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일'이라고 정답이 있는 건 아니잖아 [도서]

더 나은 일을 찾아 모험을 떠난 유쾌한 사람들, '프리워커스'
글 입력 2021.05.1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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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이란 무엇일까?


 

‘워라벨’이라는 말이 있다. 일(Work)과 삶(Life)의 균형(balance)이 맞아야 한다는 뜻으로 흔히 칼퇴근을 할 수 있어 자기 시간을 많이 쓸 수 있는 회사는 워라벨이 좋은 곳이라 한다. 한편 일과 삶이 뚜렷하게 분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둘이 적절히 섞여야 한다면서 ‘워라블(work-life blend)'라는 용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자신이 원하는 커리어를 위해서 일을 직접 선택하고 만들어간다는 Z세대의 특성을 담은 말이란다. 누군가에게는 일이 그저 무의식적 행위이고,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일지도 모른다. 한편 다른 누군가에게는 꿈을 찾아가는 과정일 수도, 자아실현을 이루는 목적일 수도 있다. 워라벨이든 워라블이든 ‘일’이라는 행위 자체가 우리 삶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나에게 ‘일’이란 어떤 의미일까, 질문을 던져 보았다. 참고로 나는 이제 막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햇병아리이다. 그렇지만 학생 신분으로도 끊임없이 아르바이트를 했고, 꼭 돈을 버는 것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활동을 하며 살았다. 대부분의 아르바이트는 나에게 용돈을 벌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기에 그것이 내 성향과 맞느냐, 재미를 느낄 수 있느냐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반면에 내가 정말 하고 싶어서 하는 활동들은 그것이 나에게 물질적인 보상을 가져다주지 않아도 내 마음과 애정을 쏟으며 열심이었다. 적어도 나에겐 그런 활동이 ‘일’에 더 가까웠고, 직업을 선택한다면 그런 일을 하고 싶었다. 생동감이 넘치는 일, 반짝반짝 빛나는 일, 내 가슴을 뛰게 만드는 일. 그렇다. 나는 꿈을 버리지 못하는 이상주의자다.

 

 

 

진짜 '일'을 찾아야 할 때


 

졸업할 시기가 가까워지면서 단순히 재미있어서 해왔던 활동을 점처럼 이어서 선으로 만들어야 하는 시기가 왔다. 약간의 반항아 기질이 있는 나는 무조건 자격증을 따거나 닥치는 대로 서류를 넣는 스타일이 못됐다. 다들 ‘직무’를 정해야 한다고들 말하는데 사실 그것도 이해가 안 됐다. 그대신 어쨌건 내가 앞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나’에 집중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 과정에서 관심가는 분야를 좁혀보고, 이 역량을 쌓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나름대로 찾아 나가며 실행하고, 내가 일할 곳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 순위를 매겨보기도 했다. 남들이 ‘취업 준비 중이야?’라고 물어보면 뭐라고 해야 할지 답은 애매했다. 나에게 맞는 일이나 조직을 찾고 있으니 그게 맞긴 한데... 흔히 떠올리는 취준생의 모습과는 거리가 조금 멀다 보니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왜일까?

 

그러다 관심이 생긴 브랜딩 씬에서 재미있는 사람들을 발견했다.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브랜드’, 모베러웍스를 만든 모빌스그룹이다. 자꾸만 내 피드에 떠서 보게 된 그들의 유튜브 영상을 보고 신선한 충격, 그리고 '왜 이제서야 봤을까'라는 아쉬움이 동시에 들었다. 자신들이 일하는 과정을 낱낱이 보여주고, 날 것 그대로의 감정과 상황을 공유하는 그들을 보며 나는 다양한 인사이트를 얻고, 새로운 세계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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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베러웍스의 유튜브 채널

 

 

그들이 이번에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프리워커스>를 냈다. 이 책에서는 일에 관한 8가지 질문을 던진다. '뭐부터 시작해야 하지?', '어떤 태도로 일할 것인가?', '팬을 모을 수 있을까?'와 같이 실제로 그들이 일하고, 회사를 운영하며 품었던 의문들이다. ‘일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그룹인 만큼, 일을 하고 있는 사람, 자기 일에 대해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내용이 담겨있다. 나 역시 앞으로 내가 해나갈 '일'에 대해서, 또 나라는 사람 그 자체에 대해서 계속해서 고민 해왔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이 책을 읽었다.

