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도 모르게 궁며드는 시간 - 아주 사적인 궁궐 산책

궁며드는 방법
글 입력 2021.06.16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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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복, 한옥 등 한국의 전통문화 관련된 것들이 미디어를 통해 속속 보이고 있다. 한복을 개량하여 아이돌 무대 의상을 만들기도 하고, 한옥을 배경으로 하는 방송 프로그램들이 방영되기도 한다.

 

얼마 전 방송한 tvN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록’에서는 방탄소년단 특집 때 한옥에서 촬영하여 이슈가 되기도 했으며, 특히 MBC에서 방송 중인 ‘놀면 뭐하니?’ 프로그램에서는 유재석의 또 다른 부캐 ‘유야호’를 통해 지속적으로 한옥과 한복을 노출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전통 한옥이나 한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자연히 궁궐에도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나에게 궁궐이란 특별한 날 구경하러 가는 곳 정도로만 관심이 있었지 건축이나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여러 미디어에서 전통에 대해 보여주니 한 번쯤은 도슨트 설명처럼 깊은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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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유퀴즈온더블럭 공식 인스타그램 / 놀면뭐하니 공식 인스타그램

 

 

그러던 차에, ‘아주 사적인 궁궐 산책’이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고 궁궐과 관련된 무거운 이야기가 아닌, 돌이나 나무 등 사소하면서도 밀접한 스토리를 담고 있어서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궁궐이라고 하면 왠지 무거운 역사 속 이야기만이 담겨 있을 것 같고, 숨겨진 뜻을 깊이 파악해야만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역사라는 게 흥미로울 수도 있지만,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분야다 보니 쉽게 접근하는 게 어려웠던 같은데 이 책에서는 아주 사소한 부분을 얘기해 주니 겁먹었단 마음이 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험상궂은 아저씨가 알고 보니 순한 성격의 귀요미 아저씨였구나!’ 하며 첫인상이 깨지는 것처럼 다가왔다.


책 ‘아주 사적인 궁궐 산책’에서는 이상하지만 재미있게 궁궐을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작가가 조선시대 대표 유적인 서울의 5대 궁궐을 거닐며 느낀 감상과 친해지는 과정 등을 산뜻하게 담아냈다.

 

어딜 가나 정신없는 서울 한가운데서 한결같은 모습으로 사람들을 기다리는 조선의 고궁을 ‘돌과 나무로 만든 숲’이자 잠시나마 여유를 찾을 휴식처로 바라보며 마치 내 친구의 집과 정원을 구경하듯 구석구석 애정을 담아 가까이에서 관찰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어떤 부분에서는 궁궐을 낯설어 하는 듯한 느낌이 들다, 점점 매력에 ‘궁’며드는 모습이 얼핏 느껴 지기도 했다.

 

그리고 작가가 궁궐에 궁며드는 모습을 보며, 나 또한 함께 궁며들면서 오랜만에 궁궐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대신, 이번에는 친구와 놀러 가는 게 아닌 홀로 온전히 궁을 음미하며 사색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어졌다. 아마, 이 책을 통해서 기존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을 알 수 있었기 때문으로 추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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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두산백과

 

 

읽다 보면 숨겨진 사실들에 대해 배울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청기와’ 만드는 것에서 조금 놀랐던 것 같다. 나에게 기왓장이라는 것은 격파하는 수단, 또는 절에서 소원을 비는 어떠한 수단 정도로만 생각을 했다. 종교가 ‘불교’다 보니 가끔 행사가 있을 때 절에 방문하곤 하는데, 그때마다 어두운 기와에 하얀 마카로 본인이 바라는 소원을 기록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쉽게 만들어지고, 접할 수 있는 사물이라고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기와라는 것이 기술이 발달하여 현재는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지만, 예전에는 굉장한 시간과 노동이 투입이 되는 아주 비싼 물건이었다는 것이 새롭게 다가왔다. 기와의 경우 주원료인 흙을 채취하는 것에서부터 반죽, 건조, 운반, 가마 제작 등 꽤 오랜 시간과 많은 인력이 필요한 작업이라고 한다.

 

특히, ‘청기와’는 청색을 내기 위한 특수 연료가 사용되어야 해서 다른 기와보다 훨씬 더 비싼 가격이었다고 하는데, 청기와 한 장이 일반 백성의 집 한 채보다 비쌌다고 하니 얼마나 값어치가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이렇게 비싼 기와를 사용했던 것과 다르게, 집을 도배할 때 사용한 자원에는 절약을 위한 낙폭지를 사용했다고 한다. 낙폭지란 과거시험에 낙방한 사람들의 답안지를 절구에 찧어 만든 종이라고 하는데, 도배 전 가장 안쪽에 밑바탕을 까는 용도로 사용했다고 한다.

 

책에서도 말하지만, 한 장에 집 한 채 값에 맞먹는 기와를 썼으면서, 보이지 않는 면에는 재생지를 사용한 절약 정신이 참으로 아이러니했다. 더군다나, 재활용 자원이 하필이면 과거 시험에 낙방한 이들의 시험지라고 하니, 그것은 또 그거 대로 미묘한 느낌이 든다. 선조들의 아이디어와 아이러니가 함께 엉겨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이 들었으나, 이 또한 흥미로운 이야기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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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전통문화테마숍

 

 

책에 마지막 부분에서는 궁궐의 물건에 대해서 소개를 해주고 있는데, 이 부분을 보며 얼마 전 구매할까 고민했던 한국문화재단에서 판매하고 있는 ‘조선왕실등 만들기 키트’가 떠올랐다.

 

이 키트는 조선 왕실에서 밤에 열리는 연회장을 밝히기 위해 내 걸었던 ‘사각 유리등’으로 밤잔치 문화가 생겨나게 된 19세기 새로운 왕실의 잔치 문화를 담고 있다고 한다. 이 사각 유리등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게 키트로 판매하고 있는데, 나무 틀에 초나 등잔을 꽂아 불을 밝히면 유리 안쪽에 그려진 꽃과 나비, 나무 등이 은은하게 보이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구매를 할까 고민했던 제품이었다.

 

책을 보다 보니 자연스레 굿즈가 떠올랐고,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다양한 물건들도 전통에 현대를 접목하여 다양한 굿즈가 나오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아주 사적인 궁궐 산책’을 읽고 있으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내용은 직접 눈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더워지기 전에 홀로 궁궐에 방문해서 한껏 음미해보는 시간을 가져야 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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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미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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