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지금 만화 Vol.8 - BL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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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BL 장르를 좋아하는가? 그렇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취향을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반대로 불쾌감을 드러내거나, 그야말로 극히 혐오스런 수준의 반응을 보인다. 장르일 뿐인데 솔직하게 드러내지 못하며, 불쾌감을 드러내는 BL은 문제적(?) 장르라 할 수 있다.
<지금, 만화>는 만화와 ‘지금’이 맞닿은 지점에서 논의를 전개하는 비평지이기 때문에 지금 BL 장르의 위치와 의미에 주목한다.
BL은 장르 중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장르였다. 남성 동성애라는 사회적 금기를 소재로 한다는 이유로 소외되었고, 검열되기 일쑤였다. 그 까닭에 소비하는 여성들 스스로를 ‘동인녀’, ‘썩었다’ 등으로 낮춰 부르기도 했다. 폐쇄적인 커뮤니티에서 암암리 소비하던 BL이 한국 만화산업이 성장하는 데 일조했고, 웹툰 유료 결제 시장에서 중요 축을 담당하게 되었다. 웹툰 시장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고, 여러 웹툰 플랫폼에서도 비중이 늘고 있는 등 일명, 그들만의 장르인 마이너에서 메이저 장르가 된 BL에 대해 깊이 있는 비평이 <지금, 만화 8호>에서 이뤄졌다.
BL의 배경과 역사를 살펴보고, 이 장르가 사회, 또는 서사 장르에 끼친 긍정적인 부분과 재미를 조명하고, BL의 그늘진 이면을 빼놓지 않는다. 특히, BL 장르 비평이 ‘현재’ 의미가 있는 이유는 여성들이 구축해놓은 장르임에도 장르의 부정성으로 ‘현재도’ 여성들은 욕망과 취향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폭력과 성애를 검열하는 시대,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에 여성의 욕망을 드러내지 못하고, 발화할 수 없던 사회적 분위기, 이성애 규범에 벗어난 동성애라는 이유들이 맞물려 BL은 정상성의 범주에서 벗어나 배제되었다. 2020년 페미니즘 재발화가 되면서 BL 장르를 공적으로 소비하는 여성들이 늘었지만, 아직도 취향을 공적인 영역에 발화하기를 주저하고, 남녀 젠더 권력 강화, 여성 캐릭터 배제 등의 이유로 탈BL 운동이 이뤄지고 있다.
이렇듯, BL 장르를 둘러싸고 양극단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현실은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논의에 앞서 BL을 이해하기에 비평지가 그 역할을 한다. BL장르를 이해하기 위한 설명과 함께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순기능과 함께 그늘진 이면을 조명한다. ‘기존 남녀 권력 구도의 이행과 강화’, ‘여성 캐릭터의 배제’라는 비판을 수용하고 앞으로 BL 장르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BL’과 BL의 부정적인 영향에 주목하는 ‘탈BL’ 의견을 다루어 BL 장르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한다. BL이 그들만의 독특함을 가지고 로맨스, 판타지와 비교하여 어떤 특별한 위치에 있는가("BL이 판타지를 사용하는 방법", 서찬휘 만화 칼럼니스트), 퀴어와 BL간의 관계성("이베리코 돼지는 이과수 폭포의 꿈을 꾸는가?", 이선인 만화 평론가), BL 장르가 어떻게 변화해 왔으며, 어떤 장르 변칙이 일어났는지를 다루었다.("잘나가는 BL만화에는 코드가 있다", 김효진,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조교수) 적절한 이론적 근거와 풍부한 예시를 들어 독자를 BL이라는 장르에 대해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어갈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그 밖에도 해외 불법 사이트나 저작권 침해 행위에 대응하는 ‘저작권해외진흥협회’ 사무국장의 인터뷰와 디지털콘텐츠의 도서 정가제 도입에 관한 칼럼이 실려있다. 도서 정가제 보호 대상에서 중심 밖에 있는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논의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작은 책방뿐 아니라 디지털 콘텐츠 생태계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웹툰 플랫폼 상장 이슈를 다층적으로 분석한 기사를 통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데, 네이버와 카카오 페이지 등 상장을 앞두고 있는 상황을 통해 의미를 분석한다. 그리고 앞으로 웹툰, 웹소설 등 콘텐츠 시장의 미래에 풀어야 할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장르는 계속해서 변화하는 것처럼, 전형적인 코드에서 벗어나 새로운 코드가 만들어 새로운 문법을 만든다. BL장르도 현재 문법에서 부정적이고 부족한 부분을 새롭고 보완된 문법으로 전환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지금, 만화>라는 비평지가 그래왔던 것처럼 장르를 예리하고 날카로운 비평가의 시선에서 분석한다. BL 장르를 이성애나 젠더의 관점에서 타자화하지 않고, 오직 장르 그 자체로만 바라본다는 점에서 <지금, 만화>의 장점이 돋보이는 호였다.
[오지영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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