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따 박성빈] 샤라웃 투 편의점 사장님!

글 입력 2021.07.0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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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직원이 화장실에 갔다. 나는 매대 앞에 멀뚱 서서 기다렸다. 과자랑 커피를 샀는데 거기 표시된 칼로리를 셈했다. 400칼로리에 육박하는 과자랑 200칼로리가 좀 넘는 커피. 미친. 이렇게 먹으면 거의 한 끼 인데. 최고 몸무게를 찍냐 마냐의 경계에 있음에도 살찌는 음식을 자진해서 처먹는 박성빈이란 인간은. 근데 이런 걸 먹는 게 안 좋다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먹는 것처럼 인생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인생은 그러니까, 후회하면서 같은 일을 반복하는 허무한 재귀 같은 거 아닐까. 이걸 먹으면 인생의 일부를 아는 거지.

 

그딴 영양가 없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10분이 좀 넘어 직원이 돌아왔다. 오래 기다리셨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좀 더 일찍 왔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나는 벙찌다가 괜찮다고 했다. 아니 화장실 갔던 건데 왜 그런 걸로 미안해하는지. 직원은 계산하는 짧은 시간동안 내 눈치를 봤다. 죄송하다는 문장을 세 번씩 말하는 직원의 심정을 알 것 같았다. 그는 별 것 아닌 트집에 오랫동안 시달린 것처럼 보였다.

 

스무살 학교 주변에서 자취할 무렵이었다. 정문 인근과 자취방 근처 편의점에 제일 많이 들렀는데 두 곳은 서로 다른 이유로 불편했다.

 

정문 편의점은 사장으로 보이는 30대 남성이 제일 많이 보였다. 그는 친절했다. 인사를 빼먹지 않고 빨대나 제휴 할인 여부를 항상 묻는 사람이었다. 나는 사람이 어떻게 항상 같은 고저로 발음할 수 있는지 신기해했다. 그가 과친절해서 불편하다고 느끼는 때가 있었다. 매대에서 동전을 떨어뜨린 건 난데 죄송하다고 말하고, 1+1 물량이 없으면 안절부절해했다. 괜찮다고 말해도 주눅이 들어 보였다. 나는 그런게 싫었다. 내가 위계의식을 부린 것도 왜 저렇게 미안해하는 거야. 괜시리 사람을 휘두른 것 같아 좋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별 일도 아닌데 왜.

 

자취방 편의점도 경영주 명찰을 단 중년 사장님이 상주했다. 그 역시 친절했다. 온화한 인상으로 이제 막 유통기한이 지난 도시락을 종종 챙겨줬다. 워낙 자주갔기에 그는 내 얼굴을 기억했다. 따로 요구르트나 이것저것 줄 때부터 불편해졌는데 친밀한 관계로 발전하는 것이 꺼려져서였다. 내가 편의점에 가는 건 관계를 만들고 싶어서가 아니라 필요한 물건을 사기 위해서고, ‘아는 사이’가 돼 이런저런 말이 섞여 편의점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게 싫었다. 그냥 나는 이것만 사고 나오고 싶은데. 말 걸지 말아줬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편의점 사장님들이 다시 떠오른 건 전역하고 패스트푸드 매장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다. 이전과 다르게 용돈 이상의 벌이를 하고 싶어 주 5-6일을 일했다. 줄곧 주방 일을 하다가 몇 개월 지나 음료를 뽑고 손님을 직접 상대하는 카운터로 나갔다. 주방일은 덥고 끊임없이 몸을 움직여야 해서 힘들었는데 그래서 나는 카운터 일을 좀 우습게 여겼다. 음료 뽑고 다 만든 햄버거를 종이 봉투에 넣는 일이 힘들면 얼마나 힘들다고.

 

손님을 직접 상대하는 게 주방 보다 훨씬 힘들었다. 당신들이 어떤 얼굴로 말을 걸어올지 몰라 종일 눈치를 살펴야 했다. 별의별 미친 ‘당신’들이 있었다. 카드 잔액이 부족하다고 하니 지금 웃은 거냐고 개진상을 부리던 당신과 음료 뚜껑을 엿같이 닫아 다 쏟았으니 집으로 들어와 걸레질하라던 당신과 쿠폰을 포스기에 입력할 줄 몰라 어버버 서 있으니 지금 내가 제값을 지불하지 않고 쿠폰을 써서 계산을 일부러 오래하는 거냐고 되붙이던 당신. 당신들이 잔상처럼 아른거려 나는 친절하며 괜찮다고 말하는 또 다른 ‘당신’이 와도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었다.

