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더 이상 분노만 할 수는 없다 - #위왓치유 [영화]

성범죄자를 잡아라
글 입력 2021.06.01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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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집처럼 꾸며진 3개의 세트장, 12살로 설정한 페이크 계정을 만들고 컴퓨터 모니터 앞에 선 배우들.


계정 개설과 동시에 전 세계 남성이 접촉해왔으며 열흘간 나체사진 요구, 가스라이팅, 협박, 그루밍 등을 시도하는 남성은 총 2,458명이었다. 그리고 우린 그중 21명과 대면하게 된다.


범죄의 형식이 온라인으로 확산된 언택트 시대. 성에 대한 가치관이 형성되지 않은 아동·청소년들에게 일어나는 충격적인 디지털 성범죄를 추적한다. 그리고, 가해자들의 처벌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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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에서 제작된 <#위왓치유>가 2021년 6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위왓치유>는 체코에서 개봉했을 당시 6주간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조커>가 세운 개봉 첫 주 주말 스코어를 제쳤다. 이와 같은 흥행에 힘입어 2020년 제 22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상영되었다. 그 후, N번방 사건, 불법 촬영, 딥페이크를 비롯해 디지털 성범죄의 추악한 면모가 나날이 늘어가는 대한민국에서 국내 개봉을 확정하게 되었다.


<#위왓치유>는 3명의 배우들이 12살을 연기하고, 변호사, 정신과 의사를 비롯한 전문가의 자문 하에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을 낱낱이 고발한 영화이다. 제작진은 12살 아동의 페이크 계정을 개설한 후, 열흘간 해당 계정으로 채팅과 화상 통화를 진행하며 디지털 성범죄의 실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실험이 진행됐던 열흘이라는 시간 동안 총 2,458명이 배우들의 계정에 접근해 가스라이팅과 그루밍, 사진 유포 협박을 비롯한 각종 성범죄를 저질렀다. 그중 21명은 배우들과 실제로 만남을 가지기도 했다. 체코 당국에서는 제작진이 촬영한 영상을 요구하며 그를 바탕으로 경찰 수사에 착수했다.

 

 

 

우리의 현실은 이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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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을 폭로한 <#위왓치유>. 영화를 보고 난 후, 리뷰 걱정이 됐다. 영화에 대한 리뷰를 분노 없이 작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밀려왔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입을 다물게 되는, 분노가 머리끝까지 차올라 조용히 주먹을 쥐게 되는 그런 영화였다.


영화를 보는 내내 두 손을 모아 쥐고 탄식했다. 내가 마주한 것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것에 분노했다. 가장 화가 치밀었던 건 이것이었다. 같은 신체를 촬영한 사진인데 가해자는 자신의 사진을 올리는 것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고, 가해자의 사진은 존재 자체로 위협을 가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반면 피해자의 사진은 피해자를 협박하는 수단이 된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위치가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12살을 연기할 배우를 모집하는 오디션에서, 지원자들의 상당수가 디지털 성범죄를 경험한 적이 있음을 고백했다. 그러나 제작진들은 그러한 디지털 성범죄가 실존하는 것 자체에 대해 놀라워했다. 그리고 실험이 시작되고 계정이 생성되자마자 500명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게 우리의 현실이었다. 이렇게 분명한 사실 앞에서도 피해자들은 조명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다.


이제 더 이상 디지털 성범죄는 음지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다수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를 비롯한 SNS에서 그루밍과 가스라이팅을 비롯한 성범죄는 지금도 등장하고 있다. 그 범죄의 피해자들 사이에 우리의 아이들이 있다.


아이들은 어리다. 어리다는 말로 모든 걸 설명할 수는 없다는 걸 안다. 하지만 정확한 사고가 부족하고 판단력이 제대로 세워지지 않은 상태의 미성년자들을 보호하는 건 어른이라면 당연하게 해야 하는 일이다. 완전하지 못한 성장을 약점으로 삼아 아이들을 휘어잡으려는 추잡한 범죄로부터 미성년자들을 보호해야 한다.

