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당연한 감정을 당연하지 않다고 생각해왔던 이름에게 - 영화 '소울'

글 입력 2021.05.02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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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해당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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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쩍 지치는 요즘이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그럴 것이다. 이유 없는 무기력함과 의욕 상실,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끝없이 던져보는 나날의 연속. 앞선 질문에 바로 답할 순 없지만, 그 답답함과 먹먹함을 지닌 채 계속해서 살아내야만 하는 인생의 굴레를 걷거나 혹은 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그런 모든 이들의 모든 순간이 모여 세상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바삐 흘러간다.

 

그렇게 바삐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만의 목표를 품고 살아간다. 명예, 돈, 권력부터 행복, 열정, 기쁨 등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감정 역시 목표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개 물질적인 것만을 목표로 살아간다. 필자 역시 그렇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보다 우선 눈에 보이며 다른 이들도 인지 가능한, '있음' 그 자체만으로 마냥 행복해지는 요소를 중점적으로 좇고 갈망한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들이 대개 목표로 하는 그것'은 당장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카테고리에 속해 있을 뿐만 아니라, 물질로써 일차적으로 충족되면 긍정의 감정은 물질을 뒤따르는 이차적이고 부수적인 범주에 속해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듯하다. 이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기에 과연 자신의 감정과 삶을 매 순간 돌아보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하는 의문이 생기기 마련이다.

 

영화 <소울>의 제작사 역시 그런 의문을 가지고 있던 게 아니었을까? <소울>은 주인공 조와 영혼 22의 관계를 통해 현재의 우리에게 진정한 삶의 의미를 정의할 수 있게끔 해준다.

 


뉴욕에서 음악 선생님으로 근무하던 주인공 조 가드너. 그는 어린 시절부터 품어왔던 음악, 그리고 재즈의 꿈을 실현해줄 밴드 공연에서 연주할 일생 일대의 기회를 건네받게 된다. 그렇게 행복감에 가득 차 길가를 거닐던 조는 맨홀 사고로 갑작스레 영혼이 된 채 사후세계인 '그레이트 비욘드'로 가게 된다.

 

그러나 세상에서의 꿈을 못다 이뤘던 조는 그곳을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다 '태어나기 전의 세상'으로 떨어져 유일하게 지구에 가고 싶어 하지 않는 영혼 22의 멘토가 된다. 별다른 의욕이 없는 멘티 22에 조 가드너는 그가 지니고 있지만, 아직 발견하지 못한 스파크를 찾아줌으로써 지구 통행증을 발급받아 본인이 대신 가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스파크는 소울의 목적이 아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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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 '스파크'는 중요한 키워드로 등장한다. '태어나기 전 세상'의 작은 영혼들은 하나의 존재가 되기 위해 지구 통행권을 획득하여 인간 세상으로 내려갈 수 있다. 이때 통행권의 여부를 당락 짓는 결정적인 요소가 바로 스파크이다. 어떤 활동을 하면서 불꽃이 튀는 듯한 느낌을 전해 받았을 때 짠 하고 나타나는, 선물 같은 것이다.


그러나 냉정하고 메마른 상태의 영혼 22는 그 어떤 것에서도 흥미나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스파크를 느끼지 못하고 느끼려 하지도 않는다. 그런 그를 보며 조는 답답해하면서도 계속해서 22가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를 찾아주려 애쓰고 또 애쓴다. 한편으론 자신의 스파크가 재즈 음악에 있다고 생각한 조는 22에게도 음악과 관련한 스파크가 일어나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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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스파크를 찾기 위한 여정 속, 그들은 집착과 강박에 의한 회의감으로 방황하는 영혼들이 서성거리는 장소에 다다르게 된다. 목표에 대한 강한 집념으로 인해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이들이 거대한 몸집에 둘러싸여 어둡고 음침한 공간을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고 있는, 그 공간은 스파크가 소울의 목적이 아니었음을 그 자체로 드러내 주고 있는 듯했다.

 

누구나 놀랄법한 몸체와 신경질적인 기세로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 '잃어버린 영혼'들. 그들도 한때는 빛나는 스파크를 발견해 꿈과 비전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에서 일순위로 챙겨야 하는, 그 과정의 주체인 '본인'의 존재를 배제하고 제쳐둔 채 오직 하나의 목적만을 염두에 두고 냅다 달린 그들의 결과는 이러했다.

