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내 맘대로 사는 것이 제 꿈입니다

매 순간을 초연히, 나로 충만하게 살리라
글 입력 2021.07.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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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뭐예요?


 

쉽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꽤 오랫동안 고민하게 되는 질문이다. 어린 시절에는 꿈이 뭐냐는 질문에 대답이 자판기처럼 툭 나왔었다. 화가, 과학자, 산업 디자이너, 푸드 코디네이터, 우주공학가, 애니메이터, 프로그래머, 세계음식 기자, 데이터 분석가 등등 초등학생 때부터 "난 뭐가 될 거야!" 하면서 여러 가지 꿈을 꿨었다.

 

그리고 기분과 상황에 따라 빠르게 바뀌었다. 현실과 괴리가 큰 꿈을 꾸다 보니 갈등과 고난이 항상 따랐다. 쉽게 이름 붙여진 꿈은 쉽게 좌절되었다. 철없이 꿈을 꾸다가 적성에 맞지 않아 다른 꿈을 찾고, 또다시 다른 꿈 앞에서도 현실에 부딪혔다. 의문이 들었다. 왜 내 꿈은 진득하게 오래가질 못하지? 왜 시작조차 할 수 없는 거야?

 

그것은 꿈이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진정으로 이루고 싶고 바라던 것이 아니었다. 나의 마음도 그것을 이미 눈치채고 있었던 듯 꿈 앞에서 늘 의심을 했다. 내가 바랬던 그 꿈 안에는 나의 모습이 없었다.

 

고등학교 희망 직업란에는 늘 멋있는 직업을 골라 썼다. 나에 대한 충분한 고찰이 없는 채, 멋과 경의라는 순간의 감정으로 꿈을 쉽게 결정했다. 고등학교 3학년 마지막으로 적었던 희망 직업란과 관련 있는 전공을 택해 대학에 입학했다. 대학교육을 받으며 나의 모습과 너무도 다른 꿈은 점점 희미해져 갔다.

 

꿈에 대한 정의를 확실히 할 필요가 있었다.

 

꿈 :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

 

사전에 정의된 꿈의 의미다. 꿈은 ‘가치 단어’이다. 그러니까 어떤 장래희망이나 명사로 정의하기엔 품고 있는 범위가 넓은 단어다.

 

지금까지 나의 꿈은 모두 직업과 연관이 있었다. 내가 꿨던 꿈에 대해 꼬리의 꼬리를 물어 생각해 보았다. 직업이 꿈이라면 그 직업을 이루었을 때 꿈도 끝나는 것인가? 희망하고 바라던 이상과 다른 현실이 펼쳐지면 내가 바라던 꿈의 의미는 무엇이 되는가? 만약 그 직업이 되지 못한다면 꿈을 이루지 못한 패배자가 되는 걸까? 일반적인 꿈들에 대해서도 되짚었다. 만약 돈을 많이 버는 것이 꿈이라 하면 얼마나 많이 벌어야 하는 걸까? 돈을 모으고 나면 그것으로 만족을 할까? 돈을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고 모으기만 하는 것은 책임 없는 꿈 아닐까?

 

조금씩 명확해졌다. 나에게 있어 꿈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나 형용사가 되어야 했다. 앞서 말한 직업이나 부와 명예 같은 것들은 꿈이 아닌, 꿈에 가까워지기 위한 목표였다. 꿈을 찾으려면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닌 것, 물질보다 더 상위의 가치를 좇아야 했다. 내가 진정으로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내 인생을 바쳐서 지켜내야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했다.

 

삶을 살아가는 길에 무너지지 않게 나를 붙잡아주고 방향을 알려줄 지표, 나만의 북극성을 만들기로 했다.

 

 

 

내 맘대로


 

개인 sns 계정 프로필 소개란에 몇 년 전부터 올려둔 글귀가 있다. “이 인생에서 내가 할 일은 더욱 내가 되는 일” 소설 『원더보이』에 나온 소제목이다. 이 문장을 보자마자 마음에 딱 꽂혔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이다. 그리고 내가 할 일은 더욱 나다운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내가 지닌 가치관, 이상을 세상에 펼치며 살아가는 것이다. 아, 이것이 나의 꿈이었다.

 

내 꿈은 내 맘대로 사는 것이다.

 

 

 

죽음 앞에서 생각하기


 

인생에 대해 늘 생각해왔던 관념이 있다. 인생은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레이스고, 죽음이란 그 결승선에서 내가 달려온 길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니 결승선에서 바라볼 풍경을 생각하며 나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눈 감을 때가 되면 '기분 좋은 꿈이었다'라고 시원하게 한 마디 할 수 있을 정도로 재미있게 살아보고 싶어요."

