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오늘도 예술, 내일도 예술 - 직업으로서의 예술가: 열정과 통찰 [도서]

어렵지만 그래도 지치지 않고 행복하다는 26명의 예술가들의 이야기
글 입력 2021.07.03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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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단어만으로도 설렘을 주는 것들이 존재한다. 배고플 때는 돈가스, 떡볶이가 내게 그런 존재다. 또 피곤할 때는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는 단어를 떠올리기만 해도 작은 행복이 찾아온다. 그러나 이 전자들은 일상 중 잠깐씩 지나가는 상황일 때만 설렘을 준다.

 

그런 내게 또 다른 면인 직업적으로 우러러보는 단어가 있다. 바로 ‘예술가’다. 이 세 글자 단어 안에는 굉장히 큰 묵직한 한방이 있다. 그래서일까 박희아 기자가 26명의 예술가들을 만났을 때, 거의 단 한 명도 이 단어를 편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없었다. 그만큼 직업으로 예술가라는 단어는 빛나 보이고 정체성이 뚜렷해 보이는 무언의 힘이 있지만 그만큼 편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우라가 있다.

 

그럼에도 내 눈에는 인터뷰이로 나온 26명의 예술가들은 정말 예술가들로 불려도 손색이 없다. 그 이유는 어떤 형태로든지 꾸준히 표현해내는 사람들이었고, 새로운 지점을 추구하는 멋있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완전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기존의 것에서 자신의 생각을 투영해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사람까지 예술가들의 결도 무수하다는 것을 또 한 번 느꼈다.

 

예술가 안에서 수많은 갈래로 직업군이 나누어진다. 음악가, 피아니스트, 배우, 연출가, 소설가, 음악감독 등 자신의 분야에서 현재도 고군분투하며 제 자리를 지켜나가는 사람들이다. 이 책 안에는 이분들이 예술을 대하는 태도와 가치관 그리고 왜 일을 해야만 하는지에 대해 아주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예술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에 대한 에피소드들은 인물마다 각기 다른 차이를 보여주지만, 단 하나 공통으로 교점이 맞닿는 부분이 존재했다.

    

 

“질리지가 않아요. 좋고. 행복해요”

 

 

좋아해서 시작한 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진부하고 지루해지기 십상이다. 직업뿐 아니라 모든 세상의 만물은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디자인되어 있는 것 같다. 26명의 예술가들도 분명 생각했던 직업에 대한 괴리와 아픔 그리고 우리가 감히 헤아릴 수 없는 상처를 받았음에도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과연 저렇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직업이 몇 개나 될까 곰곰이 사유해본다.

 

지레 짐작해본 결과 내게 나온 답은 한 가지였다. 수많은 예술가들이 모두 다 큰돈을 만질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삶을 아름답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성관을 가질 수 있어서다. 한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이해해야 하며,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끊임없이 질문하며 답을 찾아 나아간다. 그것이 일이자 자신이 사랑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세상의 모든 것을 아름답게 바라봐야 그 안에서 살아갈 이유를 찾으며 그러한 것들의 의미를 재창조하여 세상에 내놓을 수 있다. 예쁘고 아름다운 것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 그것을 예리한 눈과 마음으로 분석하여 또 다른 변화의 형태로 창조해내는 일을 한다.

 

무척이나 어렵고 고된 과정이지만 이런 것들이 주는 힘이 그들에게 동력을 만들어주는데 일조하는 것 같다.

    

 

“‘아름답다’고 사유할 수 있는 게 사람이 가진 특권이라고 생각해요.”

 

배우, 나하나

 

  

사람들에겐 죽을 때까지 예술이 필요하다. 예술은 사람을 고상하게 만들어주고 사색시켜 주는데 제일이다. 사람이 더 사람다워진다. 예술은 사람만이 건드릴 수 있고 그것들은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최상의 특권이다. 그래서 예술이 밥을 먹여주냐 같은 고지식한 발언은 이제 그만 삼가야 한다.

 

똑같은 일상에 새로운 대화를 불어넣어 주고 알게 모르게 영감을 주입시켜준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잊지 못할 분위기를 만들어주기도 하며 두 팔의 감각을 깨워주기도 한다. 이런 생명력을 받기까지 반대편의 세계에서는 힘들고 고된 시간을 이겨내고 있다. 우리에게 행복을 전파해 주고 싶다는 이유 하나로 말이다.

 

요 근래 내 역량에 비해 해나가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벅차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너무 서럽고 외롭고 무서워 미치겠다. 그럼에도 난 내가 나를 지탱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 이것들을 안 좋아하는 사람들을 태어나서 본 적 없는 영화, 음악, 전시, 뮤지컬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다. 명상을 하며 나와 나의 몸에 집중하는 것처럼 예술 또한 걸어 다니는 동안, 앉아있는 동안 내 감각의 모든 기관들을 다시 설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래서 앞으로 배우 나하나처럼 'Perhaps today'를 외치며 예술과 더 친해지고 찝쩍대려고 한다. 어쩌면 오늘, 어쩌면 내일, 어쩌면 내일모레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에 무너지지 않도록, 더 굳세지기 위해 좋은 것을 보고 느끼며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으려고 한다.

 

박희아 기자의 담백한 질문을 통해 진솔하게 답해온 예술가들의 대화 온도는 함께 대화를 나눈 것처럼 고스란히 전달됐다. 그들의 가치관을 배울 것은 담아오고 설령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한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오랜만에 진중한 시간을 가져보았다.

 

사람이 사람을 깨끗한 눈과 마음으로 이해하고 존중할 때가 바로 예술의 탄생 지점이 아닐까 조심스레 답을 내렸다. 책은 진솔한 대화의 갈증에 목말라 있는 사람들이 봤으면 한다. 나와 딱 떨어지는 가치관을 가진 예술가를 보며 놀라워하는 지점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지점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겪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골라준 보답으로 갈팡질팡했던 가치들의 자리를 다시 세워줄 것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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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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