 

눈치를 살피는 것과 별개로 나는 표정이 구겨졌다. 짐작할 수 없는 표정을 가진 당신들을 상대하는 건 여간 스트레스를 받는 게 아니었다. 카운터를 하는 날이면 입으로는 친절함을 흉내내면서 눈자위는 짜증으로 번들거렸다. 모든 직원이 명찰을 달고 있어서 손님들은 우리의 이름을 알 수 있었다. 고객 불만을 접수 받는 홈페이지에 내가 무례하고 예의 없다는 평이 올라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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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이 당연히 제공돼야 하는 편의인 양 무언가를 요구할 때도 힘들었다. 다른 손님의 주문을 받는 중인데 중간에 끼어들어서 케첩을 달라던 당신, 벌써 포장까지 한 마당에 새로 튀긴 감자튀김을 요청하는 당신, 컵 외부에 이물질이 있다며 새 음료를 만들어달라던 당신(내가 보기엔 아무것도 없었다). 당신이 지불한 돈에는 편의를 누리고 싶어 하는 마음도 껴 있는 거라서, 나는 그 당연한 감각을 느끼게 하기 위해 진땀을 뺐다.

 

당신들은 별 게 아니라는 듯이 요구했지만 별 일 아닌 것들이 쌓이고 쌓여 나에겐 거대한 것이 됐다. 이런 x발. 내가 네 편의만 신경써야 하는줄 알아? 왜 이렇게 이것저것 해달라는거야. 속에서 그런 말이 끓었다. 물론 앞에서는 찍소리도 못했다. 언젠가부터 나는 손님을 상대하는 날이면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런 말을 관성처럼 쏟아냈다. 그 말을 하는 이면엔 x발, x나, x같네, 같은 말이 고였다. 나는 괴팍한 사람이 돼갔다. 정문 편의점 사장님의 마음을 그제야 이해했다. 그가 왜 주눅이 들어 보였는지 알 것 같았다.

 

한해의 마지막 날이었다. 그날은 새벽까지 근무시간이 책정돼서 새해를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맞아야 했다. 가족끼리 연휴를 보내는 날이니 바쁘지 않겠거니 예상했는데 정말 뒈지게 바빴다. 정신없이 번호를 부르고 음료를 챙기다가 새해가 온지도 몰랐다. 좀 한산해졌는데 중년의 당신이 제품을 받아가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고 했다. 당신은 웃고 있었다. 아 네... 감사합니다... 손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퇴근하고 매장 냉장실에서 옷을 갈아입으며 울먹거렸다. 그렇게 말하는 ‘당신’은 처음이라서. 별 의도가 없는 말이겠지만 그래도 내게 ‘복 많이 받으라는’ 그 순간의 문장은 진심인 것 같아서. 감자를 짜게 해달라거나 버거에 양상추를 빼달라거나 음료 포장은 따로 해달라는 말이 아니라 새해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는 문장을 그래도 누군가에게 들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그런 당신을 내가 대면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복 받으라는 말을 곱씹으며 정말 당신 덕에 올해는 복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질질 짜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자취방 근처 편의점 사장님이 말을 걸며 요구르트를 챙겨준 마음은 내가 ‘당신’에게 느꼈던 마음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그 당시 편의점에 들르면 나는 안녕하세요, 안녕히 계세요, 감사합니다 같은 말을 빼먹지 않았다. 뭐가 되지 않으면 괜찮다고 (실상은 이런 걸로 시간을 빼앗기고 싶지 않은 귀찮은 마음이었는데) 손사래를 저으며 알아봐 주셔 감사하다고 했다. 수많은 ‘당신’을 대거리해 피로가 누적된 사장님에게 꼬박 인사를 하는 스무살 초입의 청년은 나름대로 감동이지 않았을까. 이제야 사장님의 마음을 이해한다.

 

사장님들... 불편하다고 여겨서 죄송했습니다... 사장님들 덕에 ‘일’하는 이의 마음을 헤아리고 이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샤라웃 투 정문 편의점 사장님! 샤라웃 투 자취방 근처 편의점 사장님! 그리고 제게 화장실가서 죄송하다고 말하던 천호동 편의점 직원님. 저한테 만큼은 미안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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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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