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고양이가 만들어준 인연이 있다 [동물]

스물두마리 고양이와 랜선집사들
글 입력 2021.04.30 20:40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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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고양이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물론 가끔 가다 보는 고양이 영상은 귀엽고, 길 가다 스치듯이 길고양이를 보게 되는 날은 운이 좋다 느꼈지만 고양이 자체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다. 고양이는 묘하게 차갑고, 애교도 없어 보인다는 게 그 이유였던 것 같다. 직접 접한 적은 많이 없었지만 이미지가 그랬다.


당시엔 그랬다.


그것이 엄청난 오해였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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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해준 것은 유튜브 채널 ‘22똥괭이네’다.

 

단순히 고양이 귀엽네, 하게 해준 것이 아니라 고양이와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세계로 나를 데려가 주었다. 지금부터 그들이 데려가준 세계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제 1장. 이상과 현실



새하얀 벽지의 예쁜 집,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소품, 그 안의 빚은 듯이 얌전하고 예쁜 품종묘. 내가 이전에 보아왔던 영상들은 대개 그랬다. 하지만 똥괭이네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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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코숏 고양이들(코리아 숏헤어, 품종이 없는 한국 고양이)이 바글거리는 집안, 알 수 없는 이유로 스프레이(소변을 분사하는 행동)를 하는 바람에 오줌냄새로 뒤덮여버린 캣타워, 여기저기 찢긴 벽지, 매일 청소해도 나뒹구는 털뭉치와 모래.


현실은 노동의 연속이었다. 매일매일 집안을 청소하고, 화장실의 배설물을 치우고, 엄청난 양의 모래를 나르고, 고양이들을 빗질하고, 칫솔질하고, 아픈 아이들에게 약을 먹이고, 놀아주고. 하루라도 게으름 피우는 날 없이 움직여야 했다. 고양이 집사들에 대한 존경심이 물밀 듯이 밀려왔다.

 

조용하고 얌전한 줄만 알았던 고양이는 알 수 없는 행동을 했다. 오줌테러로 시위를 하기도 하고, 하루 종일 캣휠을 돌리다 토하기도 하고, 밥이 맘에 들지 않자 밥그릇을 엎기도 하고.


한 가지 유형의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듯이 다양한 성격과 각각의 취향을 가진 고양이가 있다는 사실을 그때 알았다. 고양이도 시끄럽고, 요란하게 뛰어다니고, 호불호가 있다는 걸 알았다. 성격은 물론이고, 좋아하는 간식도 다르고, 취미도 다르고, 좋아하는 고양이 취향도 꽤 분명하다.


쁘니라는 고양이는 이빨 없는 치즈 태비의 고양이에게만 한결같이 호감을 보여 웃음을 자아낸다. 그런가하면 한번 이혼한 전적이 있는 봄이는 최근 가까이 하는 고양이가 전남편과 닮아 고양이도 취향이 있다는 이야기에 확신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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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 같았던 고양이들이 꽤 현실적으로 다가온 것에는 다른 이유도 있는데, 고양이도 코딱지가 생긴다는 걸 영상을 보고 처음 알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고양이도 눈곱이 끼고, 재채기도 하고, 사레도 들리고, 비듬도 생기더라.


그럼에도 고양이는 사랑스럽다. 이상이 아닌 현실의 고양이는 나와의 거리감을 좁혀주었고,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다. 막연한 형태로만 존재하던 것들이 ‘나 사실 이런 애야!’하며 어필을 하더란 말이다. 이름만 알던 아이돌 멤버의 매력을 알게 된 느낌이랄까.


그렇게 나는 고양이에 입덕해 랜선 집사가 되었다.




제 2장. 고양이의 사회



한 집 사는 고양이가 스물두마리나 되다보니 그들의 사회도 자연히 존재한다.

