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26색이 담긴 팔레트 - 직업으로서의 예술가: 고백과 자각

각자의 색을 담은 사람들, 그리고 아티스트 제이미
글 입력 2021.07.0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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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광고와 사진들이 가득한 패션잡지를 유심히 읽어본 적이 있나?

 

아마도 한 페이지에 머무는 시선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다. 시계는 어디, 가방은 어디. 잡지 속 텍스트는 무언가의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나의 경우, 그 화려함 속에서 유독 오랜 시간 찬찬히 읽는 페이지가 있다. 바로 인터뷰 페이지. 화려한 옷을 입고있는 셀러브리티들의 사진 뒤에 이어지는 백색에 흑색 글씨가 빼곡한 그 페이지 말이다.

 

카메라 앞에서 그렇게 완벽한 피사체로 존재하던 사람들은, 텍스트 안에서 평범한 누군가가 된다. 그 자리에 있기까지의 과정을 고백하고, 현재를 복기하고 미래를 소망한다. 스타마다 화보의 컨셉이 다른 것처럼, 인터뷰에 담긴 그 사람만의 색깔도 참 달랐다. 어떤 이에게서는 오렌지빛이 느껴졌고, 어떤 이에게서는 푸르고 시원한 느낌을 받았다. 그 어떤 이미지도 들어있지 않고 활자만이 가득한 그 페이지가 그렇게 좋았다.

 

『직업으로서의 예술가:고백과 자각』은 10년 가까이 잡지와 신문을 통해 많은 인터뷰이들을 만난 박희아 기자가 26명의 대중예술가들을 만나 그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로 엮인 책이다. 한번쯤 들어봤을 이름들과 낯익은 얼굴들의 사람들은 각자 음악가,배우 등의 직업으로 우리에게 친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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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말하는 '예체능'이 음악,미술,체육을 아우르는 호칭이라면 이 책에서 지칭하는 '예술가'들은 음악과 연기. 즉 방송 엔터테이먼트 쪽의 대중성과 공연성을 가진 매체를 만드는 사람들에 속한다.

 

좀더 다양한 직군의 아티스트들을 만날 수 없던 것은 분명 아쉬운 부분이었지만, 이 책이 거시적으로는 펜데믹으로 인해 변화한 공연예술업계와 대중음악, 대중예술에 대한 이야기에서 미시적으로는 인터뷰이 각자의 삶과 목표에 대한 이야기로 매듭이 지어진다는 점에서 충분히 공감이 가는 특정이다.

 

누구에게나 '팬'을 자처하진 않더라도 유독 눈길이 더 가고, 관심이 가는 유명인사는 있기 마련일 것이다. 그들의 SNS를 구독하기도 하고, 우연히 방송에 나오면 채널을 돌리지 못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특이하게도 목차보다 어떤 인물들이 인터뷰에 함께했는지의 라인업에 더 관심이 갔다.

 

앞부터 순차적으로 읽던 평소와는 다르게 책을 받자마자 '그 사람' 인터뷰부터 읽어야지!하는 그런 사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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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제이미(JAMIE). 사실 어린시절 '박지민'이라는 이름과 앳된 얼굴로 더 익숙했고, 그 다음으로는 15&라는 이름으로 익숙했던 사람이다.

 

지금은 그 둘 모두 백예린과 제이미라는 각자의 길로 대중에게 각인되고 있다는 것까지 너무나 잘 알고있는 정보들이다. 내게 있어 제이미가 유독 눈이 갔던 이유는 '박지민'이 '제이미'가 된 것이 내게는 꽤나 충격이었기 때문이다.

 

 

 


박지민의 서바이벌 경연무대를 기억하던 나는 분명 커서 성량을 강조하는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JAMIE라는 낮선 이름과 힙한 앨범아트를 보고 처음엔 박지민=제이미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름이 잘 알려진 누군가가 중간에 새로운 이름을 쓰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을뿐더러, 내가 기억하던 그 시절의 이미지와 완전히 다른 모습에 적지 않게 놀랐다.

