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마치 별 일 아닌 것처럼 속이 뻥 뚫리게 해주는 드라마, 멜로가 체질 [드라마]

글 입력 2021.04.29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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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의 세계 속에서 저마다의 색을 만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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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사람들마다 살아가면서 저마다의 다양한 색과 모양들을 열심히 만들어간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속엔 행복한 이야기만 담겨 있진 않다. 그렇기에 따뜻한 색감과 차가운 색감, 밝은 색과 어두운색, 이 모든 색들이 계속해서 추가가 되어 한 군데에 어우러지게 되고 멋진 마블링을 보여주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 가는데, 그런 과정들을 보고 듣는 게 난 참 좋다.

 

결국엔 남 일이지만 때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과 위로를 받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고, 화도 나고, 부럽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나도 나에 대해 좀 더 깊게 생각해 보기도 하고, 앞으로 나의 색을 만들어가는 데도 조금씩 영향을 받는다. 그렇기에 나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듣는 건 참 흥미롭다. 물론 너무 깊게 들어가 휘몰아치는 감정에 먹혀버리지 말고, 어느 정도 자기만의 기준점을 가진 채 바라보아야 한다 생각하지만.

 

[멜로가 체질]이란 드라마는 임진주, 이은정, 황한주 세 명의 여자 주인공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들을 보며 우리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점들을 독특하고 유쾌하게 드러냈기에 꽉 막혔던 속이 뻥 뚫리게끔 만들어준다. 그리고 꼭 같은 상황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살아가면서 듣고 싶었던 위로의 대답을 그들의 상황에 맞게 들려준다.

 

 

 

정주행할 수밖에 없는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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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가 당시 시작됐을 땐 모두가 알고 있는 장범준의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 향이 느껴진거야] ost만 주목받았을 뿐 큰 인기를 얻진 못했는데, 그 이유가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에선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이 찾고 정주행 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드라마는 이제 막 서른 살이 된 세 명의 여자 주인공들이 살아가면서 겪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주는데, 그렇다 보니 그들끼리 오고 가는 대사 호흡이 다른 드라마에 비해 굉장히 길고 깊다.

 

처음 봤을 때는 한 스토리당 보여주는 그들의 이야기나 대화가 너무 길고 자극적이지 않기에 금방 묻혀버릴 수도 있겠다 생각했지만, 보다 보면 우리를 사로잡기엔 충분한 대사의 질과 발상, 독특한 화법의 티키타카를 수없이 보여주기에 유튜브 알고리즘에서도 엄청난 조회 수로 떠오르고 지금까지도 알 사람은 다 아는 그런 드라마가 되지 않았나 싶다.

 

드라마 작가가 되기 위해, 꽃길만 걷는 큰 사람이 되기 위해 백수에서부터 열심히 올라가 대작가 밑에서부터 일을 하게 되고 결국 신인 드라마 작가까지 올라오게 되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쳐 계속해서 발버둥 치는 임진주. 저예산으로 제작했던 ‘친일파, 그 이후의 삶.’ 다큐멘터리의 성공으로 억만장자가 되지만, 그때의 인터뷰를 계기로 너무나 사랑하게 된 남자친구 ‘홍대’의 죽음으로 조금은 위태로운 삶을 살아가는 이은정. 마지막으로 전 남편의 무책임과 이기심으로 이른 나이부터 이혼하고 홀로 어떻게든 아득바득 아들 인국을 지켜오고 키워낸 드라마 제작사 마케팅 PD 황한주.

 

진주와 한주는 안정이 필요한 은정을 보살피기 위한 목적으로 은정의 집에 모여들게 되었고, 그렇게 해서 은정, 진주, 한주, 아들 인국, 은정의 동생 효봉까지 여자 셋, 남자 둘이서 떠들썩한 시간들을 함께하게 된다.

 

 

은정 : 사는 게 그런 건가. 좋았던 시간의 약간을 가지고 힘들 수밖에 없는 대부분의 시간을 버티는 것. 조금은 비관적이긴 하지만 혹독하네.
한주 : 혹독하다, 그건 부정할 수 없지만 좋은 시간 약간을 만들고 있는 지금이 난 너무 좋아. 이렇게 너네랑 수다 떠는 거. 그것만으로도 참 좋아.

진주 : 이제 겨우 서른인데 감성 타고 지난 시간 돌아보지 말자. 귀찮아. 마흔 살 돼서 돌아볼래. 좀 그래도 되잖아. 과거를 돌아보지 말고, 미래를 걱정하지 말고. 우리, 당장의 위기에 집중하자.

한주 : 어떤 위기?

진주 : 라면이 먹고 싶어.

