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의 운동 철학 4가지 [운동]

내가 운동을 하는 이유
글 입력 2021.06.0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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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등학교 2학년이던 시절, 나는 수학 학원이 끝나고 헬스장에 갔다가 집에 돌아가는 반복적인 루틴의 삶을 살고 있었다. 보통 학원이 10시에 끝났으니, 헬스장에 도착하면 10시 반 정도, 그리고 운동을 마치면 11시 반이 되어 새벽 초입이 되어서야 집에 들어가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고된 일상이었지만 당시에는 전혀 힘들지 않았고, 내가 무언가를 꾸준히 하고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고 하루를 알차게 잘 보냈다는 생각에 너무나 뿌듯했던 그런 날들이었다.

 

나는 무언가 보람찬 일을 하면 힘들지가 않다. 그 일이 고되든, 그렇지 않든 말이다. 물류센터에서 단기 알바 할 때도 그랬다. 대학 등록금을 벌기위해 1개월 정도 짧게 일을 한 나는, 한 달 동안 꾸준히 나가 일을 익히고 배우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때도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만은 힘들지 않았다. 내가 무언가 꾸준히 하고 있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해진 무언가를 꾸준히 한다는 것은 나에게 가장 큰 기쁨 중 하나이다. 그 기쁨 덕분에 나는 하루를 살 힘을 얻는다. 물론 그것을 할 때는 힘들다. 가끔씩 하기 싫어질 때도 있고, 그만두고 싶어질 때도 있으며, 너무 힘들때면 다 포기하고 훌훌 떠나버리고 싶을 때도 있다. 그렇지만 그 일을 완수하고 나서 오는 기쁨은 그 어떤 쾌락과도 비교할 수 없다. 오늘 하루도 고생했다는 위로, '이렇게 점점 발전하고 있구나'하는 생각, 지금 하는 일로 미래에 달라질 내 모습을 떠올리면 너무 행복하고 보람차다.

 

많은 과업들이 있지만 운동은 나에게 그런 행복을 주는 가장 대표적인 활동 중 하나이다.

 

운동을 떠올리면 세 시기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위에서 잠깐 언급한 고등학교 2학년 때 헬스장을 다닌 시절, 군대 가기 전까지 턱걸이 운동을 하던 시절,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4개월째 매일매일 짧은 시간 동안 운동하고 있는 현재. 이 세 시기를 살펴보며 내 운동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려고 한다.

 

 

 

고등학교 2학년, 헬스장과의 첫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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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헬스장을 가게 된 건 삼촌 덕분이었다. 삼촌은 내게 한 달 정도 남은 회원권이 있는데 자신은 다니지 못할 사정이 생겼으니, 나보고 한번 가보는 게 어떻겠냐 이야기를 했다. 안그래도 학교에서 친구들끼리 운동 관련된 이야기를 자주 하고 있던 나는, 운동을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헬스장에 관심이 있던 터였고, 삼촌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임으로써 그때부터 헬스장에 나가기 시작했다.

 

처음 간 헬스장은 정말 낯선 풍경 그 자체였다. 스피커를 통해 울려퍼지는 빠른 비트의 음악들, 난생 처음보는 운동 기구들, 우락부락한 근육을 갖고 있는 헬스장 사람들 모두 내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모든 게 새로웠고 신기했다. 하지만 갓 운동을 접한 나는 기구 사용 방법이나, 부위별로 자극 주는 방법, 운동 템포 조절이나 주의 사항 등을 아무것도 알지 못했고 그에 따라 내가 할 수 있는 운동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는 말처럼, 헬스장에 온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나는 PT 신청까지 해서 확실하게 운동을 배워나가기 시작했다.

 

월요일 등 운동, 화요일 어깨 운동, 수요일 하체 운동, 목요일 팔 운동, 금요일 가슴 운동 순으로 짜여진 루틴에 따라 나는 PT를 받았고, 그와 함께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고통이 시작되었다. 특히 하체 운동이 제일 힘들었는데, 한번은 PT 도중에 속이 매스꺼운 적이 있었다. 속이 너무 쓰려서 트레이너 형에게 이야기를 하니, 형은 대수롭지 않다는 식으로 "원래 하체 운동하면 그 정도는 해야 돼. 넌 양호한 편이야."라며 운동 안하려던 나를 더욱 강하게 단련시켰다.

