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권력형 성범죄 고발의 시작 -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영화]

글 입력 2021.05.0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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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밤쉘>을 보게 된 이유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로, 평소에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를 즐겨 보기 때문이다. 실화 영화의 장점은 사건과 주인공에게 깊게 몰입할 수 있고, 주변 현실을 떠올리며 볼 수 있다는 것이고, <밤쉘>도 그러한 점에서 가장 끌렸다.

 

두 번째로는 명대사 때문이었다. 영화를 보기 전 내 루틴은 먼저 그 영화의 기본 정보를 보는 것이다. <밤쉘>을 보기 전에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영화의 기본 정보를 찾아보았고 “여성 동지들에게 한마디 하죠. 나 자신을 찾으세요.(Just Be Yourself)”와 “군인들은 왜 똑같은 옷을 입을까? 대체하기 쉬워서이다. 나는 대체품 취급받기 싫다”라는 명대사를 보았다. 특히 ‘나 자신을 찾으세요’ 이 대사에 영화를 보기 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두근거림이 느껴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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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세 주인공 중에서 마고 로비가 연기한 케일라 포스피실이 가장 인상 깊었다. 영화를 보기 전 나에게 마고 로비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할리퀸으로 각인되어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사회적인 영화에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고 로비의 연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생각하는 마고 로비의 이미지 때문이었다.


이러한 생각은 마고 로비의 첫 등장 장면에서부터 사라졌다. 그녀는 큰 야망으로 인해 로저 회장과의 만남을 지속하다 성추행을 당하게 되었고, 이후 폭로에 함께하자고 찾아온 메긴에게 왜 진작 폭로하지 않았냐며 원망한다. 이 말에 메긴은 자신의 침묵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함이었고, 로저의 잘못은 결코 자신의 탓이 아니라고 대답한다.


자신의 피해를 자신의 탓으로 여기지 않기 위해 과거의 다른 피해자에게 돌리는 상황이 굉장히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 주인공 중 유일하게 가상의 인물이었지만 가장 현실에 가까운 인물이었기 때문에 기억에 오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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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언급했던 명대사 중 “군인들은 왜 똑같은 옷을 입을까? 대체하기 쉬워서이다. 나는 대체품 취급받기 싫다”라는 명대사는 영화에서 직접 봤을 때 더욱 인상적이었다. 이 대사는 폭스에서 여성 앵커들에게 몸에 달라붙는 원피스를 입고 하이힐을 신기를 강요하자 그레천 칼슨이 이를 거부하며 한 대사이다.


여성 앵커들이 남성 앵커들에 비해 신체가 훨씬 많이 드러나는 의상을 입어 차별적이라고는 늘 생각해왔지만, 한 번도 ‘대체품’이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 새로웠다. 이를 통해 여성에게만 요구되는 일관된 진한 화장과 노출이 심한 옷에 대한 부당함과 여성이 남성보다 쉽게 대체 가능하다는 부당한 현실까지 깨달을 수 있었다.


이 대사를 들으면서 답답했고 분하기도 했지만, 개개인의 여성들이 이렇게 깨닫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부터가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시작이라는 깨달음도 얻을 수 있었다.


<밤쉘>에서는 공감할 수 있는 수많은 장면이 있었지만, 마지막에 조용히 올라가던 자막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로저 에일스와 빌 오라일리가 해고되던 그해 폭스는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5천만 달러를 지급했다. 폭스는 에일스와 오라일리에게 퇴직금으로 6천 5백만 달러를 지급했다. 위험을 무릅쓰고 로저에게 맞서 목소리를 낸 여성들은 사상 처음으로 유명인의 위상을 끌어내렸다. 이것이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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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이 매우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에게 지급된 것보다 많은 로저와 빌의 퇴직금에 분노했고 사상 처음 유명인의 위상을 끌어내린 여성들이라는 점에서 뭉클함이 느껴졌다. 피해자들은 폭로하기까지 수년 동안 고민하고, 밝혀진 신상으로 인해 폭로 후에도 고통받지만, 가해자들은 그저 피할 궁리만을 찾는 것처럼 느껴졌다.


지금도 여전히 많은 여성이 권력형 성범죄에 노출되고 있고, 이를 폭로하기까지 많은 시간을 고민한다. 앞으로 이러한 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해자들에 대한 법적인 처벌을 강화하고 권력에 굴복하지 않는 수사가 이루어지는 등 피해자들이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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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은 영화 내에서 축소된 이후의 이야기였다. 영화를 다 본 후 나는 유튜브에 ‘밤쉘’을 검색하여 관련 영상을 찾아보았다. 실화를 다룬 영화이다 보니 실제 사건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기 때문이다. 내가 본 영상은 실제 사건의 피해자였던 메긴 켈리와 그녀와 함께 폭스에서 일했던 피해자들의 대담 영상이었다.


피해자들은 영화보다 그들이 실제 겪었던 현실이 훨씬 심각했고 참담했다고 말한다. 실제 로저와 빌의 퇴직금은 6천 5백만 달러가 아닌 수억 달러였으며, 이들에 대한 처벌도 해고로 단순하게 끝났다고 한다. 공정한 법 절차에 의해 죄의 유무를 가리고 진실을 밝혀내는 행위가 권력에 의해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더 나아가 개선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

 

내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영화에 대해 깊게 몰입할 수 있어서이다. 이런 영화는 실제 내 삶 속에서 발생할 수 있을 법한 사건들과 존재할 수 있는 인물들로 가득 차있다. 물론 어느 누구도 <밤쉘> 같은 일이 삶의 어느 곳에서도 일어나길 바라지는 않지만 말이다.


또한, 실화 영화의 또 다른 장점은 대중들에게 알릴 수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밤쉘>을 접하기 전 폭스에 이러한 사건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몰랐다. 분명 세계적인 뉴스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몰랐다는 사실에 당황스럽기도 했다. 많은 영화 리뷰에서도 몰랐다는 사람이 많았다. 아무래도 ‘권력형 성범죄’이다 보니 대대적으로 덮으려는 시도도 존재했다고 생각된다.


성적인 폭로는 어떠한 피해보다 밝히기 힘든 사건인 만큼, 피해자들에게 사실을 알리고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것이 실화 영화의 순기능이 아닌가 싶다. 마지막으로 “진보라는 것은 절대 쉽지 않지만 그만큼 가치가 있는 일”이라는 메긴 켈리의 말을 마음속에 새기며 나 또한 사회가 긍정적으로 변하기를 바란다.

 

 

[김민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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