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악은 우리 주변에 있다 [도서/문학]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읽고
글 입력 2021.06.06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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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을 돌아다니다 우연히 발견하게 된 책 한권.

 

그 때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라는 책을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다. 책의 두께가 두꺼웠음에도 불구하고 익히 들어본 제목의 책이라 왠지 모르게 끌리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이 책을 사고 집으로 돌아와 10장 가량을 읽고 나서는 괜히 샀나하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첫 장부터 헨리와 바질이라는 두 인물의 길고 철학적인 대사는 역동적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한 번 산 책은 꼭 완주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지라 일주일이라는 시간동안 이 책을 붙잡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이 책의 마지막 장까지 읽고 나서야, 역시 어떤 책이든지 30장이라는 고비를 넘겨야 진가를 알 수 있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 책은 도리언 그레이라는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청년이 서서히 쾌락에 빠져 타락하는 모습 그리고 마치 저주라도 걸린듯 타락한 청년의 모습이 그대로 반영되는 그의 초상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소설의 인물들 중에서 무엇보다 나의 시선을 끈 것은 사실 주인공 도리언 그레이보다도 그의 친구로 나온 헨리 경의 존재였다. 왜냐하면 도리언 그레이가 파멸하고 있는 과정에 실질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존재는 헨리 경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순수한 마음을 지녔던 도리언의 얼굴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으면서 그에게 청춘이 가기 전에 쾌락을 맘껏 추구하며 살아야한다는 믿음을 만들어준 사람이다. 또한 그레이가 연인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표할 때에도 그것은 단지 유쾌한 경험일 뿐이라는 말을 했고 그레이가 연인의 자살 소식을 듣고 슬퍼할 때에도 그의 미모와 삶에게 그러한 슬픔은 낭비라며 그가 양심의 가책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하도록 이끈 인물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점점 뒤로 갈수록 도리언에게 말을 거는 헨리경의 모습이 매우 유혹적인 속삭임을 끊임없이 건네는 인물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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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경은 낮고 음악같은 목소리로~”, “헨리 경의 목소리는 대단히 아름다웠다.”, “그는 나직하게 말했다.”, “헨리 경이 꿈꾸는 듯 한 목소리로 답했다.”


위의 묘사들을 보면 모두 헨리 경의 말에서 매우 유혹적이고 기이한 느낌이 풍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헨리 경의 유혹적 말들, 그리고 그 말에 홀려 극단적으로 쾌락만을 쫓게 된 그레이의 모습을 보면서 헨리 경이 마치 순수한 영혼을 타락시킨 악마인 것처럼 느껴졌다.

 

분명 소설의 전반부에서 보이는 헨리 경의 모습은 도리언을 오히려 객관적인 위치에서 타락하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제3자로만 보인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갈수록 헨리라는 인물은 진정으로 ‘악’이라는 추상적인 형상이 구체화된 존재임이 느껴진다.

 

마치 실제 삶에서의 악이란 '악마'와 같은 무섭게 생긴 존재가 아닌 우리의 주변에서 친절을 베푸는 듯 하지만 결국 유혹의 손길을 내밀어 타락시키는 인간임을 작가는 전달하고자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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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도리언 그레이가 자신에게 양심의 가책을 불러일으키는 그의 초상화를 찌르는 장면이 스스로에게 칼을 꽂아서 자살하는 장면으로 교차되면서 끝이 난다.

 

그는 자신의 추한 마음의 모습을 비춘 초상화를 통해 양심의 가책을 느끼다가 그 그림을 없애려했지만 결국 실패한 것이다. 이는 우리에게 인간은 쾌락만을 추구하며 살고 싶어 하지만 극단적인 쾌락의 추구는 파멸이라는 대가를 가져온다는 경각심도 전달하는 듯 하다.

 

즉, 우리에게 대가없는 쾌락은 없다는 교훈을 작가는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그리고 지옥에서 온 악마보다도 우리 주변에서 '악마'처럼 유혹의 말을 내뿜는 '인간'들을 경계하며 살아야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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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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