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과 살아남기] 세 번째 - 오늘은 그냥 쉬겠습니다

글 입력 2021.07.0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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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과 살아남기] 두 번째 – 누구의 삶을 살고 있나요?



우리가 살면서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을 정하고, 그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할 수 있는 환경에서 매일을 행복하게 지낸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애초에 힘겨운 일상에 치이느라 삶의 목표 따위는 고민할 여유가 없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창한 신념을 갖고 행동하기 이전에, 그저 행복하기 위해 살아간다.

 

어렵게 진학한 학교를 나오거나, 소위 말하는 번듯한 직장을 마다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이유도 자신의 삶에서 행복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꾸준히 일하면 사회적인 성공이나 물질적 풍요, 혹은 원대한 목표에 도달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개인의 행복을 보장해주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물론 학교나 직장에서 생활하며 지식을 확장하고, 자신의 재능을 이용해 유의미한 성과를 도출하는 것이 적성에 맞는다면 그것은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일이다. 좋아하는 분야에 진심으로 푹 빠지면 결국에는 변화와 발전을 이끌어 진정한 의미의 성취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적성을 찾는 것은 어렵다. 나도 아직 적성을 찾지 못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무엇을 잘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이렇게 근본적인 고민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어떤 일을 해도 설레는 마음이 생기거나 자극이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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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주위 사람들에게 "그냥 일단 해!"라는 말을 종종 들어왔다. "해보고 아니면 그만 둬", 혹은 "아직 네가 할 만큼 해보지 않아서 그런 거야" 등. 이러한 조언을 듣고 난 후에는 손에 잡히는 대로 주어진 일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성과도 나름대로 괜찮았다.

 

문제는 내가 선택한 경로에서 벗어났을 때 회의감이 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규칙을 세웠다. 일단 시작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긴 하나, 내가 제대로 일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그때 시작하는 것으로. 만약 그래도 마음이 불편하거나 불안하다면 잠시 멈추고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기로 했다.

 

규칙을 세웠음에도 남아있는 걱정거리가 있다. 바로 돈이다. 금전적 고민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하고 싶은 일이 생겨도 쉽게 도전하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내 삶의 주인으로 살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부모님의 품을 벗어나 경제적으로 독립해야겠다는 현실적인 고민을 자주 한다.

 

이렇듯 나는 이런저런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잡념을 없애고 싶을 때면 집안일을 하거나, 운동을 하면서 필요 이상의 쓸데없는 생각을 떨쳐내기 위해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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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은 재밌지만, 다른 사람이 나를 분석했을 때는 느낌이 조금 다르다. 병원에 갈 때마다 의사 선생님은 나에게 '거짓이 없다', '생각이 너무 많다'라는 말을 자주 건넸는데, 왠지 모르게 도마 위에 올라간 생선이 된 기분이었다. 알몸을 다 보인 후 난도질을 당할 준비를 끝낸 듯한 묘한 기분.

 

이전 에세이에서 다룬 것처럼, 병원에서는 의사 선생님과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중에서는 나의 힘을 북돋아주는 좋은 조언도 있었지만, 굳이 이런 부분까지 들추어낼 필요가 있나 싶은 대화도 조금 있었다.

 

물론 도움이 필요할 때 전문가의 치료를 받는 것은 확실히 훌륭한 처방이 된다. 처음 약물치료를 시작할 때에도 겁먹을 필요 없이 편안한 의사에게 충분한 상담을 받으면서 마음의 결정을 내리면 된다. 사람마다 갖고 있는 생각과 신념도 다를 수밖에 없으니 나의 경우는 하나의 예시로 참고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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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부터 병원에는 가지 않기로 결심했다. 선생님도 자신의 역할은 내가 '괜찮다'라고 스스로 느낄 때까지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이제 어느 정도 괜찮아졌다. 때로는 다시 힘든 일이 닥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분명히 '괜찮다'.

 

실은 처음 아트인사이트에 우울증에 대한 에세이를 올리면서 나의 치부를 낱낱이 드러내는 것 같아 약간 염려되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예상치 못한 격려를 꽤 받았다. 고마운 분들이 댓글이나 개인적인 연락을 통해 걱정과 위로, 심지어는 감사의 마음까지 보내주었다. 이런 대접을 받기에는 과분한 사람인 내가 너무 과한 일을 벌인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역시 사람은 사회적 동물인가 보다. 사람에게 상처받아도 사람에게 치유받기 때문이다.

 

아무튼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휴식, 즉 쉼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바쁘게 살아가는 지인들의 모습이 보여 불안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잠시 멈추고 쉬고 싶다. 'STOP' 표지판을 앞에 세워두고 아무도 나를 방해할 수 없도록 당당하게 쉴 것이다. 그러면서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 잘 하는 일이 무엇인지 곰곰이 돌아보려 한다.

 

[우울증과 살아남기] 또한 무기한으로 종료하려 한다. 나의 글을 읽고 위로를 받는 독자들과의 소통이 끊기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하지만, 앞으로는 이전 글을 포함한 세 편의 에세이에 댓글이 달리면 나 또한 마음을 담아 답변을 적으며 소통을 이어가도록 하겠다.

 

사실 이 에세이의 제목은 중의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살아, 남기', 그리고 '살아남기'. 너무 과하게 몰입해서 지은 제목이라 부끄럽기도 하지만, 어쨌든 나는 전자의 의미를 더 좋아한다. 살아남는 게 아닌, 살아서 남는 삶이 좋다. 나는 굳이 살아남으려 '존버'하지 않더라도 행복하게 즐기며 살고 싶다.

 

아무쪼록 우리 모두의 인생이 살아내어 남는 삶이 될 수 있도록, 필요할 때는 쉬면서 더욱 단단한 사람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그럼 저는 이제 푹 쉬러 갈게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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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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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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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냉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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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ㄹㅁㅅ
    • 기사를 읽는 동안 우리나라는 벌써 아침이 되었고 저도 몰랐어요.
      내일 수업이 있지만 기사는 나에게 영감을 줍니다, 힘내!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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