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때론 기쁨만이 아닌 다른 감정들로 인해 더 큰 기쁨을 맞이할 수 있다, 인사이드 아웃 [영화]

글 입력 2021.05.28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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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머릿속에 있는 다양한 감정들이 캐릭터로 튀어나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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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감정들이 내 머릿속 깊은 곳인 감정 컨트롤 본부에서 날 위해 끊임없이 활발하게, 그 누구보다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상상해 본다면? 정말 그렇다면 든든하고 즐거운 상상이라 생각된다.


처음에 이 영화가 나왔을 땐 새로움 그 자체였다. 티비로 살짝 중간 부분만 보았을 뿐이지만  사람의 감정이 표출되기까지 우리의 머릿속에선 어디서 문제가 발생한 건지, 계기가 뭔지, 그로 인해 어느 기억이 무너지고 또 어떤 기억이 생겨나고 있는지를 기쁨, 슬픔, 까칠, 분노, 소심 총 5가지의 감정 캐릭터들과 그들이 살아가는 라일리의 기억 세상을 통해 보여준다는 것 자체가 정말 어마어마하게 느껴졌다.

 

감정이란 것을 단어로 표현해본다면 기쁨, 슬픔과 같이 참 명료하고 간단히 정의되지만, 그 속을 깊이 들어가 보면 가끔은 우리조차도 우리의 감정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참 복잡하고 이게 무슨 감정인지 결론 내리기 애매하다. 인사이드 아웃은 그런 우리들의 감정을 가지고 어른들조차 동심으로 돌아가 통통 튀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게끔 만든 영화라 생각된다.

 

오히려 늘 복잡한 머릿속을 가지고 살아가는 어른들에겐 인상 펴고 호탕하게 하하하 웃을 수 있도록 만든 영화는 아닐까 싶다.

 

 

 

각자의 개성에 맞게 움직이는 감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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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굴 보며 이런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쟨 지금 무슨 생각을 할까?'

난 알아요, 적어도 라일리가 뭘 생각하는진..."

 

- 기쁨이의 첫 마디

 

 

너무나 사랑스러운 아이 라일리가 태어나면서 그와 함께 라일리의 첫 감정 기쁨이도 함께 태어나게 된다. 기쁨이가 감정 버튼을 톡-하고 누르자 라일리가 엄마 아빠에게 그 누구보다 사랑스러운 미소를 보여주게 된다. 그리고 라일리의 행복 기억 구슬이 토도독 하고 들어오면서 라일리의 머릿속 안을 밝은 빛으로 가득 채워 넣으며 기쁨이의 역할이 시작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니 겨우 39초 만에 슬픔이가 태어나게 되고, 그를 시작으로 라일리가 성장하면서 점점 라일리의 머릿속 감정 식구들이 늘어나기 시작한다. 라일리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소심이, 라일리를 해로운 것으로부터 지켜주는 까칠이, 화나는 건 절대 못 참는 버럭이까지 이렇게 5개의 감정 캐릭터들이 자신의 성격에 맞게 라일리를 지켜주고 감싸준다. 라일리에겐 활짝 웃는 일만 가득하길 바라기에 라일리가 깨어있는 시간이면 늘 집중하며 그녀와 함께한다.

 

 

 

새로운 경험들로 인해 변해가는 라일리 속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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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리의 감정 캐릭터들이 살아가는 핵심 감정 컨트롤 본부 외에도 그 안엔 핵심 기억들로 만들어진 수많은 섬들이 존재한다. 하키 섬, 가족 섬, 정직 섬, 우정 섬, 엉뚱 섬 등 현재 11살인 라일리가 성장하면서 느낀 다양한 감정들과 경험들로 그에 맞게 라일리의 세계 속에서 생겨난 섬들이다.

 

 

"우린 라일리를 사랑해요. 걘 좋은 집에, 친구도 많고 부족한 게 없죠. 게다가 이제 11살인데 무슨 일이 있겠어요?"

 

 

늘 라일리에겐 행복한 일들만 가득할 줄 알았지만 고향인 미네소타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이사를 가게 되면서 전보다 어두침침하고 허름한 집, 새로운 학교, 모르는 친구들, 너무나 바쁜 아빠 이 모든 변화들로부터 적응하기 어려웠던 라일리는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되며 그녀의 행복 섬들이 하나씩 무너져버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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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리의 행복 기억들로 만들어진, 너무나 사랑스러운 섬들이 위태로워지자 이를 막기 위해 기쁨이는 온갖 애를 쓰지만 그때마다 자꾸만 슬픔이가 ‘미안해, 나도 모르게.’라며 실수를 저지른다. 라일리의 기억을 자꾸만 슬프게 바꾸는 슬픔이를 막기 위해 라일리의 핵심 기억들을 지키다 결국 기쁨이와 슬픔이는 둘 다 서로의 역할에 의해 다투게 되고, 예기치 못하게 장기기억 저장소로 떨어지게 된다.

