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그저 오늘의 삶이면 돼

글 입력 2021.06.27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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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로 애니메이션 <캐릭캐릭 체인지> 정주행을 끝냈다.


공연과 뮤지컬을 좋아하기 이전에 일찍이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에 푹 빠져있었던 나는, 남들이 드라마와 영화 정주행을 하듯이 요즘도 애니메이션을 정주행하곤 한다. 그리고 이 중 <캐릭캐릭 체인지(2007)>는 그런 내가 꽤 오래도록 보길 미뤄두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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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후반 국내에서 처음 방영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이 작품은, 정작 당시 초등학교 고학년에 접어든 나에게는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다.

 

당시 우리 집에 TV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고학년이라면 으레 이런 마법소녀물에 대한 관심을 끌 때도 되지 않았냐는, 그맘때쯤 으레 가질 법한 다소 과한 자의식(?) 때문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그로부터 훌쩍 지나 접한 <캐릭캐릭 체인지>는 그 때의 내가 생각했던 것과 같이 여전히 유치찬란하고 가끔은 오글거렸다. 하지만 동시에, 이미 어른이 된 나를 생각보다 숙연해지게 만든 작품이기도 했다.


<캐릭캐릭 체인지>의 주인공인 아무와 그가 속한 세이요 초등학교의 ‘가디언’이라는 조직은 겉으로는 교내에 위치한 호화로운 정원에서 차와 케이크를 먹는 것이 주 임무인 세상 팔자 좋은 아이들로 보이지만, 이들의 본래 임무는 다름 아닌 ‘캐릭터’ 보유자로서 타락한 ‘마음의 알’들을 찾아내고 이것을 정화시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의 ‘마음의 알’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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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알이란, 아이들이 꿈꾸는 되고 싶은 자신, 즉 아이들의 ‘꿈’을 의미한다.

 

이 알들은 아이들이 꿈을 정상적으로 키워나갈 경우, 이후 아무와 같은 가디언들이 가진 것과 같은 ‘캐릭터’로 부화하지만, 그 꿈의 주인이 좌절하거나 망설일 경우 X알, 또는 수수께끼 알로 변화하여 세상에 악영향을 주곤 한다.


중학생 시절, 이 작품을 <수호 캐릭터>라는 원작 만화로 처음 접한 나는 이런 류의 만화에 흔히 나올 법한, 아이들의 ‘마음의 알’을 악용하려는 나쁜 어른들과 이들에 대적하는 가디언들의 대결 구도에 집중했고, 당연히 주인공인 아무가 속해있는 가디언들을 응원했다.

 

마음의 알을 이용해 나쁜 짓을 하려는 이스터 사를 이해하지 못했고, 당연히 ‘악역인’ 이들이 죗값을 치러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웬걸, 십여 년이 흘러 나는 한 때 이스터 사에 협력하며 가디언과 적대 관계를 이루었던 니카이도 선생이나 유카리라는 인물에 훨씬 감정이입이 잘 되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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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카이도 선생의 '수호 캐릭터'.

이는 곧 그가 품어왔던 '꿈'을 의미한다.

 

 

스물다섯.

 

대학교 5학년에 접어들었으며, 슬슬 취업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때. 스스로의 밥벌이에 대해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되는 나이. 이 나이 대의 얼마나 많은 이들이 자신의 ‘마음의 알’을 온전히 지켜나갈 수 있을까?

 

한 때 자신만의 꿈이 있었고, 캐릭터가 있었지만 이내 자신 앞에 직면한 차가운 현실과 타협해버린 니카이도 선생과 같은 캐릭터는, 지금의 나에게는 결코 평범한 악역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와 같은, 그리고 나와 같은 지금의 이십대를 대표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캐릭터일 따름이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캐릭캐릭 체인지>가 본래 주 수요 연령층으로 꼽히는 10대 초반의 여자 어린이들보다, 사실은 나와 같은, 세상에 본격적으로 나가기 직전의 어른들을 위한 동화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금 내가 지금까지 꿋꿋하게 지녀온 꿈과 낭만을 지켜내야 한다고, 이 작품은 말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 이 글을 쓰는 시점이 2기까지 100화가 넘는 꽤 긴 호흡의 이 작품의 감상을 막 끝낸 때인 탓일까, 나는 아직 나에게도 ‘마음의 알’이 있다고 믿고 싶어졌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그저 그런 어른이 되어, 텅 빈 마음으로 그저 하루를 ‘견뎌내야 하는 것’으로 바라보지 않는 것.

 

‘되고 싶은 나의 모습’을 매일의 삶에서 조금씩 발견해나가는 것. 나는 이것이 지금으로서의 가장 큰 꿈이라고 감히 이야기해보겠다.

 


'NO DAY BUT 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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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신시컴퍼니)

 

 

작년 이 맘 때쯤 내 마음을 일렁이게 했던 뮤지컬 <렌트>의 슬로건이다.

 

‘다른 그 어떤 날도 아닌 오직 오늘뿐’ 이라는 이 말은 일면 각자에게 주어진 고귀한 삶에 대한 무책임한 태도를 나타내는 듯하기도 한다.

 

반면 한 치 앞도 예측 불가능한 세상이 되어버린 지금, 극의 메시지는 탄생한지 무려 25년이 넘는 세월이 지난 요즘까지도 유의미한 동시대성을 획득했고, 당대를 경험하지 않은 나와 같은 오늘날의 젊은이들에게도 큰 울림을 주었다.


오래도록 우리에게 ‘꿈’이란 매일매일의 삶을 희생하여 비로소 얻어낼 수 있는 궁극의 무언가로 여겨지곤 했다. 그리고 형체조차 제대로 알 수 없는 그것을 향한 맹목적인 믿음은 자주 사람들을 망가뜨리고, 끝내 허무하게 만들기도 했다. 원하는 대학과 누구나 원하는 직장, 올림픽 금메달 등 자신의 일생일대의 목표로 여겼던 성취를 이루고 난 후의 허무함과 공허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많은 위대한 이들의 이야기를, 우리는 꽤 자주 들어오지 않았는가.

 

잘 될 거라는 약간의 긍정과 낙관조차 이내 사치가 되어버리는 요즘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조금 철없는 마음가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자 한다. 이런 세상에서도 내 마음의 알을 지켜나가는 것, 오늘을 온전히 살아내는 것은, 더 이상 누구나 할 수 있는 평범한 일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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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신시컴퍼니 공식 페이스북)


 

미래의 어느 지점을 향해 쌓아가는 오늘이 아닌, 최선을 다해 산 오늘과 같은 날이 차곡차곡 쌓여 맞이하게 될 내일을 바라보며. 뮤지컬 <렌트>의 넘버 ‘Another Day'의 가사로 이 글을 마친다.


 

지금 여기, 지금 우리.

두려워하지 마. 삶을 놓치지 마.

또 다른 길, 내일은 없어. 오직 오늘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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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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