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의 이름은 [사람]

글 입력 2021.05.22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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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뭐가 되고 싶은 건데?

 

어떤 날에는 하루 종일 글만 써도 좋고, 또 어떤 날에는 산책을 나가 멋진 나무 사진을 찍으며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가도, 사람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싶다. 가끔은 커뮤니티 내에서 진행할 만한 흥미로운 프로젝트 아이템을 모색해 보는 것도 좋다. 최근에는 UX Writing(사용자 경험 측면에서의 글쓰기)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관심이 생긴 이후로 눈여겨보고 있다. 그렇게 날마다 하고 싶은 것들만 늘어간다.

 

관심 있는 분야도 다양하다. 문화예술, 환경, 공간, 전시, 미술, 전통 등 한데 모아 보기에는 불균질하고 포괄적이며 다양하다. 생각해 보니, 굳이 한 가지를 선택할 용기도 의지도 없었다. 그저 관찰하고 상상하고 끄적이는 것으로 나의 관심을 표하는 일은 그렇게 끝이 났다. 오로지 나의 영역 안에서 말이다.

 

요즘 다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어쩌면 새로운 도약을 위해 필연적인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의 이름, '신송희' 석자 그대로 존재 자체가 빛나는 사람이고 싶지만 그전에 의도적으로 힘을 들여서라도 나를 모르는 사람에게 '나'라는 존재를 알려야 한다. 그래서 나름대로 형태를 갖춘 자기소개서와 포트폴리오를 준비한다. 때로는 기획자, 에디터, 작가, UX writer 등등 사회가 정의 내리는 직무의 이름들 중 가장 나에게 잘 어울릴 것 같은 이름을 붙여서 말이다. 그렇게 나를 재정의하는 시간을 거쳐야 한다. 그 길목에서 스스로를 향해 다시 질문하기 시작했다.

 

나의 이름은?

 

 

 

'에디터'라는 이름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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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아트인사이트에서 몸담아 글을 쓰고 있지만 여전히 '에디터'라는 이름은 어색하게 느껴진다. 아직 세상에 대한 이슈보다 나의 시선이나 마음에 집중하고 머무는 글이 많은 탓도 있지만 탈고의 과정에서도 어리숙한 면을 보면 그렇다. 이제껏 써 온 글 중에서 이름을 지워버리고 싶은 글도 있고, 전광판에 당당히 내보이고 싶은 자랑스러운 글도 존재한다. 그렇게 나의 글은 늘 부끄러워했다 자랑스러워했다 이내 다시 부끄러워지기를 반복했다. 써지지 않는 글 때문에 쉽사리 잠에 들지 못하거나, 빈 문서에 깜빡이는 커서만을 멍하니 쳐다보다 결국 잠자리에 든 날도 많았다.

 

내가 끊임없이 애정을 가지고 관심을 가지는 것들에는 공통적으로 언어를 매개로 하여 사람과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것들 안에서 얼마든지 접점이나 새로운 연결고리를 탐색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관심을 극대화하여 내 안에서 곱씹고 상상하는 것과 다른 사람에게 나의 관심을 보여주는 일은 또 다른 일이었다. 에디터는 후자에 해당한다.

 

더 나아가 에디터는 나의 취향과 관심에 대한 소개로 그치지 않는다. 독자의 관점에서 궁금해하고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내용적인 면에서 재미, 시의성, 대중성을 고려해야 하고, 방법적인 면에서 나만의 언어로 아주 명쾌하고 깊이 있게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그래야 독자에게 선한 영향력 또는 자극을 선사할 수 있고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에디터가 발휘할 수 있는 힘이다. 나는 문자 매체를 애정하고 글의 힘을 믿는 사람으로서 '에디터'가 가지는 힘과 그 이름은 참으로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글은 계속 쓰고 싶고, 문화예술은 더욱이 곁에 가까이 두고 틈틈이 들여다보고 자극받고 싶다.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변함없는 마음으로 굳어졌다. 이곳에서 쓰는 글은 나의 취향이고 관심사였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기도 했다. 홀로 외로운 길을 걷더라도, 나라도 나를 챙겨야지 하는 마음으로 진솔하게 나의 마음과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내어준 것 같아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 나의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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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사람일까, 또다시 어떤 이름을 붙여 세상에 내보여야 할까. 정체성에 관한 고민은 끝도 없이 며칠째 이어졌다. 답답한 마음에 집 근처 도서관을 찾았다. 누군가의 삶이 담긴 어떤 책에 쓰인 그의 말로 위로를 받을 수 있을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그러다 펼쳐든 유선애 인터뷰집 '우리가 사랑한 내일들'에서 영화감독이자 작가, 이길보라를 처음 만났다.

 

 

내가 나를 굳게 믿는 거죠. 누가 나를 굳게 믿어주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사회가 부여한 이름을 따르는 게 아니라 내가 붙인 내 이름을 내가 믿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요.

 

- 출처: 유선애 인터뷰집 '우리가 사랑한 내일들' 본문 p.274 (영화감독·작가 이길보라)

 

 

이끌린 듯 책을 찾아 하필 그 페이지를 읽게 된 건 참으로 운명적이었다. 특히, 사회가 부여한 이름이 아닌 내가 붙인 내 이름을 믿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말이 와닿았다. 그저 책에 쓰인 글이 아닌 말로 튀어나와 귀를 맴돌았다. 지금껏 굳게 살아온 생이 건네는 단단한 위로이자, 앞으로 나의 단단한 삶을 응원하는 힘 있는 현실이었다.

 

사회가 부여한 이름이 작가일 수도, 에디터일 수도, 그저 글을 쓰는 기획자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모습으로 보이든 어떤 이름으로 불리든, 나는 그저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판을 짜는 사람이고 싶다. 수단은 다양할수록 좋다. 내면에서부터 시작된 의문으로 지어낸 글을 통해 사람과 연결되고, 따로 또 같이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프로젝트를 통해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으면 좋겠다. 이것이 바로 내가 덧붙여 본 나의 이름들이다. 그리고 그 이름들이 흐려지지 않도록 다시 부지런히 나의 몫을 해 나가야겠다 다짐한다.

 

다시 사람과 이야기가 깃든 세상에 관심을 가지고, 머리가 깨질 듯 사유하고, 부지런히 글을 짓고, 새로운 판을 짤 궁리를 한다.

 

 

 

아트인사이트 신송희 에디터.jpg

 



[신송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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