 

기쁨이가 사라지자 소심이, 까칠이, 버럭이도 당황해하면서 이것저것 해내보려하지만 라일리의 기분은 더욱 엉망진창이 되고, 결국 아빠에게 대들게 되면서 엉뚱섬과 함께 우정 섬도 차례로 사라져버리고만다. 기쁨이는 슬픔이를 데리고 어떻게든 장기기억 저장소로부터 빠져나오려 하는데, 그들은 그 안에서 생각지도 못한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우연한 계기로 라일리의 상상친구 빙봉을 만나 핵심 본부로 가기 위해 생각 기차를 향해 달려가지만, 그곳에 가기까지 꿈 제작소, 장기기억 저장소, 추상적 공간, 상상의 세계, 언어 처리 과정 등과 같이 변수를 주는 공간들이 너무나 많다. 그 과정에서 라일리의 행복을 위해 기쁨이가 슬픔이를 버리는 선택을 하면서까지 어떻게든 빠져나가려 하지만 결국 쓰레기 소각장에 떨어져버리게 되고 여기서 기쁨이가 생각을 바꾸게 되는 큰 결심을 보인다.

 

 

 

서로를 이해하게 된 기쁨이와 슬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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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소각장에 버려진 구슬 더미 속에 있는 자신을 보며 다신 라일리가 웃을 수 없게 될까 봐 펑펑 눈물을 흘리던 기쁨이는 오래전 기억들을 보다 깨닫게 된다. 기뻤던 핵심 기억들이 사실은 엄마와 아빠 그리고 하키팀이 라일리를 위로하러 와주었기 때문에 행복한 기억들로 변화될 수 있었는데, 그게 슬픔이 덕분이었던 것이다.

 

 라일리에겐 늘 행복한 일들, 기쁜 일들만 존재하길 바랐기에 ‘기쁨’의 감정을 가진 자신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했고, 무슨 일이 생겼을 땐 어떻게든 기쁜 감정으로 바꿔주기 위해 동동거렸다. 하지만 때론 슬픔, 까칠, 버럭, 소심한 감정들이 그녀가 다시 극복하고 성장해나가게끔 도와주고, 기쁜 감정이 더 커질 수 있도록 시너지가 되어 준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늘 사고뭉치라 생각했던 슬픔이가 없어서는 안 될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자 기쁨이는 이 공간을 빠져나가기 위해 빙봉의 버려진 로켓을 타고 끝없이 위로 올라가려는 모습을 보이다 결국 성공하게 되고, 슬픔이를 찾아내게 된다. 그리고 또 한 번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슬픔이와 함께 그곳을 빠져나오게 된다.

 

기쁨이와 슬픔이가 없어 감정을 느끼지 못했던 라일리는 가출을 결심하게 되었는데, 기쁨이와 슬픔이가 돌아와 동시에 감정 버튼을 톡 하고 누르자 다시 여러 감정이 휘몰아치게 되고 다시 엄마 아빠에게로 돌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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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뻤던 핵심 기억을 슬픔이가 톡 하고 만지자 하나하나 즐거웠던 기억이 떠오른 라일리는 이내 울음을 터트리게 되며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가족들에게 전달한다.

 

"이런 말 하면 속상하시겠지만 집에 가고 싶어요. 미네소타의 집에...
두 분은 내가 행복하길 원하시겠지만 난 친구들이 보고 싶어요.

하키 팀도 그립고 집에 가고 싶어요. 화내지 말아 주세요."

 

슬프지만 자신을 꼭 끌어안아주는 가족의 품에서 따뜻한 위로를 받은 라일리는 행복의 눈물을 흘리며 엄마 아빠를 함께 꼭 끌어안아주게 되면서 처음으로 핵심 기억 속에 슬픔이와 기쁨이의 역할이 합쳐져 더욱 단단해진 가족 섬이 완성된다.

 

라일리의 감정 캐릭터들도 모두 처음이기에 서투르고 자신의 역할만 강조하며 동동거렸지만, 이젠 라일리가 성장하면서 로맨스 소설 섬, 패션 섬, 아이돌 섬과 같이 더욱 다양하고 새로운 섬들이 생겨난다는 걸 인정하고 함께 힘을 합치는 모습을 보인다. 어려운 상황이 생겨도 함께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으며 영화는 마무리가 된다.

 

"힘든 일이 많았지만 우린 여전히 라일리를 사랑해요.

새 친구들에 멋진 집도 있고 이젠 더 바랄 게 없죠. 

게다가 겨우 12살짜리한테 무슨 일이 또 있겠어요?"

 

 

 

우리의 어릴 적 상상 친구를 기억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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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친구라기보단 항상 나와 함께했던 동물 인형들이 있었다. 인형 하나하나마다 마치 생명이 들어가 있는 것처럼 그들을 소중히 대해주고, 이불도 덮어주고 다시 자라날 줄 알고 머리도 잘라주었다. 그렇게 늘 함께했지만 언제부터인가 그들은 내 옷장 위에 가만히 진열되어 있을 뿐이었다. 빙봉처럼 상상 속 친구는 아니어도 그들은 내가 혼자 있을 때마다 곁에서 함께해 준 소중한 친구들이었지만, 누구에게나 그렇듯 커갈수록 그들은 자연스레 잊혀버리고 말었다. 

