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게으른 날 [사람]

'게으름' 만큼 매력적인 단어가 있을까
글 입력 2021.05.2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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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은 간혹 나에게 양가적인 감정을 가져다준다. '이렇게 살면 안 돼!', 와 '이렇게 살면 안 돼?'의 두 가지 감정을.

 

인간의 모습 중 가장 인간적인 모습은 '게으름'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하루하루를 불태우며 살고 싶은 열정 넘치는 인턴1과 그냥 오늘은 침대 위에서 뒹굴고 싶은 사람1 사이의 저울질을 담당하는게 '게으름'이기 때문이다.


5월 19일은 부처님이 오시는 날. 다른 말로 '빨간 날'. 저번 주부터 기다렸던 오늘 난 사람1이 되어 게으름을 한껏 누렸다. 물론 죄책감이 없다는 게 완벽한 마무리이다.


 

 

게으름의 반대말은 부지런함, 그럼 부지런함은 뭘까?



부지런함의 정의는 어떻게 내릴 수 있을까? 일을 열심히 하는 것? 주어진 일을 다 하는 것? 아니면 주어진 일에 플러스 알파를 하여 마무리하는 것? 굉장히 쓸데없는 생각일 수 있지만 이렇게 생각을 하는 것 또한 부지런함의 일부분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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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이 많은 타입이고, 쓸데없는 망상이 많은 타입이다. 남들과 함께하기보단 홀로 지내는 시간을 선호하는 편이기에 생각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문득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며, 1년 중 몇 안 되는 '게으른', 그렇지만 '부지런한' 하루를 보냈다고 생각한다.


딱히 일을 하며 하루를 보내진 않았다. 늦은 시간에 일어나 늦은 시간에 밥을 먹고 잠시 나갔다가 왔으며 집에선 종일 영화를 봤다. 휴학하기 전 종강 후에도 이렇게 한가하게 하루를 보내지 않았던 것 같은데, 내일 당장 출근할 생각을 하니 오늘 하루가 무척이나 여유로웠다는 걸 깨달았다.


'오늘 진짜 한량처럼 보냈어.'. 우스갯소리로 이렇게 친구에게 이야기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나름 바쁜 하루이지 않을까. 늦은 시간이지만 일어나야 했고, 씻어야 했고, 옷을 갈아입어야 했으며 다시 집에선 영화에 집중해야 했다.


누가 들으면 혀를 찰 소리지만 1년 중 몇 없는 하루이니, 이렇게나마 자기 위안을 하려 한다. 오늘은 '게으른 부지런한' 날이었다고.

 

 


제한된 에너지, 불가피한 게으름


 

사람의 에너지란 제한적이어서, 모조리 소모되고 나면 다시 충전되기까지 오래 걸린다는 걸 알고 있다. 그건 나뿐만이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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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문에 평일을 지내는 모든 직장인, 학생들은 닳고 닳아버린 5% 남은 배터리로 연명하곤 한다. 그런데도 연명해야 하는 이유는 '해야 하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책임져주지 않기에 내가 해야 하는 일. 물론 하는 게 당연한 일이지만 가끔 그 일이 남은 5%마저 갉아먹을 때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 같은 '빨간 날'은 아주 중요하다. 내가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배터리 충전을 할지, 아니면 남은 배터리를 그냥 유지만 하고 평일과 비슷한 하루를 보낼지. 어떤 선택이든 양쪽 다 좋다.


평소대로 '부지런한 부지런한 날'을 보내든가, 아니면 '게으른 부지런한 날'을 보내든가. 말이 조금 이상하지만 부지런한 망상가에게 독특함은 이상한 게 아니라 새로운 것이다.


1년 중 여러 번은 조금 곤란하니까 - 생계의 위협을 받을 수 있으니 - 1년 중 손에 꼽을 수 있는 날들을 이렇게 '게으른 부지런한 날'로 채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 잔뜩 하면서, 편한 옷을 입고 쉬는 날. 충전된 에너지는 부가적인 부지런함을 끌고 내일을 완성하는 데에 일조할 것이다.


그럼 다시 완벽한 일주일이 되는 것이다. 지쳤던 화요일이 수요일로 채워지고, 다시 불타오를 열정을 주는 목요일을 보낼 수 있는 완벽한 일주일이.

 

 

[안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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