 

- 김하온

  

 

2년 전 캠스콘 유튜브 인터뷰에서 ’삶이라는 여행에서 바라는 점?’이란 질문에 대한 김하온의 대답이다. 인생을 기분 좋은 꿈처럼 살고 싶다니,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 떠올랐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죽기 직전에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고 한다. 그때 나의 인생을 부끄러움, 후회로 남기기보다는 즐거움과 사랑이 가득했던 모습으로 기억하고 싶다. 빈손으로 왔던 것처럼 빈손으로 돌아가며 어딘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을 발걸음을 남긴 채 여행을 마치고 싶다. 이를 위해서는 더욱 나다운 삶, 나의 가치를 따르는 삶을 살아야 한다. 멀리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언제 찾아와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 죽음이다.

 

그러니 매 순간을 나로 충만하게 사는 것이 나의 꿈이다.

 

나는 좋아했던 드럼을 금방 그만둔 적이 있다. 끝까지 해보지 않고 도중에 놓았던 것이 후련함과 함께 후회로 남았다. 그렇게 마음속에 응어리가 져있었다. 어느 날 기회가 왔고 그 기회를 잡아 “퍼스트래빗”이라는 밴드를 만들었다. 후회가 남지 않게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고, 내 마음이 가는 대로 걸어갔다.

 

다시 실패하게 될까 봐 두려움이 있었다. 또한 나서는 것에 익숙지 않았던 내가 리더의 자리를 맡는 것이 영 어색했다. 그러나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활동이라 그랬을까, 두려움보다는 설렘이 컸다. 무엇보다 죽음 앞에서, 길고 긴 인생 앞에서 놓치게 될 수많은 경험들과 행복을 생각했을 때, 도전의 두려움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덕분에 퍼스트래빗은 내 인생의 즐거움과 성취의 카테고리에 추가됐고 앞으로 더 확장해나갈 것이다.

 

나는 글쓰기, 문화예술과는 관련이 없는 전공을 배우고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 나의 모습과 다른 전공을 선택하여 지루하던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대학생활 도중에 뮤지컬과 연극, 전시회, 문학작품 등을 향유하는데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자극과 즐거움을 느꼈다. 문화예술을 실컷 누린 후 처음 느껴보는 감정을 그대로 흘려보내기 아쉬웠고, 내 마음을 표출할 곳이 필요했다. 지금으로부터 2년 전,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모집 글을 봤지만 나의 역량에 대해 고민했다. ‘글을 제대로 배운 적도 없는데 내가 정말 글을 매주 쓸 수 있을까?’ 나중에 지원해보자며 지원을 미뤘었다.

 

이미 문화예술 분야에 관심이 쏠렸던 나는 학교 내에 있던 문화예술 교양을 있는 대로 들었고 알게 모르게 역량을 쌓아갔다. 그리고 휴학을 하게 됐을 때 마침 에디터 모집을 하고 있는 아트인사이트를 다시 방문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지원서를 작성해나가기 시작했다. 지금은 아트인사이트 내에서 공동저자로 책을 쓰는 경험을 해보고, 공통 주제 글쓰기에 이 글을 남기고 있다. 목표와 목적을 정하지 않아도 신기하게 나의 삶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정말 인생은 한 치 앞을 알 수가 없다. 계획을 세워도 안될 때가 있고 세우지도 않은 계획이 알아서 진행될 때도 있다. 그러니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인생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사는 것이 맞다는 생각에 한 층 확신이 섰다.

  

단 내 마음대로 살아가는 데에는 책임감이 필요하다. 나에 대한 책임, 내가 속한 공동체에 대한 책임, 사회에 대한 책임을 모두 인지해야 한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나의 인생을 내 마음 가는 대로 만들어나가고 있다. 목적지로 가는 직진의 길은 아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을 야금야금 넓혀나가고 있다. 이 경험들이 퍼즐 조각처럼 맞춰져 결국 하나의 꿈으로 점철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진인사대천명


 

내 맘대로 사는 꿈 안에서도 그에 따른 계획과 목표를 정해야 한다. 목표를 정하되, 그것의 결과에 대해서는 ‘진인사대천명’ 하기로 했다. 내가 할 일을 다하고 나서 하늘의 뜻을 기다리는 것이다.

 

원한다고 해서 다 가질 수 없고 목표가 이뤄지는 것에 대한 결정권은 나에게 주어져 있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주어진 일을 최선을 다해서 준비하는 것뿐이다. 그것이 이뤄지면 감사한 것이고 안된다 하면 나의 길이 아니었음을 인지하고 다른 길을 찾으면 된다. 과거의 감정에 붙잡혀 현재 누릴 수 있는 행복을 놓쳐서는 안되고, 다음 발걸음을 디딜 타이밍을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성취 앞에서 욕심내지 않고 초연해지는 것이 내가 바라는 삶의 태도이다.

 

너무 멀리는 보지 않을 것이다. 기하급수적으로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서 인생 계획을 세우고 지키려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를 계획하고 비전을 갖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구체적인 계획은 세우지 않을 것이다. 인생은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니. 그러니 가까운 미래를 생각하며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즐거이 하겠다. 열심히 하지도 않겠다. 매일매일을 나의 마음이 가는 대로, 흘러가는 구름처럼 내가 갈 수 있는 모든 곳을 가보며 살고 싶다. 이것이 내가 정의한 나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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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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