 

 그중에서도 늘 함께였던 것은 곰돌이 푸 인형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사진을 보면 늘 푸와 함께였는데, 어릴 때의 익숙함 덕분인지 여전히 난 푸 캐릭터를 가장 사랑하고 푸 캐릭터가 그려진 물건들이 참 많다. 어릴 땐 내가 마치 곰돌이 푸에 나오는 크리스토퍼가 된 것처럼 늘 동물 인형들과 함께였는데, 동물 인형들 앞에서 대장 행세를 했던 나의 모습들이 새록새록 다시금 떠올려지는 기분이다.

 

 인사이드 아웃에서 빙봉은 라일리의 상상 친구로 라일리의 장기 기억 장소에서 사는 캐릭터다. 몸통은 사르르 녹는 솜사탕으로 둘러져 있고 얼굴은 코끼리의 모습을 띈다. 그리고 눈물이 날 때면 사탕이 토도독 흘러나오곤 하는데, 정말이지 보면 볼수록 정이 간다. 늘 디즈니, 픽사의 애니메이션을 보면 주인공보다도 이렇게 서브 캐릭터들에 눈이 가게끔 하는 뭔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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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애정 가득하게 바라보았던 빙봉이 라일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 기쁨이를 탈출시키고 자신은 쓰레기 소각장에서 사라지는 모습은 애니메이션임에도 마음이 너무 아팠다. 내 어릴 적 상상친구를 잃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달까. 그래서 기쁨이를 탈출시켜 이제 라일리가 행복할 거란 생각에 순수하게 팔짝팔짝 뛰는 빙봉의 모습을 여러 차례 다시 돌려보게 되었다. 이렇게 아쉬움 가득하게 사라진 빙봉이 여전히 내 머릿속에서 맴도는 기분이다.

 

인사이드 아웃은 이렇게 아이에게도 따뜻한 영화이지만 어른들에게도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리며 뭉클하게 해주는 너무나 따뜻한 영화였다.

 

 

 

가끔은 슬픈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는 것도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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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보면 초반엔 슬픔이가 여기저기 사고를 치며 상황을 악화시키는 사고뭉치처럼 보이지만 그럴 때마다 미안하다며 펑펑 우는 슬픔이가 답답하기도 하고 안쓰러웠다. 그렇기에 슬픈 감정보단 기쁜 감정의 역할이 더 중요하게끔 생각하게 만드는데, 후반부를 달리다 보면 슬픔이란 감정 또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지닌다는 것을 우리에게 전달해 준다.

 

상상 친구 빙봉에게 가장 소중한, 라일리와의 추억이 담긴 로켓이 쓰레기 소각장에 버려지게 되자 빙봉은 펑펑 눈물을 흘리는데, 그 순간 기쁨이는 어떻게든 그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이런저런 얘기를 꺼내 보지만 빙봉이 계속 속상해하자 당황해한다. 하지만 그와 달리 슬픔이는 그저 빙봉의 옆에서 함께 빙봉의 감정에 공감해 주며 곁을 지켜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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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그렇다. 내가 우울한 순간이면 그 감정에 충실하게 되어 누군가 웃겨주려 해도 그 사람의 고마움에 웃을 뿐 슬픈 감정이 사라지진 않는다. 하지만 꼭 특별한 무언가를 해주지 않아도 그저 차분히 내 얘기를 들어주고 내 감정에 공감해 주는 누군가가 내 옆에 있어준다면, 내 감정을 존중받았다는 생각에 꽁꽁 잠가두었던 마음이 사르르 녹아버리게 된다. 

 

 그렇게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로 힘들게 담아두었던 속 얘기를 펼쳐놓다 보면 눈물이 왈칵 쏟아지기도 하고, 때론 이야기가 길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후련함을 깨닫게 된다. 

 

 물론 누구나 행복과 기쁨의 감정을 느끼고 싶어 한다. 하지만 점점 성장하면서 우린 다양한 상황과 경험들을 겪게 되고, 어릴 때와 달리 쉽게 해결되지 않는 일들은 차고도 넘친다. 그렇기에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그 슬픔을 꽁꽁 담아두고 표현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더 큰마음의 상처로 돌아올 것이다. 어른이기에 쉽사리 눈물을 흘리길 어려워하는 사람도 두려워하는 사람도 때론 숨기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때론 자신을 위해 슬픈 감정을 담아두지 말고 표출했으면 좋겠다. 

 

 어른도 아이도 슬픈 일은 똑같이 슬프고, 아픈 일은 똑같이 아프다. 그러니 슬픔, 화남, 우울과 같이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당연한 감정들을 너무 억지로 감추려 말고 때론 있는 그대로 표현해 후련해졌으면 좋겠다. 이 모든 감정들도 기쁨과 같이 소중한 우리들의 감정들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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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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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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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udy6490
    • 대학교 비평문에 쓸 자료로 넣고 싶은데 괜찮나요?
    •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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