 

 

 

그들도 실패한 순간이 있었다


 

사실 그들이 책을 낸다고 했을 때, 더 할 이야기가 있을까? 싶었다. 앞서 말했듯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자신들이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모빌스그룹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솔직함’일 것이다. 이런 것까지 보여줘도 돼? 이런 이야기까지 공유해도 돼? 싶은 내용이 그들의 영상에는 나와있다. 특히 브랜드의 이름도 실체도 없었던 초반의 영상들은 퇴사를 앞두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는 모춘의 불안하면서도 열정 넘치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들 역시 브랜드를 시작하자마자 대박을 터트린 것은 아니었으나 1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업계에서 나름대로 ‘성공’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오뚜기, 페이스북과 같은 대형 브랜드와 협업을 하고, 오프라인 행사에도 천 명이 줄을 서게 만드는 쾌거를 이뤘으니 말이다. 그들이 다녔던 회사가 대기업이어서 그런 것 아니냐, 이미 뛰어난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라서 처음부터 잘 된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나도 처음에는 그랬다. 아 퇴사한 회사가 여기였어? 출발선부터 달랐구나. 그들이 그 자리에 어떻게 올랐고, 또 그 안에서 어떤 고민과 지난한 과정을 거쳤는지 모른체 했던 가벼운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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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프리워커스>에서도 그들은 솔직하고 또 유쾌하게 자신들이 시도했던 사이드 프로젝트의 경험을 공유한다. 결과적으로 잘은 안 되고 실패한 경험들.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끝나버린 일들. 그렇지만 그렇게 뿌린 씨앗들은 그들이 나중에 브랜드를 만들 때, 탄탄한 기반이 되었다. 일에 대한 태도,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엇을 할 때 즐거운가를 알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 된 것이다.

 

 

우리는 결국 절을 바꾸지 못하고 떠난 중이 됐다. 그래서 이 에피소드는 세드 엔딩인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절을 바꾸려 망치도 들어 보고 톱도 들어보면서 얻은 귀한 감각이 있다. ‘이렇게 일할 때 일할 맛이 난다’라는 감각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일은 재미있어진다는 것. 모두가 무의미하다고 말할 때 스스로 맞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면서 얻는 성취감은 무엇보다 컸다. 그리고 결과는 성에 차지 않을지언정 무엇이든지 ‘하는’ 사람은 시도조차 하지 않는 사람이 얻지 못하는 값진 경험을 얻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이 깨달음은 우리가 일을 하는 태도에 큰 영향을 줬다.

 

「프리워커스」, 37p

 

 

브랜드를 론칭하고 나서도 마찬가지이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일하면서 뭐든지 척척 잘 해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내부에서는 아쉬움과 실패, 그리고 고난의 연속이었다.

 

 

모베러웍스 세 번째 시즌을 앞두고 우리는 '쇼'를 해보자고 입을 모았다. 모티비를 통해 이야기를 들려주는 우리의 방식이 브랜딩이라기보다 하나의 쇼처럼 느껴져서 토크 쇼를 기획했다. 브랜드를 만드는 걸 넘어 쇼를 한다고 생각하니 재미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머니 토크' 콘셉트의 라이브 토크 쇼를 시작한 후, 쇼는 우리에게 맞지 않는 옷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마음은 <유 퀴즈 온 더 블럭>이었지만 우리는 유재석이 아니었다. (중략) 무수한 실패를 겪으면서 알게 된 희망적인 사실은 완전한 실패란 없다는 거였다. 우리의 토크 쇼는 시원치 않았지만 6주 동안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라이브 방송에 대한 노하우가 쌓였다. (중략) 그러다 국내에서 가장 큰 디자인 행사 중 하나인 서울디자인페스티벌(SDF)에서 진행하는 라이브 토크를 우리 팀이 엔지니어링하고 모티비에서 생방송으로 송출하기도 했다. 의외의 수확이었다.

 

「프리워커스」, 175p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경험은 없다. 실패로 끝났을지라도 그 안에서 작은 깨달음을 얻었다면 나중에 다른 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그들처럼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주체적으로 일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한다면, 우리는 모두 '프리워커스'가 될 수 있다.

 

 

 

시작은 ‘나’를 알아가는 것부터


 

회사를 나와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찾는 과정 역시 '정석'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오랜 시간 몸담은 회사를 그만둔 모춘은 창업을 준비하지만, 사업 아이템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대신 인생 설계 워크숍을 떠난다.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좋아하는 것을 찾고, 어떤 것은 잘 맞지 않고, 누구와 일할 때 즐거운 가를 떠올리며 키워드를 뽑는 식이다. 자신이 질투하는 사람을 적어보며 본인이 어떤 ‘욕망’을 가졌는지 측정하기도 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살지라도 꿋꿋이 자기식대로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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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춘과 소호가 떠난 인생 설계 워크샵 (출처-모티비)

 

 

그들이 ‘일하는 사람을 위한 브랜드’를 만든 것은 그만큼 일을 좋아해서였기 때문이다. '일하기' 말고는 특별한 취미도 없고 그냥 좋아하는 동료들과 즐겁게 일하는 과정에서 큰 성취를 얻은 사람들이라 '일'에 관한 브랜드를 만들었다고 한다. 또한, 그들이 회사를 차리고 일하는 방식, 브랜드에서 중요하게 가지고 가는 가치들 역시 ‘자신’을 돌아보며 나온 키워드들과 연결됐다.

 

 

그간 회사의 눈치를 보느라 자신의 욕망을 억누르며 지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과거의 나에게 괜스레 미안하기도 했다. 어찌 됐건 찌그러졌던 고무공에 공기가 찬 것처럼 본래의 나로 돌아왔으니, 분출된 욕망에 감사할 일이다.

