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생태주의 관점을 통한 존재와 삶의 방식에 대한 고찰 - 출판저널 522호 [도서]

글 입력 2021.05.05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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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주의 관점은 왜 필요한가

낯선 질문에 이끌린 듯 잡지를 받아보았다.

 

1987년 창간된 <출판저널>은 올해로 창간 34주년을 맞이하였다. 해당 책자는 책문화를 직접 경험하고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양한 형태로 담아낸다. 요컨대, 칼럼, 독자들의 이야기, 관련 이슈, 인터뷰, 특집 좌담, 독서경영 사례 등이 있다.

 

그중에서도, 책자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책문화 생태계 특집 좌담’은 저자-출판-도서관-서점-독자로 이어지는 건강한 ‘책문화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는 토크다. 이번에 23회를 맞이하는 특집 좌담에서는 '생태주의 관점은 왜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지식생태학자 유영만 한양대학교 교육공학과 교수와 함께 책문화 생태계에 대한 대담을 나눈다.

 

 


지식생태학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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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학’이란 생태계에 다양한 생명체들이 살아가는데, 그 생명체들이 살아가는 방식과 원리를 연구해서 사람의 생각을 바꾸고, 조직을 바꾸는 등 일종의 융합물을 만드는 것이죠.

 

- 본문 p.58

 

 

흥미롭게도, 생태주의 관점은 존재의 이유와 살아가는 방식이 서로 맞닿아있다. 생태학적 관점으로 바라볼 때, '생태계'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상호의존성'이라 말한다. 모든 생명체는 독립적인 상태로 살아가는 게 아니라 상호의존성에 의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즉,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 수 없으며, 그저 서로 주고받으면서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이다.

 

이때, 생명체 중 가장 의존적인 동물은 '인간'이다. 본문에서는 생태학적 관점으로 바라본 인간과 인간관계의 속성에 대해 말하며, 자연스럽게 지속 가능하고 건강한 책문화 생태계 만들기에 대한 고찰로 이어진다. '생태주의'라는 새로운 관점을 통해 바라보는 삶의 의미와 방식은 흥미로웠으며, 이번 기회로 다시금 나 자신, 삶의 방식, 세상에 대해 깊게 고민해 볼 수 있었다.

 

이하 본문은 그에 관한 나의 고찰을 담았다.

 

 

 

생태주의 관점으로 바라본 '나' - 나는 사회적 동물, 인간입니다.



첫 번째 깨달음, 나 자신에 대한 고찰이다.

 

그렇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정확히 말하면, 개인으로 존재하고 있어도 홀로 살 수 없으며, 사회를 형성하여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관계를 유지하고 함께 어울림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동물이라는 의미다. 최근 새삼스럽게 많이 깨닫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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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만 교수는 존재의 의미를 밝히는 것 또한 생태학적 관점에서 중요하다고 말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임을 인식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때, 하나의 독립성, 개체성을 가지고는 그 존재의 의미를 절대로 밝힐 수 없다. 교수님도 자신의 존재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유영만’이라는 사람도 만나는 수많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탄생한 거죠. 저는 태어나서 독립적 공간에서 외롭게 저 혼자 열심히 해서 지금의 제가 된 것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생태계는 관계의 향연이자 축제라고 봅니다.


- 본문 p.62

 

 

가장 공감 갔던 대목이다. 생태주의 관점에서 바라본 인간이란 존재의 핵심은 '관계' 그리고 '상호작용'이다. 이는 비단 인간뿐 아니라 생태계 전체의 핵심이다. 일전에 자기소개를 할 때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가장 중요한 한 가지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내가 가는 장소, 내가 읽는 책, 내가 만나는 사람이 나를 결정한다'라는 괴테의 말이 있다. 그중 특히 '사람'이 내게 많은 영향을 준다. 그래서 나는 나의 마음과 생각을 거리낌 없이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을 곁에 두려 한다.

 

출처: 아트인사이트 인터뷰 프로젝트 'project 사람' - 마음을 따르는 단단한 사람, 신송희 中

 

 

내가 이제껏 살아온 삶의 방식이 그러하듯 새삼 내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누군가와의 '관계' 그리고 '연결됨'이었다. 이것이 요즘 내가 '사람과의 만남'을 귀하게 여기는 이유다. 나는 절대 혼자서 존재할 수 없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영향력을 주고받음으로써 '나'라는 사람이 변화한다. 그렇게 조금씩 깊게 뿌리를 내리면서 성장한다. 그래서 내 마음에 가까운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그것으로 복받았다 생각한다. 그들이 나의 곁에 있음으로써 비로소 나는 살아갈 수 있으니까.