 

- 1화 끝부분

 

 

이렇게 조금은 무거워져만 갈 수 있는 주제들도 깊으면서 단순하게, 공감되면서 유쾌하게, 마치 별일 아닌 것처럼 훌훌 던져버리게끔 만든다. 그렇다고 항상 유쾌한 건 아니지만, 생각해 볼법한 질문들과 그들의 고민이 우릴 버겁거나 힘들게 만들진 않는다. 단순히 나도 궁금하게 된다. ‘그럴 수 있지. 그럴 것 같다.’라며.

 

그렇기에 지쳤던 순간엔 늘 이 드라마를 찾게 된다. 나도 단순 명료해지고 싶기에.

 

 

 

ppl을 이렇게 보여준다고?




 

 

이 드라마는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작가가 살짝 붕 뜬 기분이 들 때마다 작품을 써 내려간 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이걸 이렇게 표현한다고? 이렇게 웃길 수 있다고?’ 생각되는 구간이 많다. 아니, 정말 많다.

 

ppl조차도 참 남다르게 표현했다 싶을 정도로 상업적인 광고마저 정말 재치 있게 드라마 속에 잘 녹여냈다. 가끔 드라마를 보다 보면 ‘에이 이 장면에서 갑자기 ppl이 나오냐!’라며 너무하다 싶은 순간들이 있는데, 이 드라마는 ‘와, 방금 ppl한거야?’라며 광고를 역으로 잘 이용했다 생각하게끔 큰 웃음을 안겨준 드라마였다.

 

 

인국 : 우리 집에 갑자기 안마기라니? 조금 뜬금없는 것 같아요.
한주 : 세상엔 여러 가지 삶의 방식이 존재하고, 때론 거부할 수 없는 이유들이 우리의 신념을 바꿔놓기도 해. 15초 노출되어야 하니 잠깐만 기다리렴.

 

- 14화 중간부분

 

 

위에 올린 영상을 보면 알 수 있지만, PPL을 어떻게 넣어야 할지 고민하는 감독과 직원이 ‘이런 식으로 넣으면 쉽습니다.’라며 제안한 내용을 상상으로 재현해낸 후 안마 의자를 노출시키는데, 대놓고 PPL을 위한 스토리를 만들어 ‘PPL이게 아니게?’라고 보여주는 상황이 오히려 정말 재밌다. 그리고 그렇게 그들의 고민을 해결하게끔 하는 듯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에게도 노출되게끔 만드는 것도 참 천재적인 발상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남다른 화법, 속이 뻥 뚫리는 티키타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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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는 앞에서도 계속 해오는 얘기지만 기발하다. 드라마를 보면 내가 너무 틀에 갇힌 사람인 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1화에서 보면 가방이 진주에게 말을 거는 방식이 나오는데, 정말 공감이 간달까.

 

나도 저런 상황이 있었다. 나의 경우는 충동구매다. 일에 지쳐 힘들고 짜증이 났을 때 왜 그리 카드 긁는 게 쉬운지 자꾸만 사고 싶었던 물건들이 나에게 속삭이는 것 같다. ‘사! 널 위해 보상하는 거야! 저거 하나쯤 좀 사면 어때? 세상 무너져? 어차피 다 널 위한 거야.’라며. 진주의 모습은 내가 경험했던 시간들을 대변해서 보여주곤 하는데, 그 모습이 마치 가방과의 고해성사처럼 재밌게 표현했다.

 

 
평생 관심도 없었던, 아니 관심을 갖기엔 너무 먼 세상에 있었던 저것이 능청맞지만 빛과 같은 속도로 내 마음속에 불쑥 들어와서는 속삭이더라.
진주 : 시작할 때, 상저가 날 때 아프지 않았는데요.
가방 : 그러니까 속은 거죠. 사랑, 그거 눈에 보이는 건가요? 영원한 건가요?
진주 : 아, 아니죠.
가방 : 눈에 보이는 걸 믿으세요. 영원한 걸 믿으세요. 사랑, 한낱 사기꾼. 그 허물 따위에 속지 말고 나를(강조) 가지세요. (재차 강조)

 

- 1화 중간 부분

 

 

또한 인물들 사이에서의 티키타카도 참 시원시원하고 명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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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 (술에 취한 채) 엄마, 날 왜 낳았어?
엄마 : 너는 왜 나왔는데?
진주 : 나야 엄마가 낳았으니까.
엄마 : 난 네가 나오니까.
진주 : 그래? 그럼 이왕 낳는 거 잘 좀 갖춰서 낳지 그랬어.
엄마 : 이왕 나오는 거 준비 좀 잘 해서 나오지 그랬냐.
 

 

위에 나온 장면은 진주가 보조 작가의 위치에서 짤리고 가족에게 돌아왔을 때의 장면이다. 누구나 살면서 힘들고 지치고 슬프고 짜증 나고 기분 더러운 순간들이 있다. 이렇게 기분이 다운됐을 때의 표현들이 참 많은데, 우리가 점점 성장할수록 견뎌내야 할, 책임져야 할 무게들이 많아지기에 그런 감정들이 많이 생기는 건 아닐까 싶다. 모든 것은 다 내 선택으로 시작되기도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별개의 전개가 갑작스레 찾아와 뒤죽박죽으로 만들어놓기도 하기에 참 억울할 때가 많다.

