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는 불안하다 그러므로 인간이다 - 우리 인간의 아주 깊은 역사

글 입력 2021.06.10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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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회불안장애가 있다. 평상시에는 아주 멀쩡하다. 하지만 낯선 사람들 앞에서 발표해야 하는 순간, 불안이 표출되기 시작한다.


며칠 전에도 면접을 봤다. 준비할 때는 별일 아닌 척 여유를 부렸다. 자신 있게 의견을 개진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며 말이다. 어떤 상황이 닥쳐도 충분히 잘 대처하리라 믿었다. 하지만 내 뇌는 내 의지를 배신했다. 미처 면접관들에게 자기소개를 마치기도 전에 벌벌 떠는 목소리를 출력해냈다.


어렸을 때는 경험이 쌓이면 좋아질 것이라 믿었다. 사실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좋아졌다고 믿었다. 익숙한 사람들 앞에서 발표할 때는 자신감이 넘쳤으니까. 좁은 다시 넓게 세계를 확장할 때, 낯선 이가 다수가 될 때, 뇌는 이 위기 상황을 지독히도 탐지해냈다.

 

 

[크기변환]발표.jpg

 

 

발표나 면접이 끝나고서는 항상 자책했다. 왜 나는 당당한 발표자가 되지 못할까, 왜 남들 앞에 서는 것을 두려워할까, 아니 두렵지 않은데도 왜 내 신체 반응은 그렇지 못할까.

 

의미 없는 질문들이었지만, 뜻밖에도 답을 얻었다. 그것도 과학책에서.

 

<우리 인간의 아주 깊은 역사>는 우리의 근본을 찾아가는 책이다. 나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관계에서 빠져나와 ‘인간’이란 무엇인지 탐구하게 한다. 처음에는 알 수 없는 용어들이 가득하고 두꺼운 과학책이라 여겼다. 이런 편견에 사로잡혀 힘겹게 몇 장을 넘겨보니 예상과는 달랐다.

 

이 책은 사회과학책이다. 그것도 소설보다 잘 읽히는 사회과학책.

 

 

“우리가 생존이 걸린 상황에 처했을 때 공포와 기쁨, 그 밖의 감정들을 느끼는 것은 스스로의 활동을 의식적으로 인식하는 우리 두뇌가 가진 이 능력 덕분이다.”

 

- 71p

 

 

사회적 상황에서의 불안은 극복해야 하지만, 그것이 내가 잘못되었다는 방증은 아니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진화했고, ‘불안’이라는 반사 작용을 만들어냈다. 그러니까 나는 조금 민감한 것뿐이다. 민감하게 위협을 탐지하고, 민첩하게 반응해낸 것뿐이다.

 

우리의 역사를 아는 것, 우리가 어떻게 존재하는지 아는 것은 불안을 극복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생김새도 다르고, 취향도 다른 개개인은 공통 조상을 가진다. 미묘한 유전자 차이로 인해, 우리는 같으면서 또 다른 것이다. 우주의 신비인 동시에 우주의 티끌, 생태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포식자이자 예기치 않게 죽을 수도 있는 연약한 존재, 인간. 이 책은 인간에 대해, 나에 대해 과학적으로 사고할 수 있게 한다.

 

과학적 근거와 통계는 안심을 준다. 괜찮다고,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고, 나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40억 년 동안의 진화, 이러한 숫자 데이터는 믿음을 준다. 유구한 시간 동안 쓸모없는 유전자를 만들어내지 않았을 것이라는 믿음 말이다. 나는 불안하고, 그러므로 인간이다. 인간은 원래 그러하다.

 

역사와 과학은 누구보다 따뜻하게 나를 위로한다.

 

 

“쾌락과 고통은 종종 감정으로 여겨지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공포, 분노, 슬픔, 기쁨 또는 기타 감정을 감지하는 감각 수용체는 없다. 이들이 어떤 감정으로 여겨지게 될지는 뇌에서 결정한다. 자극은 감정적 경험의 계기가 되는 것일 뿐 그것을 정의하는 것은 아니다.”

 

- 291~292p

 

 

내 불안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실마리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진화를 거듭했다. 나 또한 그러지 못하리라는 법은 없다. 충분히 문제를 극복하고 성장할 수 있다. 감정의 주도권은 내가 쥐고 있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카피처럼, 나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우리인간의아주깊은역사_표1.jpg

 

 

[임채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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