 

꿈과 비전도 어찌 보면 본인의 삶을 위한 것일 뿐인데, 그것을 망각한 채 달리다 끝도 없는 자기혐오로 깊숙이 파고 들어가기를 자처한 불쌍한 영혼들의 모습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결국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나를 돌아볼 충분한 시간과 노력도 필수적이라는 걸 생각이 먼저 들었고, 내가 좋아하는 게 뭐지?, 나는 뭘 할 때 행복감을 느끼지? 와 같은 단순한 질문들의 문답이 매일 이루어져야 한다는 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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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고 잔잔하기 이를 데 없는 일상이 가장 큰 행복이다

 

 

그렇지 않으면 하고 싶은 일을 하기도 전에 지치고 답도 없는 부정적인 질문에 사로잡혀 얽매여버리기 마련인 것 같다.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말이 있듯 우리들의 삶도 나의 존재를 결코 잊거나 잃어버리지 않는 연습과 노력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꼈다. 그 맥락에서 조가 22에게 그렇게나 찾아주고자 했던 '스파크' 역시 태어나기 전 반드시 지녀야 하는 게 아닌, 그저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이었던 셈이다.

 

육체와 정신 사이의 세상에 있는 신비주의자 문윈드가 조의 영혼과 22를 지구상으로 내려보내 줬을 때, 조의 육체에 들어가게 된 22가 난생처음으로 볼 수 있었던 세상의 아름다운 풍경과 맛있는 음식, 길거리의 연주자 등 그저 일상적인 하루가 스파크가 탄생하기에 최적화된 환경 그 자체였듯이. 목적을 위한 삶이 아닌 '삶을 위한 삶'이 우리가 살아내야 할 인생의 방향이자 주축이 되어야 한다는 걸 <소울>은 말해주려는 것 같았다.

 

남들이 부러워할 특별하고 거창한 일이 나의 삶 속에 지금 당장 혹은 훗날에 들어와 있지 않아도, 소소한 행복과 성취를 느낄 자그마한 가치를 주변에서 찾아 나가고 모음으로써 인생의 파노라마를 보다 탄탄히 구축해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러한 태도로 삶에 임했을 때 비로소 원하는 일에도 근접하여 모든 게 균형을 이루는 건강하고 주체적인 이상적 세상을 그려 나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려는 듯했다.

 

 

"우리는 목적을 부여하지 않아요. 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불꽃은 영혼의 목적이 아닙니다. 당신 멘토들과 당신의 열정, 당신의 목적, 당신의 삶의 의미. 매우 기초적인 것이죠."

 

 

 

난 살아봤잖아. 이제 네 차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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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가드너는 22의 멘토였지만, 실은 정반대였다. 22는 조의 멘토이자 큰 깨달음을 준 소중한 친구이기도 했다. 스파크의 진정한 의미를 알려준 장본인이자, 매 순간을 즐기면서 살아야 하는 '살아감의 이유'를 안겨준 존재였던 것이다. 그걸 깨닫는 순간, 조는 22의 손을 잡고 함께 뛰어올라 작은 영혼의 새로운 여정을 응원해준다.

 

지구에 가기를 두려워했던 22가 조의 손을 꽉 잡던, 그때의 표정은 더할 나위 없이 신나 보였고 굳건한 믿음을 가진 채 또 다른 세계로 자기 몸을 온전히 맡긴 것 같아 보였다. 그 둘은 어느덧 영혼을 넘어선 서로의 단짝으로 자리매김했다. 둘의 손이 서서히 놓아지고 몸의 거리가 멀어졌음에도 조와 22는 서로에 대한 확신과 의지로 충만해 보였다.

 

잠깐 머물러본 생경한 곳에서의 시작을 경험할 22, 그리고 서프라이즈 선물처럼 또 한 번의 인생을 건네받게 된 조 가드너. 두 사람의 아름답고도 찬란한 일생일대는 이제 시작일 것이라 감히 예상해본다. 각기 다른 곳에서 다른 삶을 살겠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의미 있는 한 번의 생을 살아갈 조와 22의 매 순간을 열렬히 응원해본다. 더불어 필자와 이 글을 보게 될 많은 이들의 매 순간순간 또한 온 힘을 다해 응원한다. 모든 게 괜찮다고, 잘 될 거라고!

 

 

"이제 어떻게 살거야?"

 

"모르겠어요.

하지만 하나는 확실해요.

매 순간을 즐길 거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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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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