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유발 하라리는 역사란 인간의 자취라고 말한다 [도서]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글 입력 2021.06.21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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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역사서에서는 위대한 사상가의 생각, 전사의 용맹, 성자의 자선, 예술가의 창의성에 초점을 맞춘다. 이런 책들은 사회적 구조가 어떻게 짜이고 풀어지는가에 대해서, 제국의 흥망에 대해서, 기술의 발전과 확산에 대해서 할 말이 많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개인들의 행복과 고통에 어떤 영향을 미쳤느냐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이것은 우리의 역사 이해에 남아있는 가장 큰 공백이다.

 

우리는 이 공백을 채워나갈 수 있어야 한다.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글이나, 이해하기 어려운 문구가 있다면 쪽지에 써 놓는 습관이 있다. 오늘도 방구석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쪽지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재학 중 소속된 인문고전동아리에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주제로 토론을 했었는데, 그 순간의 내용을 기억하고자 짧게 쓴 종이이다. 당시 인문학 고전이라 하면 몸서리칠 정도로 어려워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서적을 읽고 궁금한 점과 서로의 감상을 공유해보고자 만든 동아리이다. 첫 번째로 선택한 인문학 서적은 바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였다.
 
서적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호모 사피엔스가 최초 인류가 되기까지 어떤 상황에 처해있었고,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그리고 이를 통해 지금 우리가 살아가야 할 방법과 방향은 무엇인지 제시한다. 동아리에서 토론을 하면서 <사피엔스> 속 남성우월주의의 근거, 사피엔스의 지능과 능력, 미래에 우리가 살아가야 할 방향 제시 등 많은 질문을 주고받았다.
 
가장 많은 의견을 내놓은 주제는 역시 ‘사피엔스가 과연 행복했을까?’였다. 어떠한 역사서에서도 주체의 행복과 고통에 대해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는 고통 속에 살아갔을 것이라 말한다. 농업 혁명은 그들의 부지런함을 요구했고 이는 생존의 고통의 극치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들의 살아가는 형태가 결국 잉여생산물을 중심으로 한 경쟁 사회가 되었으며, 지금의 우리도 한 사회 속에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그 근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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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는 방대한 분량을 가지고 있다. 그 분량 속에 인류의 과거, 현재, 미래를 심도 있게 탐구한다. 또한 인류의 역사라는 주제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역사, 예술, 종교 등 인류가 지금까지 구축해온 삶의 환경에서 통째로 다룬다.
 
이른바 “빅 히스토리 Big History”에 속하는 글이지만 해석학적인 관점에서 따진다면 묵시록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인류의 종말을 얘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기존의 묵시록과는 다르다. 기후변화나 생태계의 파괴가 초래할 대 파국, 또는 지구와 행성의 충돌 등이 불러올 대 파멸 이후의 날들을 그렸다면, 이 책은 진화론의 관점에서 인류 역사의 내일을 조망한다.
 
유발 하라리는 역사란 인간의 자취라고 말한다. 인간이라는 동물이 어떻게 해서 전 지구촌을 장악할 수 있었는지를 추적한다. 사람이란 호모 가운데서도 “사피엔스”로 분류되는 동물이다. 유발 하라리에게 인류는 유인원과, 호모 속, 사피엔스 종에 속하는 동물인 것이다. 그가 사람을 생물의 한 부류로 분류하는 것은 사람의 신체적, 정서적, 인지적 능력이 생물학의 법칙인 DNA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유발 하라리에게 역사는 호모 사피엔스가 세상을 지배하는 과정이다. 역사 이전에 있었던 모든 인간 종의 행위는 생물학 영역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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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 하라리에 따르면 인류의 자취가 생물학에서 역사로 전이된 계기는 호모 사피엔스가 주도했던 세 가지 혁명에 기인한다. 바로 인지 혁명과 농업 혁명, 과학 혁명이 그것이다.
 
유발 하라리가 지적하는 인지 혁명이란 약 7만 년 전 출현했던 사피엔스가 보여주었던 새로운 사고방식과 의사소통 방식이다. 다른 유인원 종에서는 볼 수 없었던, 협동하는 능력을 사피엔스가 갖추었다는 것이다. 무엇이 사피엔스에게 이런 능력을 가지게 했을까? 정확히는 모른다고 한다. 다만 유발 하라리는 이런 능력이 “사피엔스의 뇌의 내부 배선에서 일어난 유전자 돌연변이”로 생겨났다고 추정한다.
 
인지 혁명이 역사의 시작이었다면 농업 혁명은 그 역사의 흐름을 가속화시켰다. 농업 혁명은 인간의 생존 방식을 수렵채취의 방식에서 식물과 가축을 길들여서 원하는 대로 경작하고 조작하며 살아가는 방식으로 바꾸어 놓았다. 또한 농업혁명은 생존방식만 바꾸어 놓은 것이 아니라 문화와 사회구조를 새롭게 했다.
 
사피엔스의 역사에서 변곡점은 약 500년 전에 일어났던 과학 혁명이다. 앎을 향한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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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사피엔스가 500년 전부터 시작된 과학혁명을 거친 뒤 오늘날에 와서는 인간의 생명을 생물학의 DNA가 아닌 자연과학의 알고리즘으로 해독하고 사이보그 탄생을 비롯한 인간 업그레이드를 이루는 시대에 들어서게 된다. 호모 데우스라 불리는 전혀 새로운 종이 출현하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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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사피엔스>는 내게 지금까지 숙제로 남아있는 서적이다. 항상 읽으면 다른 결론이 나오는 서적이기에 충분히 많은 시간을 더 들여야 하는 서적인 것이다.
 
유발 하라리의 글은 표면적으로는 반종교적, 인본주의적, 생물학적, 생명공학적 인간이해를 펼친다. 그러나 그의 논리를 따라서 <사피엔스>와 <호모데우스>를 읽어가다 보면 호모 사피엔스가 호모 데우스로 치닫다가 도리어 또 다른 차원의 호모 렐리기오수스에 들어서는 기막힌 역전 현상을 목도하게 된다. 기독교적 세계관에서 볼 때 하라리가 말하는 호모 사피엔스는 현재 타락한 인간들을 통칭한다고 할 수 있다.
 
결국 그들의 타락 과정 속에서 농업혁명과 과학혁명, 산업혁명이 있었고 그 과정 속에서 여러 가지 신들도 만들고 근래에 들어서는 돈도 신격화하고, 인간과 인권, 민주주의도 신격화하였다. 현 세대는 우상 숭배와 타락의 시대이다. 그러나 구원의 사건이 있었고 부활이 있었다. 향후 미래에 우리는 예수님의 재림 시에 부활의 영으로 새로운 부활의 몸을 입을 것이다. 이것은 바로 기독교식의 호모 사피엔스 종이 호모 데우스로 영생의 존재로 가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서를 읽어 보면, 유발 하라리가 말하는 호모 사피엔스에게는 구원이 없다. 그리고 향후 호모 사피엔스가 호모 데우스로 갈 것인지를 결정할 역사의 결정적 순간에서, 즉 인류 역사의 중요한 순간에서 인간은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하고 언제나 그랬듯이 우연에 맡겨 놓을 수밖에 없는 무력한 존재일 뿐이다.
 

 

[황희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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