 

혹시 예전의 소호처럼 마음 한구석이 짓눌려 있지는 않은지. 혹은 반복되는 일상에 무뎌져서 짓눌려 있는 마음을 눈치채지 못한 건 아닌지. 아니면 알면서도 모른 척 넘겨버린 건 아닌지. 사람들의 말에, 주위의 시선에 휘청이지 말고 솔직한 내 욕망에 귀 기울여 보자. 소호가 그랬듯 숨어 있는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을 스스로 옥죄는 굴레를 벗어나 자유로운 자신이 되길!

 

「프리워커스」, 64p

 

 

우리는 때때로 사회적인 시선, 혹은 조직에서의 압박 때문에 ‘나’를 잃는다. 본인의 솔직한 욕망을 억누르고 ‘해야 하는 일’ 만 하게 된다. 그렇지만 그게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인지 마지못해서 하는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일이라면 그걸 어떻게 더 재미있게 해볼 수 있을지, 그 안에서 나의 고유성을 잃지 않고 가져갈 방법은 없을지 고민한다면 '일'에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라 주도권을 쥐고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 대목을 읽으며 내 모습을 돌아봤다. 정해진 길 대신 '나만의 길을 걷겠다'라고 다짐하면서도 이따금 흔들리고 있던 나 자신을. 그렇게 모든 걸 걷어내고 원점으로 돌아가서 차분히 내 진짜 목소리를 적어 내려갔다. 과연 내 마음속 깊은 곳에는 어떤 욕망이 있을까?

 

 

 

누구보다 일에 진심인 사람들


 

모빌스그룹은 굉장히 다양한 일을 한다. 얼핏 보면 도대체 뭘 하는 사람들인가 싶기도 하지만 그들이 하는 모든 작업은 '일'이라는 키워드가 관통하고 있다. 모티비를 통해서는 자신들이 일하는 과정을 콘텐츠로 만들어서 보여주고, 다른 브랜드와 협업을 하는 과정에서도 기존에 해보지 않았던 다양한 일의 방식을 실험한다. 모베러웍스라는 브랜드를 통해서는 '일'에 대한 작은 농담을 던진다. 'As soon as possible'을 뒤집은 'As slow as possible', '적게 일하고 많이 벌자'를 뜻하는 'Small work Big money'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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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모베러웍스 인스타그램

 

 

겉보기에는 모빌스그룹이 적당히 '힙'하고 '재미있게만' 일하는 팀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허나 <프리워커스>를 통해 만난 그들은 어느 누구보다 '일'에 진심이고, 그것을 잘 해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모티비의 '현실 조언' 시리즈 역시 모춘과 소호가 브랜드와 회사 운영에 대해 업계 선배에게 조언을 구하는 대화에서 시작했다. 오랜 시간 경력을 쌓아온 사람, 자기 나름대로 새로운 길을 개척한 사람들 역시 일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점점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 나가고 있었다. 다들 비슷한 시기가 있었고, 앞으로도 해야 하는 고민이구나를 알 수 있어서인지 특히나 많은 사랑을 받은 시리즈다. 모빌스그룹이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반항적인 시도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 아닐까. '일'이라는 것에 '완벽한 정답'은 없다. 그저 나에게 맞는 방식만 있을 뿐이다.

  

 

회사를 운영하며 사업에 대해 여러 가지 조언을 듣는다. 우리가 일하지 않아도 굴러갈 수 있는 비즈니스 구조를 만들라거나, 일을 가리지 말고 받은 다음에 인력을 아웃소싱 하라거나, 일을 하기 전에는 수지 타산부터 따져보라거나. 모두 맞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청개구리처럼 의심하고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업을 굴릴 수는 없나?', '하고 싶은 일만 가려 받으면 왜 안 되나?', '수지 타산보다 중요한 게 있진 않을까?' 이런 질문들이 우리를 타성에 젖지 않고 깨어 있게 만든다.

 

「프리워커스」, 185p

 


 

여전히 정답은 찾지 못했을지라도


 

이 책을 읽고 네가 하고 싶은 일과 일하는 방식을 찾게 되었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그렇게 뚝딱 정답이 나오는 문제였다면 나도 이만큼 깊게 고민하지도 않았을 테고, 모빌스 그룹도 이 책에서처럼 무수한 질문을 던지지 않았겠지. 여전히 내 앞에 뚜렷한 길은 없으며, 나만의 일을 찾아 나가는 과정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럼에도 '더 나은 일을 찾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예전보다 재미있게 일하고 있다.'라고 말한 <프리워커스>의 서문처럼, 나 역시 내가 꿈꾸는 일의 형태를 위한 모험에 한 발자국 더 가까워졌다고 힘주어 말하고 싶다. 책에서 계속 언급하듯이 그들의 방식 역시 정답이 아니며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내가 이 책을 펼친 이유도 정답을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선배들을 통해 레퍼런스를 얻기 위해서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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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워커스> 출판일지 中 (출처-모티비)

 

 

자 그렇다면 어디 한 번, 프리워커스의 세상으로 뛰어들어 볼까?

 


[박혜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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