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삶과 죽음의 아이러니를 그리다 - 죽음의 춤

삶과 죽음은 한순간
글 입력 2021.05.05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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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란 낯설고 극적이다.


 

죽음. 그것은 아직 나에게는 먹먹하고 무겁지만 아직은 낯선 단어다. 아직까지는 운이 좋게도 나와 굉장히 가깝고 소중히 여기던 이의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죽음’이라는 단어가 조금은 낯설게 다가온다.

 

나에게 죽음이라는 것은 낯설기도 했지만, 극적인 영역이었다. 영화나 드라마, 웹툰, 뉴스 등 미디어에서 보이는 것들 위주로 죽음을 바라보았기 때문에 언제나 늘 전조와 극적인 사건이 필요하다 생각했다.

 

오랜 시간 삶을 살다가 자연스럽게 돌아가시는 경우, 오래된 투병 생활이나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어 일을 하거나 갑작스러운 사건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게 된 경우 등. 좀 더 극적이고 그래서 두려운 영역처럼 느껴졌었다.

 

그렇지만 <죽음의 춤>이라는 그림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다르게 생각이 들었다.

 

 

 

죽음의 아이러니


 

<죽음의 춤>에서는 아이러니한 죽음의 순간을 일러스트와 함께 담아내고 있다.

 

사실은 처음에 몇 장을 읽으면서, ‘이 책은 뭐지?’라는 생각을 했었다. 앞뒤의 맥락이 없이 누군가가 죽은 상황을 그저 나열하고 있는 것 같아서,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 죽음이 어떻다는 거지?” 하며 머릿속에 물음표를 하나 띄운 채로 끝까지 읽다가 문득, 이런 아이러니한 죽음도 있구나 생각을 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나에게 죽음이란 극적인 상황 속에서 일어나는 것으로만 생각을 했는데, 정말 당황스럽고, 약간은 황당하기도 한 죽음이 있기도 했다. 이게 정말 실제로 일어난 일인가 싶기도 했다. 정말 안타까운 순간도 있었지만, 머리로도 마음으로도 이해되지 않는 순간의 죽음이 있기도 했다.

 

이 책의 제목과 같은 죽음의 춤이라는 부분이 그랬다.

 

 

“알자스 지방 스트사스부르에서 약 400명의 군중이 아무런 이유 없이 밤낮으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이들은 한 달도 넘게 춤 추는 데에만 몰두했다. 그동안 많은 사람이 심장마비나 뇌졸중으로, 아니면 그저 기진맥진해서 죽었다.”

 

- 죽음의 춤 / 1518년

 

 

이들은 무엇을 위해 춤을 추었던 것일까.

 

오랜 가뭄으로 비가 오길 바라며 춤을 췄다는 등 어떠한 목적으로 춘 것이 아니라 ‘아무런 이유 없이 춤을 췄다’고 한다. 이유 없는 행위에 이유를 찾고 있는 나를 보며 세상에는 참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이 존재하고, 이러한 것에서 내가 생각한 죽음과 실제의 죽음 사이 어떠한 아이러니를 살짝 느끼게 되었다.

 

 

 

삶과 죽음은 한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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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에서 열린 축구 경기 중에 원정팀 전원이 벼락을 맞아 사망했다. 공교롭게도 홈팀 선수는 단 한 명도 죽지 않았다.

 

- 어느 축구팀 / 199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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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조련사로 일하다가 경마 기수가 된 프랭크 헤이스는 난생처음 참여한 경주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 그의 말 ‘달콤한 키스’는 생명이 빠져나간 헤이스의 몸을 안장에 매단 채 뉴욕 벨먼트파크 경마장의 결승선에 1등으로 들어섰다. 그 뒤로 헤이스의 말은 ‘죽음의 달콤한 키스’로 불렸다. 누구도 감히 ‘죽음의 달콤한 키스’를 타려 하지 않았다.


- 프랭크 헤이스 / 1923년


 

죽음은 한순간이다. 삶을 영위하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던 순간에도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그리고 그것은 예측할 수가 없다.

 

죽음은 전혀 고려 대상이 되지 않았지만, 전혀 그럴 거라고 예상조차 하지 못한 순간에도 일어난다. 위에 소개한 두 이야기에서도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그저 열심히 본인의 주어진 상황에서 축구를 할 뿐이었는데, 하늘에서 떨어진 벼락에 맞아 유명을 달리하게 될지.

 

또한, 부푼 꿈을 안고 떨리는 마음으로 첫 경기를 출전했을지도 모르는 한 사람은 본인이 심장마비로 죽게 될지 예상이나 했을까. 첫 경기에 1등을 했지만, 본인은 알 수도 없고 축복할 수도 없는 그 상황을 누가 알았을까.

 

이렇듯 예상하기 어렵고 당황스러우면서도, 어쩔 때는 황당하기도 한 누군가의 이야기는 나와는 관계없이 그저 낯설고 멀리 있는 단어일 것만 같았던 죽음을 내 삶과 가까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했다. 삶과 죽음은 정말 손바닥처럼 전혀 반대를 바라보고 있지만 결국 가장 가까이 있는 존재기도 하다는 걸 생각하게 되고, 조금은 실감하게 됐던 것 같다.

 

누군가의 죽음을 읽으면서 나의 삶을 생각하는, 조금은 아이러니한 상황이 되기도 했지만 현재의 삶을 보다 소중히 여기자도 마음을 다잡아 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기도 했던 책이었다.

 

 

죽음의 춤
-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
 
 
원제 : The Book of Extraordinary Deaths
 
지은이 : 세실리아 루이스
 
옮긴이 : 권예리
 
출판사 : 바다는기다란섬
 
분야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역사
 
규격
216*140 / 양장본
 
쪽 수 : 80쪽
 
발행일
2021년 04월 16일
 
정가 : 16,000원
 
ISBN
979-11-961389-4-3 (07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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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미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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