 

그렇게 강한 하체 운동을 받은터라 그런지, 나중에 혼자서 하체 운동을 할 때면 도저히 만족이 되지 않았다. '아직 자극이 부족한데', '더 강한 중량이 필요한가?' 하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하지만 그게 너무 힘들어서 도저히 자극을 늘릴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지만 그와 동시에 '이래서 트레이너와 함께 운동을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한 달 PT를 받고 나서는 자율적으로 운동을 했는데, 역시 한번 배워놓으니 운동 할 맛이 나더라. 어떤 운동을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잡혔고, 어디에 얼만큼의 자극이 와야하는지도 알게 되었다. 더불어 처음 보는 운동 일지라도 '이런 부위니까 대충 이런 쪽에 자극이 와야겠지?'하는 생각을 하며 운동을 하다보니 이전보다 더 쉽게 받아들일 수도 있게 되었다.

 

그렇게 꾸준히 1년 간 운동을 한 나는, 겉으로는 금방 나타나지 않는 근육들에 원망을 많이 하기도 했지만, 그와 동시에 운동을 하려고 마음 먹었다면, 몸을 바꾸고 싶다면 멀리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기도 했다.

 

 

 

대학교 1학년, 턱걸이 10개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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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부터 헬스를 다니지 않게 된 나는 군대 가기 전까지 집에서 홈트레이닝을 했다. 많은 운동을 했고 여러가지 시도를 했었지만 그 중에서도 나는 풀업에 가장 목이 마른 상태였다. 헬스장에 다닐 때 항상 하기 어려웠던 운동이 풀업이었기 때문이다. 누가 도와주지 않으면 1개도 제대로 하기 힘들었던 나는 친구가 집에서 풀업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턱걸이 봉을 구입해 집 문에 부착시켜 놓았다.

 

처음엔 당연히 한 개도 제대로 하기 힘들었다. 당시에는 기껏해야 봉에 매달려 있는 정도가 최선이었다. 아무리 힘을 내도 올라갈 수가 없었다. 하지만 운동이란 멀리 봐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떠올린 나는, 30초씩 매달려 있는 것으로 시작해 시간 날 때마다 봉에 매달려서 버텼다. 처음엔 30초도 버티기 힘들었지만 가면 갈수록 몸이 편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40초, 50초, 60초 씩 조금씩 시간을 늘려갔다.

 

그리고 몸이 봉에 적응되었을 무렵, 점프를 한 후 천천히 내려오는 방식으로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1개, 2개, 3개 씩 갯수를 늘려갔고, 그렇게 한 달 정도 애쓴 덕분에 드디어 온전한 풀업을 한 개 할 수 있었다! 한 번 하게 되니 그 속도는 탄력을 받아 2개, 3개까지 쉽게 늘어났고, 어느새 10개까지는 거뜬히 해낼 수 있는 상황에 도달하게 되었다.

 

 

 

현재, 시나브로 변화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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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전역을 하고 나서는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전역하고 나서는 새로운 삶을 살겠다는 당찬 다짐을 하고 나왔지만 여전히 똑같은 내 모습을 보며 '역시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구나'를 톡톡히 체감해야 했다. 운동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긴 했지만 전보다는 쉽게 운동 동기가 생기지 않아 계속 하다말다 하다말다를 반복하던 와중에 이번 년도 초에 학교에서 열린 리더십 캠프에 참가하게 되었다.

 

2박 3일 동안 열린 캠프는 굉장히 흥미로운 주제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주체적으로 무언가 해나가는 방법, 목표를 설정하고 시행하는 방법, 우리는 왜 쉽게 포기하는가?에 대한 분석, '세계의 리더들은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있었고 어떤 동기가 있었으며 무슨 방법으로 목표를 시행했나'와 같은 실제 사례 등을 배우며 나의 행동을 되돌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캠프가 끝나는 마지막 날, 이번 캠프에서 배운 목표 실천 방안 중 하나인 '아무리 작은 것이어도 매일매일'에 영감을 얻어 마음 맞는 사람, P씨와 함께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내게 깊은 인상을 주었던 항목 중 하나인 '작은 것을 매일매일'은 사람의 기본 심리를 역으로 이용하는 방법이다. 우리 몸은 갑작스런 큰 변화에 거부감을 느끼고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것은 과거로부터 내려온 우리의 본능이다. 변화를 위협이라 생각한 우리 몸은, 변화하는 것을 끔찍이도 싫어한다. 하지만 매우 조금의 변화를 오랫동안 누적시킨다면 우리 몸은 내가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다. 그리고 결국은 그것이 원래 내 것이었다며 착각하고 만다.

 

예를 들면, 우리가 영어 공부를 할 때, 매일 10개 단어를 외운다고 해보자. 처음엔 호기롭게 잘 외우다가 어느 순간부터 이 양이 부담되기 시작한다. 10개나 외워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안하던걸 갑작스레 한다는 낯섦에 점점 안하는 날이 많아지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안하고야 만다. 영어와 친숙하지 않던 우리 몸이 단어 10개에 겁을 먹는 것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 누군가는 10개를 정말 쉽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만.

