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애절한 서사와 유쾌함의 공존, 시라노 드 베르쥬락

소극장만의 시라노
글 입력 2021.06.1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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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이 넘치던 17세기 말 프랑스 파리. 당대 최고의 검객이자 시인인 시라노는 불의와 절대로 타협하지 않는 성격으로 어딜 가나 좌충우돌, 불협화음을 만든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짝사랑해 온 그의 이상형 록산 앞에서는 자신의 외모가 너무 추하다고 생각하며 친구 이상으로 다가서지 못한다.
 
어느 날 록산이 크리스티앙이라는 남자를 좋아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찢어지지만, 글솜씨가 형편없는 크리스티앙의 연애편지를 대필해 주며 자신의 마음을 살짝 담아내는 것에 만족한다.
 
시라노의 도움으로 둘은 결혼식까지 올리게 되지만, 드기슈라는 백작이 둘을 질투하여 크리스티앙과 시라노를 전쟁터의 최전선으로 보낸다.
 
이로 인해 시라노의 연애편지 대필은 들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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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큰 극장의 공연을 숱하게 본 공연 덕후로서, 소극장 연극을 특히 좋아한다.

 

딱 1인분씩만 연기하는 것이 아닌 여러 인분의 몫을 한 명의 배우가 쉼 없이 책임지는 것,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서 배우들의 표정과 발소리 같은 것을 느끼는 것, 이제 막 연극을 시작하는 배우와 베테랑 배우가 섞인 무대의 신선한 합이 어쩔 땐 연극 자체의 내용보다 마음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이번에 관람한 공연, 시라노 쥬 베 드락도 앞서 적은 대학로 소극장만의 특성을 느낄 수 있던 생동감 넘치는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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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몽 로스탕의 원작인, 프랑스 배경의 ‘시라노 드 베르주락’은 주인공 시라노가 훌륭한 검술 실력과 언변술을 지니고 있지만, 그가 사랑한 여자 록산느는 그의 내면을 보지 못하고 탁월한 외모를 지닌 크리스티앙을 보고 첫눈에 반한다. 하지만 크리스티앙은 록산느를 감동시킬만한 편지를 쓰지 못해 좌절하고, 이 둘을 위해 시라노는 크리스티앙인 척 록산느를 향해 사랑의 편지를 쓰며 오작교 역할을 한다.
 
시라노가 록산느에게 주는 아가페적인 사랑과 별개로 이루어질 수 없게 만든 그의 코는 시라노의 상황을 안타깝게 만들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사랑하는 사람을 만족 시키기 위해 시라노의 말을 빌려 록산느를 만나야했다.
 
크리스티앙의 사연에도 안쓰러움을 느꼈고, 각 역의 사연들 시대성 하나하나가 처연함이 뭍은 극이기에 오래 여운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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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시라노에 관한 이야기는 워낙 유명해서, 일전에 큰 극장에서 뮤지컬을 통해 시라노를 본 경험이 있다.
 
그때는 화려한 무대 세트와 이름만 대면 아는 대배우의 노련한 연기가 인상 깊었는데, 소극장에서 경험한 시라노는 또 그것과는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관객석과 무대석의 경계가 없는 작은 극장에서, 이제 막 시작하는 배우들의 미세한 표정 변화 하나하나를 볼 수 있었고, 2시간이 넘는 꽤 긴 러닝타임 동안 쉴새없이 열정적으로 다역을 연기한 배우들의 모습은 소극장만의 시라노를 나타내는데 충분해 깊은 감동을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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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막으로 구성된 운문희곡. 1897년 파리의 포르트 생마르탱(Porte-Saint-Martin)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17세기 프랑스의 유명한 실존작가였던 시라노 드 벨쥬락(1619∼1655)의 일생을 모티브로 삼았으나, 실제인물의 사실과 완전히 부합하지는 않는다.
 
자유분방한 철학자이자 뛰어난 풍자 작가이며 당대 최고의 검술가였던 시라노는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삼총사』의 주인공 달타냥의 모델이 된 인물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 호방한 귀족에게 기형적으로 거대한 코라는 외적 장애물을 설치함으로써, 백마 탄 왕자류의 이상적인 연인상을 파괴하는 한편 헌신적인 외사랑의 전형을 창출해 내었다. 또한 작품에 스며있는 명랑하며 감상적인 영웅주의와 감미로운 연애감정, 그리고 기발하며 화려한 시구들을 오늘날에도 이 작품을 세계적 명작으로 평가 받게 한다.
 
독특한 삼각관계를 포함하는 낭만적 사랑, 활극적 요소와 유머 등 대중적 성공에 유리한 여러 코드를 적절히 혼합하고 있어, 초연 당시부터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으며 현재에도 세계 각국의 크고 작은 무대에 오르고 있으며 뮤지컬로도 제작되었다.
 
프랑스와 미국 등에서 여러 차례 영화로 제작되었고, 국내에서는 2010년의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이 이 작품의 제목과 모티브를 일부 활용하였다.

 


[정은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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