 

역시 난 사회적 동물, 인간임이 틀림없다.


 

 

생태주의 관점으로 바라본 '삶의 방식' - 내가 독서를 하는 이유



두 번째 깨달음, 삶의 방식에 대한 고찰이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집콕이 일상화되고, 강제적으로 다른 사람과의 대면이 끊어진 상태에서 사람들은 이유 없는 무기력함과 우울감을 경험하는, 일명 코로나 블루'를 겪게 된다. 이 때문에 자신의 삶을 회고할 수 있는 시간의 틈이 생기면서, 나름대로 스스로에게 실속 있는 행위를 생각하다 너도나도 '책 읽기'를 시작한 것이다. 이때,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사회적 현상이 있다면, 혼자가 아닌 '모임'을 이룬다는 점이다.

 

모임의 성격과 콘셉트에 따라 종류는 다양했다. 요컨대,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자유형 독서모임, 책과 함께 소소한 미션을 함께 실천하는 챌린지형 독서모임, 어려운 책을 깊게 독파해보는 독서모임, 좋아하는 작가의 책들을 읽는 덕후형 독서모임 등이 있다.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그런 모임을 강제로 들어서라도 조건 속에서 책을 안 읽을 수 없는 환경을 만들고, 책을 매개로 하여 기꺼이 다른 사람과 연결되고 소통하고자 하는 욕망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독서는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독서모임은 ‘따로 또 같이’의 의미를 지닌다. 오랫동안 혼자만의 다짐으로 그쳤던 '독서'를 실천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같이' 하고자 하는 힘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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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에서는 책의 장점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책이 주는 장점은 나와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들을 내가 있는 자리에서 상상해 보는 거예요. 상상력은 내가 경험해보지 않은 타자의 아픔을 공감해보면서 생각해 보는 것이죠. 책은 그런 수많은 다양한 경험, 나와 다른 세계에서 경험한 세계를 접속해서 배울 수 있죠.

 

- 본문 p.71

 

 

책은 이 세상에 나와 관계없는 일은 '없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우리는 책을 통해 나와 관계 맺고 있는 세상에 대해 이해한다. 그리고 세상에 나가 사람들과 다시 관계를 맺는다. 그것으로 책은 제 역할을 다한다. 결국, 독서를 하는 이유는 사람을, 인생 살이를, 더 넓게는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곧 나의 존재와 생존 방식과도 결부된 일이기도 하다. 이것이 내가 책의 세계를 놓을 수 없는 이유다.

 

 


생태주의 관점으로 바라본 '세상' - 따로 또 같이 이어짐



요즘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나와는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나하고 담을 쌓고, 나하고 다른 분야에 있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려고도 하지 않고, 마음을 닫아버리기 바쁘다. 이는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을 어렵게 만든다.

 

의도적으로 '연결'을 끊어내지 않고서야, 우리는 불가피하게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 연결을 끊어내는 순간 불안정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우리는 개인의 생존뿐 아니라 개인과 개인을 이루는 모두의 안정을 위해 이어져야 하는 것이다.

 

정윤희 <출판저널> 대표 편집자는 출판 생태계가 존재하는 이유 및 방향성에 대해 이렇게 밝힌다.

 

 

출판산업 진흥은 출판으로서만 존재하지 못한다. 저자, 독자, 서점, 도서관, 학계 등 다양한 주체들의 연결과 협력으로 가능하다. 건강한 책문화 생태계의 조건은 다양성이다. 바다에 고래만 살 수 없고, 육지에 사람만 살 수 없다. 이건 생태계가 아닌 것이다.

 

- 본문 p.188

 

 

나는 스스로 '읽고 쓰는 삶'을 살기로 자처하였다. 그것이 어떤 형태로 이어지든, '읽고 쓰는 삶'은 깊게는 삶의 중심점을 아주 강하게 부여잡고, 넓게는 나의 생을 부둥켜안고 있다. 책을 읽는 행위는 사람 다음으로 크고 작은 다양한 영향을 많이 받는 통로라 말할 수 있을 만큼 나를 이루는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책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사람과 세상 사이를 연결해 주는 하나의 매개체일 뿐이다. 우리는 책을 읽고 행동해야 한다. 정확히 말하면, 혼자 책을 읽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고, 주변에 영향을 주고받는 것들과 서로 연결되어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도모해야 한다. 건강한 책문화 생태계는 그런 방식으로 '따로 또 같이' 이어지려는 마음으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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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송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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