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뭘 망설여 바보같이 [음악]

글 입력 2021.06.2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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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망설여 바보같이. 바보처럼 항상 망설이고 주저하다가 기회를 놓쳤다. 어쩌면 그걸 놓치는 것이 나의 운명이었다고 자기 합리화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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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더 이상 망설이고 싶지 않고, 확신을 갖고 싶어서 오랜만에 이 노래를 들었다. 금방이라도 세상에 나가 도전할 것 만 같은 노래.

 

어반자카파의 노래 ‘Get (Feat. Beenzino)’이다.

 

 

뭘 망설여 바보같이

답답해 너의 태도

그냥 좀 해도 돼

한 번쯤 미친 사람처럼

 

 

자꾸 재게 된다. 모든 기회들을 가지고 와서 책상에 펼쳐 하나씩 너무 열심히 들여다본다. 저건 저래서 안되고 이건 이래서 안 돼. 고르고 고른 선택지는 이미 내가 원했던 것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

 

실패할까 봐. 실수할까 봐. 아직은 부족한 사람인 것 같아서. 행동하지 않는 이유에는 수백 가지를 댈 수 있다. 그리고 나름 일리도 있다. 조금 더 경험을 쌓고 하겠다는데 말리는 사람이 있을까. 좋은 선택이라고 누구나 말할 것이다.

 

그렇게 결정한 선택은 후회 투성이었다. 내 의욕까지 갉아먹을 정도로. 그 선택의 여정에 사공이 너무 많았던 걸까? 키를 쥔 것은 나인데 정작 내 목소리는 듣지 않았다. 내가 하는 모든 말에 나는 반박했다. 그것은 너무 자연스러웠어서 내가 무슨 짓을 한 건지 나중이 돼서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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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명은 너에게 이미

그려진 지도를 쥐어 주겠지만

그걸 무시하는 게

우리에게는 지금 필요해

 

 

가보지 않은 길을 갈 때 안개가 낀 것처럼 보이지 않아서 먼저 간 사람들에게 자꾸 조언을 구했다. 자신만의 지도가 있는 사람들. 그들의 지도만 있으면 나도 안정적인 항해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인생의 지도라는 건 각자의 인생, 가치관, 목표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인데, 그 지도를 보고 바다를 가려다 산에 도착하고 나서야 알았다.

 

나는 이제야 깨달았지만 몸으로 부딪혀보기 전에는 무시하기 쉽지 않다. 이건 마치 달달한 디저트를 놔두고 쓴 커피만 마시라는 격이다. 그런데 내가 정말로 원하던 것이 커피였다면? 그 소리를 들어야 한다. 진짜로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이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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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좀 해볼게

한 번쯤 미친 사람처럼

너도 알아 너도 그래

말하는 대로 하고 있어

이렇게 사는 게

아무래도 괜찮은 것 같아

  

 

노래는 처음 했던 얘기에 화답하면서 끝이 난다. 뭘 망설이냐는 질문에 이제는 그냥 해볼게라고 답한다. 그래 한 번쯤 미친 사람처럼 해보는 것도 괜찮지. 조금 실패해도 괜찮지. 그렇게 살아도 아무래도 괜찮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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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들은 뮤직비디오의 장면들이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건축물을 조립했다가 다시 분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껏 만들어 놓은 것을 분해하는 모습은 실은 공허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분해하는 자체도 한편의 미술처럼 느껴지는 뮤직비디오였다.

 

무언가를 완성해야만 이뤘다고 느끼는 우리들. 그래서 더욱 완벽과 성공에 집착하는 것이 아닐까. 사실 그 과정이 예술이고 인생일 텐데.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더라도, 끝내 만들어 낸 것이 실패작이더라도, 괜찮은 것. 그것을 이 노래는 조금 강하게, 직설적으로 이야기해 준다.

 

 


 

[박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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