 

하지만 매일 1개씩 외우기로 했다면? 매일 한 개는 전혀 부담 없는 양이다. 그리고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우리 몸은 1개 정도는 거뜬하다며(그 정도로 내 몸을 바꿀 수 있겠냐 코웃음치며) 능숙하게 그것을 처리한다. 그리고 이것이 익숙해질 즈음에 2개, 3개로 조금씩 늘리는 것이다. 그럼 우리 몸은 1개도 했는데 2개를 못할까? 2개도 무리 없는데 3개도 당연 무리 없지! 식으로 점차 단어 외우기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오래되면 결국 언젠가는 단어 10개 외우기에 도달하는 것이다.

 

위에선 단어로 예를 들었는데 우리는 하루 10분 운동하기로 약속했다. 과거 헬스 다닐 때 1시간 운동하던 것에 비하면 분명 적은 양인 것은 맞다. 하지만 우리는 오래도록 우리의 습관을 이끌 필요가 있었다. 쉽게 포기하지 않을 정도의 강도로, 정말 짧은 시간 투자로 우리 미래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의 이 행동이 꾸준히 지속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매일매일 그것을 해야 한다. 적은 양인데 매일 못하는 게 더 이상하지, 라 생각할 수 있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한다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기에 같이 이 목표를 향해 달려갈 파트너가 필요하다. 서로가 서로의 동력원이 되어주는 것이다. 혼자라면 '오늘 정도는 그냥 넘어가자'라고 흘려넘길 수 있는 일을, 함께 하면 "오늘 안하셨어요?"하고 압박을 넣을 수 있는 것이다. 압박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꼭 그 일을 완수해야겠다는 다짐이 생긴다.

 

또는 다른 일에 정신 팔려 깜빡 잊을 수 있는 일을 파트너가 일깨워 줄 수도 있다. 한번은 나의 운동 파트너인 P씨가 술자리에 가느라 운동을 빼먹은 일이 있었다. 나는 묵묵부답인 그에게 "오늘 무슨 일 있으세요?"하고 물었고, 그는 한동안 답이 없다가 한참 뒤에 나에게 미안하다며 앞으로는 철저히 운동하겠노라 약속했다. 실제로 P씨는 그 이후로 운동을 한번도 빼먹지 않았다.

  

그렇게 P씨와 나는 4개월째 운동을 지속하고 있고 최근에 P씨는 운동 시간을 20분으로 늘려 시행하고 있다. 나같은 경우는 복근 운동만 3개월 가까이 하다가 최근에는 하체, 등, 어깨, 가슴 등 전부위로 범위를 넓혀 조금씩 진행 하고 있다.

 

혼자서였다면 절대 못했을 이 운동을 P씨와 함께 하게 되니 이토록 오래도록 끌고 올 수 있었다. 나의 파트너 P씨에게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

 

지금까지 운동을 시작하고 그만두는 무수히 많은 순간들을 겪으며 나만의 운동관을 정립해왔다.

 

1. 처음 시작해 아무것도 모를 당시에는 적극적으로 배울 것.

2. 단기간에 변화할 것이라 생각하지 말 것.

3. 지금 당장 안된다고 포기하지 말 것.

4. 적은 양이라 무시하지 말고 꾸준히 오래오래 할 것.

 

이 네 가지는 나에게 운동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영역에서의 가치관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나는 운동을 통해 여유롭게 마음먹는 법을 배울 수 있었고, 멀리 볼 수 있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새로운 습관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어쩌면 '운동'이라는 행위로 몸소 체험하고 겪었기에 더 잘 정립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그렇기에 쉽게 잊지 않을 것 같다.

 

운동이 나에게 준 이로움은, 육체적 건강도 있지만 정신적으로 더 성숙해질 수 있게 지도해준 스승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함께 하는 즐거움을 알게 해준 동료 역할을 하기도 했고, 더 강한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게 도와준 조력자 역할도 해주었다. 이렇게 큰 영향을 준 운동을 절대 내 삶에서 배제할 순 없을 것이다. 그렇게 할 수도 없고 저 멀리 떠나보내기엔 이미 내 몸에 깊이 들어와있다. 지금은 오히려 운동하지 않는 것이 어색할 정도다.

 

앞으로도 나는 나의 파트너 P씨와 함께 운동을 계속할 것이다. 언제까지 할지는 모르겠다. 다만 우리의 여정이 쉽게 끝나진 않을 것이다. 그 사실 하나만큼은 확실히 장담할 수 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는 오늘도 나아가고 있고 서로를 지지해주고 있다.

 

함께 하며 오래도록 하는 것, 눈 앞의 나무만 보지 않고 저 멀리 펼쳐진 지평선을 바라보는 것, 그리고 그것을 통해 더 나은 삶의 자세를 견지하는 것.

 

이것이 내가 운동을 하는 이유이자 운동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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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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