에 유채
언뜻 보면,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 1866~1944)의 그림은 아무렇게나 선을 긋고 물감을 칠한 것 같다.
하지만, 마치 ‘이 정도는 나도 할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을 떠올리게 하는 칸딘스키의 그림은 명작으로 평가받는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칸딘스키가 특별한 이유
일평생 자신의 신념을 구축하고 이를 공식, 책, 음악으로 만든 아인슈타인, 톨스토이, 베토벤은 훌륭하다. 칸딘스키의 과정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이를 생각한다면, 칸딘스키가 100년 이상의 논의를 제공한 훌륭한 철학자이자 화가 중 한 명이라는 점을 더욱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그의 저서 『예술에서의 정신적인 것에 대하여』(1912)는 칸딘스키의 철학을 관통하는 대표적인 책이다. 칸딘스키는 이 책에서 무엇보다도 ‘인간의 전진하는 정신성’에 주목했다.
칸딘스키에 따르면, 인간은 스스로 자신을 전진시키고 상승시키려 하며, 현재의 부조리함과 불편함을 개선한 유토피아를 꿈꾼다.
클로드 모네, impression: sunrise(1840), 캔버스에 유채
칸딘스키만의 철학
칸딘스키는 이런 정신성의 영역에서 선두에 서 있는 사람들이 바로 미술가라고 보았다. 예를 들어, 인상주의의 등장은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일으켰다. 모네와 같은 인상주의 화가들은 당시에는 ‘그림도 제대로 그릴 줄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비난받았다.
하지만 후대에 이르러 사람들은 인상주의에 대해 비로소 이해했다. 이렇듯, 칸딘스키는 당시에는 다수에게 멸시받더라도 자신만의 비전을 갖고 전진하는 예술가에 의해 인간의 정신성이 전진할 수 있다고 보았다.
나아가 칸딘스키는 당시 음악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 음악은 도레미파솔라시도를 통해 체계화되었고, 정해진 조합과 체계를 통해 작동했다. 또, 음악은 눈으로 볼 수 없는 종류의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감동과 소름을 주는, 즉 정신성의 영역을 건드렸다.
칸딘스키는 이에 깊이 감명받아 이를 미술에 적용한 회화론을 전개하게 된다.
그의 회화론이란 음악처럼 색깔에도 체계를 도입하는 것이었다. 칸딘스키는 짙은 레몬색을 계속해서 응시하면 눈에 시끄러운 나팔소리와 같은 고통이 인다고 말했다. 또, 그는 색깔들로 가득 찬 팔레트를 본다면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같은 감각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색채를 바라볼 때 우리에게 그에 따른 반응이 나타나게 되고 결과적으로 이 물리적 작용이 영혼을 동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칸딘스키의 이러한 시도는 실패했다. 그러나 칸딘스키의 의의는 그가 현대 추상미술에 원동력을 제공했다는 데 있다. 정신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시도가 현대 추상미술의 내용주의적 관점에 힘을 실어주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칸딘스키 덕분에 화가들은 무언가를 표현하고자 할 때 사람이나 동물을 그리는 구상적인 그림에서 벗어나, 그냥 네모, 선, 흐르는 물감 등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자세한 형태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내용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