 

등장인물들에게도 그런 시간들을 계속해서 주어지지만 모든 순간을 절망의 단계로 데려가진 않는다. 오히려 슬픈 일을 허탈하게 말고 피식 웃게끔 승화시킨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웃긴 상황으로만 이어 간다기보단, 우리와 너무도 비슷한 주인공이기에 쉽사리 이해되게끔 전달해 준다.

 

 

 

위로


  

 

 

 

이 드라마는 앞에서도 언급했듯 ost가 처음엔 더 많이 떴던 드라마다. 장범준이 작사 작곡한 곡은 굉장히 히트를 쳤고 밖에 나서면 정말 수없이 많이 들렸던 곡이다. 하지만 나에겐 그 곡보단 권진아가 부른 ‘위로’라는 곡이 더 와닿았다. 드라마에서 이 노래가 나오는 구간이면 왠지 모르게 뭉클하기도 하고 위로가 되기도 하고, 눈물이 나오기도 했다. 정말 제목 그대로 따뜻함을 줬던 곡이다.

 

“우리 요즘 말 없는 밤이 많아지는 것 같네.

 

말 없는 밤이 많아지는 요즘. 그 말이 참 슬프다. 어릴 땐 힘들고 화가 나는 일이 생기면 곧바로 친구들이나 가족들에게 참 많이도 털어놨었다. 그렇게 위로를 받았지만 커가면서는 그렇지 않다. 처음엔 화가 나도 길고 긴 퇴근길에 지쳐버리기도 하고 점점 일에 치여 털어놓는 것조차 귀찮아지기기도 하고. 무엇보다 나조차도 정리되지 않은 이 말을, 제대로 나열조차 하지 못한 채 머릿속에서만 둥둥 떠다니기에 그저 말이 없어진다.

 

왜 그리 정리할 게 많은지.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도 없이 늘어진다. 점점 나에게 위로가 필요한 순간들이 많아짐을 느끼지만 다들 각자의 몫의 힘든 무게를 짊어가고 있으니 쉽사리 털어놓기엔 망설여진다. 그럴 때마다 이 노래를 들으면 괜스레 스르륵 마음이 풀리는 듯하다.

 

그렇기에 생각이 많아지는 날이면 이 노래 듣기를 추천한다. 들으면서 조금은 요동치는 마음을 편안히 진정시켜 줄 수 있게 되면 좋겠다.

 

 

 

이왕이면 내 인생, 즐거운 마음으로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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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고 밤에 먹어야 건강한 라면은 나오지 않겠지만. 뭐 좀 그렇더라도 만회할 수 있는 시간이 넉넉한 우리의 지금에 행복을 느끼며 만회할 수 있음을 깨달은 우리의 지금을 칭찬하며 일단 맛있게 후루룩. 뭐 좀 그래도 되잖아?

 

- 16화 마지막 부분

 

 

점점 커가면서 속내를 보이는 게 무섭기도 하고 힘들다. 한두 가지가 아니니까 말하기도 귀찮다. 그리고 털어놓다 보면 자꾸만 불만만 토해내게 되는 것 같아 기분이 안좋다.

 

사람들은 저마다 무한함을 보여주는 듯한 바닷속에서 끝없이 파도를 타며 서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쩔 땐 큰 파도가 몰아쳐 재밌게 타기도 하지만 때론 잔잔한 파도로 시시하게 느껴질 때도 있고, 그렇게 한눈팔다 넘어지기도 한다. 사람들은 넘어지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연습하고 뛰어넘고 도전한다. 내 선택이라 해도 계속 열심히만 살면 결국엔 지치는 순간이 온다.

 

하지만 우리가 있는 곳은 무한한 바다이기에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생각한다. 지치는 순간도 분명 오지만 이 드라마가 그랬던 것처럼 역으로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선택을 하며 접근하냐에 따라 새로운 길은 계속해서 열린다. 그리고 가끔 몰아치는 위기에 지면 또 어떤가 싶기도 하다. 그렇기에 다들 이왕이면 인생 너무 조급히 살지 말고 지금의 나를 존중해 주며 충분히 누려도 되는 즐거움들을 행복 가득하게 고스란히 누리며 살았으면 좋겠다.

 

즐겁게 사는 인생이 어떤 건지도 어떻게 하는 건지도 모르겠고 그저 어렵다면, 그런 순간엔 이 드라마 보기를 추천한다.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대사들이 가득한, 사람 자체에 새롭게 접근해본 드라마를 통해 조금은 속 시원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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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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