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사물을 통해 행복 소유하기

요새 나를 웃게 만드는 물건 3가지
글 입력 2021.07.07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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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물건에 의미부여를 많이 하는 편이다.

 

누군가에게 기념일에 선물을 받을 때도 가격은 중요하지 않으며 나를 위하는 마음이 확연히 느껴질 때 새삼 감동으로 다가온다.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의 애정이 담긴 선물은 평상시에 소지하고 있는 것만으로 나의 부정적 감정들을 환기한다는 점에서 무척 소중하다.

 

이와 관련하여 근래 나에게 행복과 다름없는 사물 3개를 소개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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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아빠에게 우연히 선물받은 미니 크로스백이다.
 
나는 부모님, 특히 아빠랑 그다지 친하지 않다. 어린 시절에는 너무 바쁘시다보니 같이 있을 시간이 부족하였고, 성인이 되자마자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시작한 탓에 아빠와는 이렇다 할 추억이 많지 않다. 심지어 집에서 엄청 늦둥이인지라 나이차 때문에 어색해서 그런지 어쩌다 단둘이 있어도 서로 대화를 길게 나누지 못했다. 주변에서 친구들이 아빠와 단짝처럼 지낸다는 이야기를 할 때마다 부러웠지만 애초에 다른 집과 우리집을 비교하지 않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는 사실을 일찍 수긍한 것 같다.

따라서 그동안 아빠는 내 마음 속에 미지근한 온기를 전하는 사람이었다. 특정한 계기로 관계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족 구성원 중에 제일 좋다고 말할 수는 없는 존재. 내가 아빠를 엄마나 언니에 비해 잘 모르는 만큼 아빠 역시 마찬가지일거라 생각했는데 내 착각이었다. 선물 포장을 여는 순간 놀랄 수밖에 없었다. 분명 얘기한 기억이 없는데 입 밖으로 꺼내지 않은 내 취향을 아빠가 이렇게나 잘 알고 계셨다니. 짧은 가방줄, 미니 사이즈, 실버 색상, 광택 재질 등 내가 좋아하는 요소가 다 모여있었다.
 
뜬금없이 선물을 주시게 된 계기는 더 황당했다. 우리집은 원래 이런 서프라이즈 선물이 전혀 없는데, 평소처럼 브루넬로 쿠치넬리 룩북을 구경하시다가 키즈 라인의 여아 모델을 보고 굳이 이미 20대 중반인 내 생각이 나셨다 한다. 심지어 낯간지러운 손편지까지 길게 적어주셨기에 연세를 고려할 때 여성 호르몬의 영향인가 잠깐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싫지 않은 변화라 여겨졌다.

다음으로는 지난달 아트인사이트 대표님과의 티타임에서 받은 뱃지이다. 현재 거의 1년째 아트인사이트에 글을 기고하고 있지만 대표님을 실제로 뵙는 것은 처음이었다. 나에게 지난 1년은 아트인사이트라는 플랫폼 및 대표님과 천천히 나름의 내적친밀감을 쌓기 위해 소요된 최소한의 시간이다. 원래는 훨씬 일찍 티타임을 가질 수도 있었지만 내 입장에서는 아직 어색한데 굳이 억지로 텐션을 끌어올려 그렇지 않은 척 면대면으로 사적인 대화를 할 자신이 없었다.

물론 워낙 낯가리는 성격이다보니 대표님과 이런 저런 대화를 이어가는 동안 아예 쑥스럽지 않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티타임을 계기로 확실히 단번에 거리감이 줄어들기는 한 것 같다. 그 여파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흔한 창밖 풍경이 유난히 정겹게 보이는 등 한결 마음이 편했다. 그래서 당시의 기분을 길게, 기왕이면 매순간 간직하고 싶어 현재는 위에서 언급한 가방에 달아둔 상태이다.

마지막은 대학 친구가 건넨 캐릭터 장식이다. 이 친구는 나의 학부 단짝 중 한 명으로, 취업을 일찍 하게 되면서 점차 연락이 뜸해지고 만나는 횟수가 줄어들었었다. 그러다가 지난주 내게 부탁이 있다하여 오랜만에 얼굴을 보게 되었는데,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영역이라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리고 보답이라며 수입간식세트와 캐릭터 열쇠고리를 테이블 위에 올려놔서 보자마자 웃음이 나왔다.
 
돌이켜보니 아기자기한 포장지와 달콤한 맛 때문에 일본젤리와 일본사탕을 항상 가방에 들고 다녔는데 친구가 여전히 나의 키덜트 취향까지 깨알같이 기억하고 있어 신기했다. 까맣게 잊고 있었던 나의 습관을 다시 상기할 수 있어서 즐거웠으며 그 시절을 이렇게 시간이 흐른 뒤 누군가와 공유할 수 있음에 감사하였다.
 
*
 
물건을 둘러싼 즐거운 기억은 언제나 내게 좋은 잔상으로 자리한다. 그리고 이는 어려운 일이 생기더라도 무너지지 않고 꿋꿋하게 일어설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지금의 나는 힘든 일이 단 하나도 없다고 확언하기 어려운 상태지만, 그렇다해서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내가 겪는 부정적인 정서는 긍정적 감정을 통해 옅어질 게 분명하므로 앞으로도 사물을 통해 내게 사뿐히 다가올 행복의 순간을 차분하게 기다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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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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