 

그 이후의 제이미 행보는 더욱 흥미로웠다. 제이미가 친구들과 크루활동을 하며 곡을 만든 것도 알고있었고, 솔로앨범 작업을 지속해오다 굿 걸, 비긴어게인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소화하는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것을 지켜보며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책을 받자마자 펼쳤던 제이미의 인터뷰는 그 특유의 생기있는 표정과 씩씩한 목소리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다음은 본문에 있는 제이미의 인터뷰를 인용한 것이다. 인터뷰어와 인터뷰이인 제이미의 말을 구분하기 위해, 제이미의 말에만 굵은 표시를 했다.


 

… (중략) 자유롭게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면서 하게 된 고민이 "그럼 대중적인 건 뭘까?"였어요. (중략)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라가고 유행을 따라가야 하나? 내키는 대로 해야 하나?

 

그러다 보면 자신의 음악적 방향하고는 또 멀어질 수 있잖아요.

결국 자유로워질 수가 없죠. 내가 원하는 것과 대중적인 것의 중간 지점을 찾는 게 너무 어려웠는데, 한 가지 결론을 내린게 있어요.

 

무엇인가요?

내가 평소에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로 대중은 저를 기억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제 행동에, 가치관에 부끄럼이 없어야 떳떳하게 나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고요. 대중의 마음은 그럴 때 건드릴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냥 그 사람이 좋아서 그 사람이 만든 음악을 듣는 경우도 많잖아요? 그런 것처럼 저도 대중들이 제 음악을 쉽게 들을 수 있도록 저만의 색깔을 만들어내려고 노력 중이에요.

 

 

제이미를 바라보면 참 다양한 색이 느껴진다. 어릴 때 '박지민' 참가자에게서 느꼈던 느낌과 지금의 색이 다르고, 굿걸에서의 제이미와 솔로앨범에서의 제이미, 유튜브에서 젊은 10대들의 고민을 상담해주는 제이미의 모습 모두 같고도 다르다.

 

자신의 어린 시절이 공공연하게 대중들에게 기억되고 있다는 것, 누구나 알고있는 대형기획사에서 음악을 시작하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시간들. 그 모든 시간에서 자신을 가다듬고 성장시켜온 한 청년 예술가의 메시지가 좋았다.


 

 

 

비긴어게인의 무대를 첨부하며 이 책에 담긴 제이미의 인터뷰에서 느낀 느낌을 전하고싶다. 인터뷰에 담긴 제이미는 음악을 아주, 아주 오랜 시간 진지하게 고민하고 끊임없이 해왔던 아티스트였다. 자신이 가진 몇가지의 특성과 장점을 남들이 모르는 시간에 부던히 갈고 닦아온 것이 느껴져서 이 무대는 유독 생각날 때마다 계속 보게된다.

 

제이미를 인터뷰한 박희아 인터뷰어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제이미는 '자신이 클 수 있는 탄탄하고 촉촉한 토양을 다지는 데 성공한 사람','늘 해를 받고 선 해바라기'같은 사람이라고 묘사한다. 차 안에서 부모님과 화음 쌓기 놀이를 하며 노래를 부르는 스물다섯의 음악가. 스스로의 키워드가 '에너지'라고 말하는 활달한 젊은 예술가. 인터뷰를 통해서 한 사람이 가진 색에 흠뻑 빠져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제이미 외에도 많은 예술가들의 삶과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흥미로운 것은 결국 예술을 이야기하기보다 예술을 하는 그들의 삶 자체가 담겨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것을 전하는 박희아 인터뷰어의 따뜻하고도 진지한 시선이 질문과 리액션 하나하나에서 느껴졌다.

 

인터뷰는 사실 상대의 이야기를 들으며 반응하고 질문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돌아와서 그 시간을 떠올리며 하나하나 정리하고 타이핑하는 것에 결코 만만치 않은 시간과 공이 들어간다. 이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각자의 색이 확실하게 느껴지게 하기위해 저자는 얼마나 긴 시간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을까? 그 부분을 생각해보니 빠르게 넘겼던 다른 인터뷰이들의 삶과 예술에 대한 이야기에도 집중해보고 싶어졌다.

 

책의 가장 마지막 부분에 적인 음악가 이이언님의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표현하지 않고는 버틸 수 없어서, 그래서 예술을 해요."라는 짧고도 강한 한 마디.

다음은 이이언님의 인터뷰와 삶을 바라봐야겠다. 또 그 다음은 다른 누군가의 삶이 내 마음에 다른 색을 칠해주겠지.

 

 

[지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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