 

이 채널을 구독한 데에는 이 ‘고양이 사회’를 볼 수 있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고양이는 기본적으로 영역동물이기에 여러 마리가 한 공간에서 생활하기엔 힘든 점이 많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들이 모여 생활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집사를 사랑하고, 서열과 질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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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 고양이인 고니는 힘세고 젊은 수컷 고양이다. 새로 들어오는 고양이의 기를 눌러 서열 시스템을 유지하고, 약한 고양이를 괴롭히는 고양이를 혼내 집안의 평화를 유지한다. 그러다보니 암컷 고양이나 어린 고양이들에겐 져주는데 덩치도 크고 힘도 센 고니가 자신의 반만 한 암컷 고양이에게 얻어맞는 모습은 멋지면서도 웃기다.


하지만 밥 먹을 때만큼은 조금도 양보하지 않는다. 이런 고니만의 규칙은 집안의 질서를 유지하게 해준다. 덕분에 스물두마리의 공존은 나름 평화롭다.


그럼에도 문제는 있다. 상대적으로 약한 고양이들이 괴롭힘을 당하게 된 것이다. 여러 고양이들이 모여 사는 환경에 스트레스를 받다보니 그 화살이 약한 고양이들에게 돌아갔다. 때문에 ‘분홍방’이 만들어졌다. 따돌림 당하고, 괴롭힘 당하는 서열이 낮은 고양이들을 따로 격리해 놓은 것이다.

 

똥괭이네의 집사님은 입버릇처럼 다묘가정을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아프고 선택받지 못한 고양이들을 떠안다보니 스물두마리의 고양이를 안게 되었지만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많은 고양이가 있는 만큼 고양이들에게 있어서는 스트레스가 크다. 노력하더라도 한 고양이에게 돌아가는 관심이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아프지 않은 고양이에겐 손이 덜 가게 된다. 그 외에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다묘가정의 비애다.


최근 고양이 집사들이 늘고 있는데, 역시 반려동물 입양은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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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이지만 약간의 연애기류도 존재한다. 위에서 말했던 봄이는 한 집 사는 전남편 콩님이와 헤어지고 나서 서로 어색해졌다. 콩님이는 목욕하고 온 고양이를 빠짐없이 정성스레 그루밍 해주는데 헤어지고 나서는 어찌된 일인지 봄이만 쏙 빼는 게 아니겠나.


이 고양이들, 정말 웃기다.




제 3장. 고양이가 만들어준 인연



그렇게 ‘22똥괭이네’에 제대로 빠져버린 나는 사진을 찾아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그러다 발견한 곳이 바로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인데, 문명에 밝지 못한 나는 이런 팬방의 존재를 처음 알았다.


팬방엔 그야말로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각자 좋아하는 고양이의 이름을 이용한 닉네임을 달고서 고양이 사진으로 나를 반겨주었다. 아침이면 고양이 사진으로 아침인사를 건네고, 밤에도 고양이 사진으로 저녁인사를 한다. 이 얼마나 따뜻한 세상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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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다양한 감정을 함께 나눈다.

 

똥괭이네의 막내인 기적이가 큰 수술을 앞뒀을 때, 기적이의 쾌유를 바라며 한마음 한 뜻으로 기도를 했고, 최고 연장자 할배가 세상을 떴을 때 함께 슬픔을 나누며 애도했다. 학대당한 아픔 때문에 사람을 무서워하는 쁘니가 집사님에게 다가 왔을 때는 모두가 자기 일처럼 기뻐했고, 거묘 애옹이의 사뿐한 캣워크를 보곤 다 같이 웃음을 터뜨렸다.


서로의 사는 곳도, 나이도, 이름도 아무것도 모른 채 아는 것이라곤 고양이를 좋아한다는 사실 뿐인 모임. 내가 이 행복을 함께 나누게 된 지도 벌써 일 년이 되어간다.


신기한 인연을 알게 해준 고양이들에게 오늘도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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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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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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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도리스프레이방지위원회
    • 똥괭이네 팬으로서 많은 공감을 하며 재밌게 읽고 갑니다^^ 웃음과 감동과 따뜻한 이삼님이 있는 똥괭이네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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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곰람끼
    • 임도리스프레이방지위원회감사합니다! 이삼고양이 포함 똥괭이들 건강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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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돌희
    • 기사 너무잘읽었다옹.. 감사하다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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