 

 

 

가스라이팅으로부터 벗어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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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던 중 정말 충격받았던 장면은 한 남성이 배우에게 가스라이팅을 하는 장면이었다. 밑도 끝도 없이 아프다며 화상 전화를 건 그는, 배우에게 자신을 도와주지 않는다면 자신은 아파서 병원에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가 요구한 ‘도움’은 사정을 할 수 있도록 얼굴을 보여 달라는 것이었다.

 

우리야, 그러니까 어른들이야 그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비웃을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다르다. 자신들에게 가해지는 가스라이팅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져간다. 어른들도 알면서도 당하는 게 가스라이팅인데, 아이들은 당연히 더 취약하다. 그 속에서 아이들은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한다.


아이들을 돕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영화를 보면서 정말 많이 한 생각이었다. 어떤 방법을 통해서 아이들을 도와야 할까.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 무턱대고 아이들의 SNS 활동을 막는 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아이들을 혼내는 것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어른들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어야 한다. 올바른 길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되어야 한다. 성범죄자들이 아이들의 사진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할 때,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구조 신호를 보낼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영화가 끝나고 진행됐던 GV에서 한겨레 김완 기자님이 그런 말을 했다. 부모님에게 알리겠다는 것이 협박이 아니라 구조의 신호가 되어야 한다고 말이다. 그 말에 조금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어른들이 제 역할을 잘 못 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앞서 말했듯이, 사고력이 갖춰진 어른들도 당하는 것이 가스라이팅이다. 아이들은 더더욱 그러한 범죄에 휘말리기 쉽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올바르게 이끌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리고 어른들은 스스로도 가스라이팅 성범죄에 대비해야 할 필요도 있다.

 

 

 

#위 왓치 유, 위 캐치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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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을 넘어 소름 끼치는 점은 이 영화가 실재하는 범죄의 실태를 담았다는 것이다. 지금도 N번방 사태의 판결은 끝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디지털 성범죄는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피해자가 아동인 성범죄, 어른인 성범죄 할 것 없이 불법촬영물이 계속해서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가해자들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핑계를 들어가며 법망을 빠져나가고 있다.


영화 속에서 가해자들 역시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시킨다. 자신들의 파렴치한 행동들을 아이들 탓, 아이들의 가정 탓, 아이들의 부모 탓으로 돌려버린다. 자신들의 행동을 주변 사람들이 들을까 전전긍긍하면서도, 12살인데 괜찮냐는 배우들의 물음에는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고 되묻는다. 성욕을 해결하기 위해 순종적인 대상을 찾기 위해서라면 그들에게 나이는 상관없었을 테다. 그들은 그저 마음대로 휘두르기 쉬운 대상을 고르기 위해서 아이들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 촬영에 협조한 배우 세 명은 촬영이 끝난 후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영화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촬영 중에도 그들의 내면이 상처 입는 과정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다음번에도 이러한 촬영을 한다면 기꺼이 협조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그들의 용기와 움직임이 끌어내 준 현실을 이젠 우리가 바꿔야 한다.


문화가 다른 체코에서 일어나는 디지털 성범죄가 한국의 것과 상당 부분 유사하여 놀랐다. 디지털 성범죄는 체코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는 더 이상 스크린 속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모두 이 범죄의 심각성을 깨닫고, 감시자가 되어 철저한 수사 속에 더 이상의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가 없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사태에 분노하는 것은 이제 충분하다. 그를 넘어, 성범죄자들을 잡아들여야 한다. 그들에게 죄질에 합당하는 벌을 주고, 그들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


이건 비단 여성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여성들만이 분노할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인간이라면, 이 문제가 성별로 나뉠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영화가 개봉하면 꼭 극장에서 감상할 것을 추천한다. 중간에 많은 위기에 봉착할 것이다. 소리 내어 욕하고 싶을 수도 있고, 당장 극장을 박차고 나가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들 수도 있다. 영화를 외면하고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위왓치유>를 꼭 볼 것을 추천한다. 이제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 현실을 마주하고, 이를 타개해야 한다.


N번방 사건이 처음 터졌을 때, 사실 이 사건은 수면 밑으로 가라앉을 뻔 했다. 그렇지만 지속적인 취재와 공론화를 통해 가해자들이 검거되고, 시민들의 관심을 끌어냈다. 앞으로도 우리는 움직여야 한다.


더 이상 분노만 할 수는 없다.

그들을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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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시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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